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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삼나무숲 훼손 논란'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재개

등록 2019.03.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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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삼나무 수림 최대한 보존하면서 도로 여건 개선"

지역주민 "관광객위해 주민 불편 감수해달라는 인식 위험"

환경단체 "도로확장보다 교통량 조절 위한 수요관리 필요"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해 8월 삼나무 훼손 논란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된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일대. 삼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밑동이 줄지어 있다. 제주도는 오는 20일 7개월 만에 도로 확장 공사를 재개한다. 2019.03.19. susie@newsis.com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해 8월 삼나무 훼손 논란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된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일대. 삼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밑동이 줄지어 있다. 제주도는 오는 20일 7개월 만에 도로 확장 공사를 재개한다. 2019.03.19.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도가 잠시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또다시 반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보완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2021년 6월 완료를 목표로 제주시 구좌읍 대천∼송당을 잇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재착공에 돌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비자림로는 삼나무 군락이 제주의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전국에서도 손꼽는 비경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도로 확장공사로 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파괴 논란과 함께 공사는 중단됐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는 설계 변경을 통해 삼나무 벌채 구역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축소한 2만1050㎡로 줄이는 개선책을 발표했다.

개선책이 나왔지만 추가적인 삼나무 벌채가 불가피하고, 개발보다 환경 보존에 초점이 맞혀진 여론에 논란 재점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주민 숙원사업

비자림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방문 1순위로 꼽는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우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급격히 늘어난 관광객과 상주인구 증가, 이에 따른 자동차 급증은 확장공사 구간인 대천 교차로부터 금백조 입구까지 약 2.9㎞의 도로를 붐비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시민단체 '곶자왈사람들'과노동당·정의당·녹색당 제주도당 등 4개 단체가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위한 도로확장인 비자림 공사를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8.08.10.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시민단체 '곶자왈사람들'과노동당·정의당·녹색당 제주도당 등 4개 단체가 1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위한 도로확장인 비자림 공사를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8.08.10. [email protected]

교통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는 이미 2015년 11월 기본·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16년부터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며 지난해 8월 공사를 시작했다.

성산읍 주민 정모(51)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비자림로는 성산읍에서 제주시를 잇는 가장 빠른 도로이다"며 "관광객도 길이 막히면 불편을 겪지만, 이 지역 물류를 실어나르는 최단구간이 붐비면서 부대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왕복 2차선 도로가 4차선 도로가 된다고 해서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며 "어쩌다 제주에 놀러와 잠시 구경하고 떠나는 관광객들을 위해 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는 인식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성산읍이장협의회와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성산읍연합청년회 등 단체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지역 기반시설로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을 강조하며 조속한 공사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환경단체 "의혹은 여전, 행정은 일방통행" 비판

환경단체는 행정당국의 공사 재개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반환경적 도로개발이라는 비판을 전국적으로 받으며 공사가 중단됐던 비자림로 공사는 여전히 많은 문제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자림로 확장계획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제주도의 주장대로 비자림로의 도로 확장이 시급하다는 논리라면 비자림로 전 구간은 물론이고, 제주도 내 대부분의 2차로는 당장 4차로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통량 증가에 따른 정책 대응은 무조건적인 도로확장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일대에서 도로 확장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이 시민 모니터링단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디자이너 ‘그린씨’(오른쪽)는 이날 공사 현장에 설치된 나무집에서 지낼 예정이다. 2019.03.19. susie@newsis.com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9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일대에서 도로 확장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모임’이 시민 모니터링단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디자이너 ‘그린씨’(오른쪽)는 이날 공사 현장에 설치된 나무집에서 지낼 예정이다. 2019.03.19.  [email protected]

이들은 “아름다운 경관 도로를 조성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해당 구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대책과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공사 재개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제주도, 환경 훼손 최소화 방향으로 공사 진행

제주도는 도로 확장이 주민 숙원 사업이고 이미 대부분의 토지에 대해 보상이 이뤄진 만큼 사업 백지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기한 공사 재검토 의견에 따라 오름과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양문 도 도시건설국장은 “비자림로 하루 차량 통행량이 1만440여대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도로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번 공사는 교통여건을 개선하면서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 보존을 최대한 고려하고, 생태·경관 도로의 기능을 강화해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는 편입용지 추가 확보 없이 제주시 대천 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 구간을 1구간(시점부~제2대천교 0.9㎞),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5㎞), 3구간(세미교차로~종점부 0.69㎞)으로 나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는 협소한 도로 여건을 개선하면서 삼나무 수림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시행하고, 비용은 기존 공사비 140억원에서 10억원 가량 증액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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