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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에어, 인니 여객기사고 유족에 '부당서약' 강요 논란

등록 2019.03.22 1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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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보잉 등 상대 법적조치 금지 규정…항공법 저촉

라이온에어, 서약 서명한 유족 일부 동영상 촬영

유족 보상금, 법적 수령가능한 '최소금액' 수준

【팡칼피낭(수마트라)=AP/뉴시스】항공사 라이온에어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들에게 부당서약을 강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유족들이 여객기 목적지였던 수마트라주 방카 섬 팡칼 피낭에 위치한 데파티 아미르 공항에서 오열하는 모습. 2019.03.22.

【팡칼피낭(수마트라)=AP/뉴시스】항공사 라이온에어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들에게 부당서약을 강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유족들이 여객기 목적지였던 수마트라주 방카 섬 팡칼 피낭에 위치한 데파티 아미르 공항에서 오열하는 모습. 2019.03.22.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항공사 라이온에어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유족들에게 부당한 내용의 서약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서약서 사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온에어는 사고 유족들에게 13억루피아(약 1억400만원) 상당의 정부위임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서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서약서에는 보상금 수령 이후 유족들이 라이온에어를 비롯해 그 금융후원사와 보험사, 보잉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약서에 명시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단체'에는 수백개, 8쪽 분량에 달하는 보잉사의 하청업체도 포함됐다.

아울러 이같은 서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포함됐다.

이는 인도네시아 항공법에 저촉된다는 게 NYT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 인도네시아 항공법은 상속자들이 정부위임 지불금을 받더라도 항공사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는 유지된다.

아울러 유족들은 서약 전 내용 검토를 위해 서약서를 복사해 소지할 수 없었으며, 서약서에 '변호인과 상담할 수 있다'고 적혀 있음에도 실제 서약서 검토를 위한 변호인 참관은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서약서에 서명한 이들 일부는 라이온에어 측이 자신들의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라이온에어 측 행태로 인해 일부 유족들은 서약을 거부했다.

이 사고로 24세의 아들을 잃은 라디에브 누르바나도 서명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서약서를) 주의 깊게 읽거나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이는 잔인하고 불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서약서에 서명한 유족들도 있다. 사고로 친척을 잃은 데디 수켄다와 그 가족들은 보상금으로 고인의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서명하기로 했다. 수켄다는 "우리는 정신적인 압박이 멈추기를 바랐다"고 했다.

아울러 유족들이 수령하게 될 보상금은 인도네시아 법에 따라 지급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 수준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라이온에어 여객기 사고 유족들을 대리하는 찰스 헤르먼 변호사는 "라이온에어의 서약서는 매우 비정형적"이라며 "나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항공사고 관련 소송을 다뤄왔다.

이 밖에도 라이온에어는 사고 여객기 부조종사 하르비노 유족들에 대한 하르비노 몫의 연금지급 및 구두합의 사항인 자녀 교육비 지급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르비노는 사고 전 5000시간 이상을 비행한 베테랑으로, 그 유족은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하르비노의 누나 비리 울란다리는 "그들이 내 번호를 차단했다"며 "회사는 우리를 끔찍하게 대하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아들을 잃고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라디에브는 지난 11월 아들의 유해를 건네받아 자카르타에 묻었다. 그러나 두어 달 후 보건당국은 아들의 유해 일부가 누락됐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사고 당시 라디에브의 아들에게는 임신한 아내가 있었다. 라디에브는 며느리에게 알리지 않고 누락됐던 유해를 수령해 묻었다. 라디에브는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며 "우리에게도 존엄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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