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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

등록 2019.03.22 20:54:31수정 2019.04.01 09: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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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오늘 날 국가 지도층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포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기 어려워 매우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22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란 주제발표를 술탄과 황제,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의 리더십을 통해 조명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베스트셀러 저작인 ‘술탄과 황제’와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 두 권의 저술을 요약 강의하면서 세 사람의 리더십은 모두 공익정신에 투철하고 솔선수범했던 리더였으며, 특히 김구 선생에게선 화해와 포용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장은 친일청산과 관련, 정치인들이 나서지 말고 학자와 학계에 맡겨 둘 것을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중국의 등소평은 죽다 살아났지만 모택동을 적대시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호평했다며 인간 모두에게 흠이 없을 수 없는데 좋은 점을 보지 못하고 흠 만 잡으려하는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 의장은 마지막 비잔티움 황제(콘스탄티누스 11세)로 부터 술탄 메흐메드 2세의 공격 앞에서 성벽을 수의로 삼고 장렬히 산화하는 ‘눈물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3중의 성벽 난공불락을 공격하기 위해 격전의 바다로 말을 몰고 뛰어 들고, 배를 산으로 끌고 가는 술탄의 ‘달리는 리더십’을 지도자들은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강의의 결론으로 술탄처럼 살다가 황제처럼 죽으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김 전 의장은 백범 김구선생님은 동학혁명에 앞장선 반란군이었으나 진압군(토벌군)을 이끌었던 안중근 의사의 가문과 결국 조국을 위해 서로 포용하고 화해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며 국가를 위하는 지도자들은 마땅히 이런 포용의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이날 김 전 의장이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됨으로써 비잔티움 제국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오스만 제국이 세워졌다.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는 동서 문명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에서 종군기자가 된 심경으로 써 내려간 54일간의 격전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전쟁의 주역이었던 오스만의 술탄과 비잔티움의 황제, 두 제국의 리더십에 대한 치열한 탐구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조선일보 최고 평점, KBS1TV 특집 방송 등 대대적 언론 리뷰 속에 SERI CEO 필독서를 비롯한 각 단체 추천 도서로 선정됐다. 초판 38쇄, 개정판 9쇄를 찍으며 베스트셀러 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만화책으로도 출간됐다.

◇ 지도자들, ‘오스만 술탄'처럼 살다 '비잔티움 황제'처럼 죽어야

초판 출간(2012년) 이후 쇄를 거듭할 때마다 오탈자 교정 등을 했지만 미흡했다. 잘나가던 책을 절판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양심(良心)이 육체를 혹사시켰다. 균형감과 객관성을 보다 더 높인 전면 개정증보판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는 4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2만 리 떨어진 곳에서 560여 년 전 일어난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더구나 세계사의 주류에서 밀려난 사건이 어떻게 독자의 깊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선입견을 지우기 위해 얼굴도 정치적 이력도 숨긴 채 철저하게 작가로서 승부를 걸었다. 외국어의 한계, 비전공자, 완전히 다른 문화와 전통 등 장벽과 약점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아래 종군기자적 취재와 인터뷰, 반복된 현장 답사, 꾸준한 공부, 특별한 정치 역정 등으로 극복해냈다.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점, 일기와 비망록이란 가상의 장치, 철저한 고증, 균형 잡힌 시각, 최초로 도입한 QR코드, 방대한 부록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정복 사건을 기점으로 중세에서 근세로 시대가 바뀌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묻히고 역사의 변방에 머물렀던 이유는 기독교 대 이슬람교, 유럽(서양) 대 아시아(동양), 백인 대 황인, 문명 대 야만의 대결에서 결국 승자는 후자였기 때문이다.

스물한 살 청년 술탄에게 이 전쟁은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것이었다. 비잔티움 우호국이나 주변 강국과는 평화 협정을 맺으며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비잔티움에는 강온 양면 전략을 써 상대방을 흔들고 전의를 잃게 만든다. 전쟁에서는 가용한 모든 자원과 수단이 총동원된다. 해협을 봉쇄하고 지상전·땅굴전·공중전은 물론 세계 최대의 대포가 불을 뿜는다. 화염 속에서도 진두지휘하는 정복자에 의해 결국 난공불락 철옹성인 3중 성벽을 자랑하던 천년 도성은 무너진다.
 
