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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수수료 갈등 심화에 분열하는 카드사

등록 2019.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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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맹점 갑질로 낮은 수수료율 요구시 처벌 '경고'

자동차 등 가맹점 "갑질 아냐, 순차적으로 자연스런 협상 거쳐"

카드사 규모별 협상력 차이따라 협상에도 온도차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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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금융당국 주도하에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던 카드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인상을 반대하기 시작해서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현대·기아차가 규모가 작은 카드사들 부터 각개 격파에 나서자 카드사들 전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카드업계의 분열 조짐마저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카드사에 낮은 수수료율을 강요하면 처벌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업계는 '갑질'이 아닌 일부 카드사에서 촉발된 자연스러운 협상을 거쳤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구현하고 수수료율 역진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을 거쳐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갑자기 이같은 백브리핑을 잡은 배경은 '대형가맹점 갑질'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4시께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조합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자료제공 = 금융위)

【서울=뉴시스】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4시께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조합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자료제공 = 금융위)


 최근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를 내세우며 인상을 반대하자 끝까지 버티던 카드사 마저도 모두 백기투항했다. 수수료 인상실패는 다른 업권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다른 자동차회사도 현기차처럼 수수료를 낮춰달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보다 비교적 협상력이 약한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마저도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의 갑질'을 꼬집으며 이 상태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가 가맹점 해지를 무기로 삼고 다른 재벌가맹점의 몽니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갑질?…수수료 갈등 심화에 분열하는 카드사


자동차업계는 그러나 이번 협상이 '일방적인 갑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일부 카드사에서 촉발된 자연스러운 협상과정이었다는 점에서다.

자동차 등 업계는 이번 수수료 협상에서 카드사마다 온도차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에서 비교적 쉽게 우리의 제안을 수용했고 이를 계기로 다른 카드사들도 순차적으로 협상에 임했다"면서 "원만하게 수수료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카드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마케팅비용이나 거래량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사마다 적격비용(원가)에 맞춰 개별 협상에 돌입한다. 그런데 규모가 작아 협상력이 더 낮은 일부 카드사에서 가맹점 인하안을 즉각 받아들이자 덩달아 다른 카드사도 이에 맞춰 수수료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현대기아차 카드수수료 협상에서도 업계 규모가 작은 카드사 순서대로 협상이 진행됐다. 막판까지 인상안을 고수하며 버텼던 업계 1~2위 신한·삼성카드 등은 당시 "적격비용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수수료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대부분 카드사가 이미 백기를 들었다는 부담감과 고객불편에 대한 우려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협상과정은 다른 자동차회사와 유통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 중에서도 협상력이 낮은 일부 카드사가 낮은 수수료율에도 협상에 임하면서, 다른 카드사까지 줄줄이 인상실패하는 과정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정부 주도하에 추진하는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이 실패로 끝날 우려가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은 카드사 마케팅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지만 우월한 협상력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부담한다"면서 "연매출 500억원 초과 일부 대형가맹점은 조달비용 하락폭보다 마케팅비용률 인상폭이 커서 수수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 인상과정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어 협상시 카드사가 지켜야 할 여신전문금융업법 관련 규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등 여건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협상 완료 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를 점검해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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