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위기의 르노삼성...내수·생산 비상에 노사갈등까지

등록 2019.03.20 10:38:3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0일부터 지명파업 돌입...'외주화 합의' 등 쟁점

위기의 르노삼성...내수·생산 비상에 노사갈등까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가 위기다.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만료되고 내수 판매도 부진한 상황에서 노사갈등까지 극에 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20~22일 작업구역별 지명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19일 이를 사측에 통보했다. 지명파업은 노조가 지명한 근로자, 작업공정별로 돌아가며 파업을 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20일 조립공정에서 주, 야간 4시간씩 총 8시간, 21~22일 조립·도장·차체공정에서 돌아가며 지명파업을 한다.

◇닛산로그 사실상 어려워…내수위축도 심각

닛산 로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략적 협업의 일환으로 르노삼성이 2014년부터 생산해온 모델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22만7577대 중 절반에 가까운 10만7245대가 '로그'였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 회장은 르노삼성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던 2012년 1700억원을 신규투자하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북미 공급용 로그 물량을 몰아줬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는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마무리된다.

업계는 9월 계약 종료 전에 로그 물량에 대한 연장 계약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지만 '카를로스 곤 체제'가 무너지고,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간의 견제가 극심해지면서 '로그' 연장 계약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인건비는 로그 물량 배정 당시만해도 닛산 규슈공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지만 현재는 규슈공장보다 20% 가까이 높아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사실상 로그 연장 계약은 어려워졌다"며 "르노그룹 내의 다른 공장들과 경쟁해 로그 물량을 대체할 후속 물량을 받아와야 하는데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으면 후속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년 쪼그라드는 내수판매도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016년 11만1101대의 차량을 국내시장에 판매했지만 2017년 10만537대, 2018년 9만369대 등 매년 1만대 가량 판매가 줄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판매량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492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 8.0% 감소한 수치다. 임금단체협상으로 인한 파업과 판매 비수기 요인이 겹치며 판매가 소폭 줄었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순한양'이던 노조, 변했다…극한대치 이어가

이런 와중에 한때 노사관계의 '모범생'으로 불렸던 르노삼성 노동조합이 강성으로 변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합의를 하는 등 모범적 노사관계로 주목받아왔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 문제로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섯달 동안 르노삼성 노조가 진행한 파업은 44차례 168시간에 이른다.

르노삼성은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차 노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의 복수 체제였고, 르노삼성지회는 소수노조에 불과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2년과 2013년에는 임금동결을, 2015년 호봉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 위원장 선거에서 '금속노조 전환'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강성 성향의 박종규 위원장을 선택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지나친 배당과 노동강도 등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전언이다. 협재 르노삼성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는 집중교섭 결렬 이후 추후 협상 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대립하고 있다. 노사는 기본급과 외주화 합의 전환 문제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사측은 지난 협상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300만원 등 최대 약 17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시간당 60대에서 55대로 하향 조절, 전환 배치와 외주화 관련 등에 대한 합의 전환 요청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내용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인원 투입이나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등은 기본급 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르노공장의 장점 중 한 가지였던 생산 경쟁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합의 전환 요청,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 등은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회사도, 노조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의견이 전혀 좁혀지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보다 '외주화' 문제를 더욱 중대하게 보고 있다"며 "2012년 전까지는 외주화가 있을 경우 '합의'하도록 돼있었는데 2012년에 이 문구가 '협의'로 바뀌었다. 회사에서 미래 물량을 가져와도 외주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