이 전쟁을 통해 지도자의 두 모습이 드러난다. 르네상스형 인간인 술탄은 격전의 바다로 말을 몰고 뛰어드는가 하면 배를 산으로 끌고 간다. 부족 전통 유습의 나라를 술탄 중심의 중앙집권 체제로 확립하여 오스만 600년의 기틀을 닦는다. 일명 ‘달리는 리더십’이다. 반면 황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눈물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목숨을 잃을 줄 알면서도 결국 조국으로 돌아온 12인의 무명용사, 황제 최후의 연설에 감명 받아 주군과 함께 산화하는 신민들이 이를 방증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이라는 가장 처절한 상황에 임하는 인간의 자세를 그려냈다. 어떻게 통솔할 것인가, 어떤 지휘관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그런 물음들을 통해 ‘술탄처럼 살다가 황제처럼 죽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말머리를 백범 김구로 돌려보자. 『백범일지』는 김구 개인이 걸어온 길을 정리한 자서전이자 사랑하는 가족(자식)에게 유서 대신 남긴 회고록,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동지를 기리며 피로 쓴 역사서, 나라와 겨레에 바친 영원한 ‘국민 애독서’이다. 내가 엮고 풀어쓴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는 문답식 『백범일지』 해설서이다. “김구는 왜 그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가?”를 기본 전제로 두고 질문(Q)과 답변(A), 덧붙인 해설(+)로 본문을 구성했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고 풍부한 책, 재미와 의미 그리고 감동의 앙상블을 지향했다. “얽히고설킨 백범의 시대와 언행을 치우치지도 비틀지도 않으면서 정직하게 보고, 느낀 대로 말하겠다는 믿음과 용기”로 책을 써내려갔다. 백범이 “잊어버린 것은 있으나 지어낸 것은 없다”고 했던, 일지를 쓸 때의 자세를 상기했다.

김구는 특별한 인물이었는가? 아니다, 그는 상놈의 자식이었고 최악의 관상을 가진 그렇고 그런 사람이었다. 시대와 환경이 그를 ‘위대한 보통 사람’으로 만들었다. 천대(賤待)의 기억과 동학은 그에게 평등사상을 심어주었다. 화해와 통합, 포용의 리더십을 지닌 그는 늘 자신을 낮추면서 상대를 높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높아졌다. 치부까지 드러내는 솔직성, 솔선수범,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일치(초지일관)는 오늘날 우리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위대한 보통 사람 김구, 늘 자신 낮추며 상대 높여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인 안태훈과는 반란군과 토벌군으로 만나 대를 이은 인연을 이어갔다. 김구는 『백범일지』에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돔방총 소년’으로 안중근을 회고했다.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가 아들에게 수의(壽衣)와 함께 보낸 편지는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철혈남아 이봉창을 알아본 사람도 김구였다. 일본인 행색을 한 이봉창을 임정 요인들조차 미심쩍어 했지만 김구는 철저한 신뢰 속에 일을 맡겼고 이봉창은 눈물로 감화되었다. 그리하여 기꺼이 싸웠고 또 죽었다.

김구가 ‘천하영웅’이라 칭한 윤봉길. “사내 대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서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장부출가 생불환: 丈夫出家 生不還)”란 비장한 결의로 상해에 온 그가 채소를 판 홍구시장은 훗날 일제 지도층의 처단 장소가 됐으니 하늘이 예지를 내렸다고 할까. 그도 김구를 만나 죽을 자리를 찾았다. 이봉창의 실패를 거울삼아 만반의 준비를 한 윤봉길의 거사는 통쾌하게 성공한다. “윤 동지, 훗날 지하에서 만납시다!”가 청년을 사지로 보내며 한 김구의 마지막 말이었다.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다시 만난 백범의 시계와 윤봉길의 시계가 죽음마저 뛰어넘은 그들의 뜨거운 동지애를 대변한다.

그렇다, 이 나라는 거저 생긴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지나온 100년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 미래의 100년으로 희망차게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술탄과 황제 그리고 백범 김구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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