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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미투 보고서 재작성···"공정 대처 못했다" 사과

등록 2019.03.20 14: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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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한국기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한국기원이 재작성한 '미투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고 사과했다. "'바둑계 미투 운동' 과정에서 밝혀진 불미한 사태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음을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20일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사과했다. "바둑 보급 활동 중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겪은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지난해 4월초 김성룡(43) 전 9단이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여자 프로기사를 9년 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기원은 4월17일 미투 운동 관련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미투 운동 대응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윤리위원회가 미투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미온적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 전 9단을 두둔하는 듯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기사들의 반발이 거셌고 지난해 11월 한국기원 수뇌부가 동반 퇴진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한국기원은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었기 때문에 전후관계를 신중하게 살펴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태 발생 후 즉각적이고도 명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디아나 초단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바둑팬들의 우려를 초래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지만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소속 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잘못 작성된 윤리위원회 보고서를 재작성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게 됐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바둑계 내부의 적폐를 해소하고 주변을 살펴 바둑계 환경을 정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한국기원 윤리위원회가 재작성한 미투 보고서 결론

윤리위원회 보고서상의 '진술에 관한 자유발언' 부분은 윤리위원들이 당시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므로 수정할 수 없으나 '종합의견' 부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잘못된 증거 채택과 조사로 인한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므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준강간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단정할 수는 없으나 종합의견 부분은 '김성룡은 준강간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준강간을 당하였다는 디아나의 일관된 진술과 디아나가 제출한 여러 증거들에 의해 준강간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김성룡에 대한 제명의 징계가 이루어졌고 디아나가 제출한 증거서류들만으로도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는데 무리가 없으므로 종전 윤리보고서를 재작성하는 외에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투운동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약자를 보호하여 인간의 존엄성 회복하며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는 운동이다. 이러한 점에서 바둑계 초기의 미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상식을 벗어난 대응으로 바둑계 전반에 걸쳐서 혼란을 야기하였으며 더이상 미투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 조치는 매우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라도 또 다른 미투가 있다면 성폭력은 물론 갖가지 폭행 등의 유사사건에 대하여 철저히 대비하고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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