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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꼼수증여 의혹 국토장관 후보자의 투기억제 묘법은?

등록 2019.03.20 09:00:00수정 2019.03.20 09: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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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꼼수증여 의혹 국토장관 후보자의 투기억제 묘법은?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다주택자를 저격하며 했던 말이다. 지난해까지도 꿋꿋하게 집을 팔지 않던 '다주택자'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내정 직후 서둘러 자녀에게 아파트를 넘겨 '1주택자'가 됐다.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규제책을 쏟아낸 이번 정부의 기조에 뒤늦게라도 맞추고자 했던 노력이라면 높이 살만하다. 최 후보자는 "갭투자 등 투기 수요 억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밝혔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다짐은 누구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한때 분양권을 포함한 3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1주택자가 되기 위해 집을 내놓는 대신 자식에게 증여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최 후보자가 택한 증여가 절세 비법으로 통한다고 한다. 지난해 시행된 양도세 중과조치와 함께 올해 공시가 인상으로 양도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권만 버티면 된다'는 다주택자의 셈법에 거래 절벽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거래세 인하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 다주택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가 택한 증여는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에는 반하는 일이다.

최 후보자는 또 2003년 자기 소유의 집이 있었지만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1단지 아파트 입주권을 부인 명의로 3억원에 사들였다. 이 아파트는 현재 시세 15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아파트가 됐다.

시세차익 10억 이상을 얻고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풀면 순증 물량은 많지 않은 반면 과도한 개발이익에 따른 단기 투기수요 집중 및 가격 급등 우려 등 부작용이 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청와대는 각종 의혹과 관련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격·부적격을 가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최 후보자 측은 "분당아파트는 원래 딸에게 물려줄 계획이었고 증여세 납부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오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소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깨끗이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처럼 소통 능력이 기대되던 후보자였다. 이례적으로 국토부 노동조합이 최 장관 후보 임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문제가 없는 '소통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통도 서로간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꼼수 증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서민들은 그와 소통하기보단 박탈감과 분노부터 느낄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공직자로 남을지, 시장 혼란을 바로잡고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을 덜어줄 장관으로 남을지는 인사청문회 결과에 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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