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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섯나라···강순규 '여행, 길을 잃어도 괜찮아'

등록 2019.03.20 1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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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섯나라···강순규 '여행, 길을 잃어도 괜찮아'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공기의 밀도가 일상과 다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그제야 앞뒤로 둘러멘 배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공항 지하에 있는 여행용품 전문점에 잠시 들렀다가 여유롭게 출국수속을 마친 후, 오후 6시5분에 출발하는 밴쿠버 행 에어캐나다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론니 플래닛' 시리즈를 만든 토니 휠러가 '공항 출국장'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던가? 출국 전의 설렘과 긴장감이 바지런한 몸속의 세포들로 하여금 비행기보다 먼저 이륙 준비를 하게끔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7년 만에 홀로 떠나는 배낭여행이다."

강순규씨가 '여행, 길을 잃어도 괜찮아'를 냈다. 중남미 여행을 마음에 품게 된 이유, 여행한 중남미 6개국(멕시코·과테말라·엘살바도르·니카라과·코스타리카·파나마)의 이야기가 담겼다.

떼오띠우아깐 문명을 비롯해 메히까·마야문명 등 중미 지역의 찬란했던 고대 역사가 시간여행의 소재다. 중남미의 정체성에 있어 슬픈 기원이 된 1492년 이후, 이들의 지난했던 저항의 역사도 한 축을 이룬다. 멕시코 피라미드와 이집트 피라미드의 차이, 커피와 마약, 내전과 미국의 간섭, 생태관광, 파나마운하에 도전장을 내민 니카라과운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여행 동선을 따라 펼쳐진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눈'은 여행만 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 울타리 밖에 있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문화,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그 소통이란 게 공감이 결여된 것이라면 그것은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자 자기 복제의 과정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공감을 통해 타자와 공명하는 만큼 새로운 눈도 함께 열린다는 것이다."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과테말라시티의 띠까 버스터미널, 신원 확인을 위해 내뱉어야 하는 단어들만 잠시 나열하고는 어느 누구도 정적을 깨지 않고 조용히 버스에 오른다. 과테말라에서 치킨봉고에 찌들어 있다 보니 대형 버스라는 존재의 무게가 잠시 부담스럽기까지 했지만 이내 그 안락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씨는 "어른이 되기 전에는 내가 속한 무리에 파묻혀 시류에 따라 살아왔다. 막연한 미래에 모든 걸 저당 잡히고 현실을 옥죄는 그러한 삶. 하지만 나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는데도 늘 거기서 거기였다"고 돌아봤다.

"세월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삶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마 영국에서의 삶이 내게 큰 영향을 준 듯하다. 그렇다고 딱히 어떻게 살고 싶다는 뾰족한 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시점에 대학을 가야 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해서 부모가 되어야만 '정상성'을 획득하는 그러한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 것만으로도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일상의 무게가 버거워질 때면 가끔은 자발적 경로 이탈자가 되어 나에게 박인 인들을 들춰보며 각박한 마음을 위로할 용기도 생겼다. 그 순간 중남미라는 존재가 불쑥 끼어들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중남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겐 감사할 이유가 충분하다." 496쪽, 1만8000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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