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막' 사라진 첫 주말…"기억공간 만들어 다행"
텅 빈 광장에 기억·안전 전시공간 공사 중
시민들 "진상규명 아직…추모할 때 아니야"
"낡은 천막 보기 안좋았다…전시공간 환영"
"광장 모든 시민의 것…왜 세월호 유가족만?"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이 철거돼있다. 천막 철거는 지난 2014년 7월 설치된 이후 약 5년만이다. 위 사진은 18일 오전 철거 직전의 모습. 2019.03.18. [email protected]
광화문광장에 설치·운영됐던 세월호 천막은 지난 18일 철거됐다. 2014년 7월14일 설치된 이후 약 4년8개월, 1708일 만이었다. 광장의 한 켠에는 이제 전시공간 공사 현장을 가려 놓은 가림막만 남았다.
이날 오전 만난 시민들은 원래 모습을 되찾은 광장을 둘러보며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상규명 과제가 아직 남아있는데도 텅 비어버린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들과 함께 광화문광장 인근의 서점을 찾은 이혜영(43)씨는 "문제가 전부 해결될 때까지는 천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곳이 이곳 광화문광장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훈(44)씨는 "지금은 추모가 아닌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할 때"라며 "(천막을 철거하고 추모공간을 만드는 것은) 현 상황에서 섣부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전날 저녁 가족과 함께 서울에 올라온 윤진숙(45)씨는 "천막이 철거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 현장에 한 번 와보고 싶어서 왔다"며 "참사 이후에도 계속 세월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천막 철거에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깔끔한 전시공간이 새로 조성되는 것에는 환영하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윤씨는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기억공간에서 유가족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모(32)씨는 "천막이 낡고 오래돼 보기에는 좀 안 좋았다"며 "오히려 전시공간이 깔끔하게 들어서면 언제든 추모객이 올 수도 있고 의미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이 철거돼있다. 2019.03.18. [email protected]
신모(60)씨는 "유가족의 슬픔은 이해하지만 서울의 중심이고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 광화문광장"이라며 "사고를 계속 떠오르게 하는 추모공간도 아예 광장에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50대 여성은 "국가를 위해 돌아가신 분을 위한 추모공간도 광화문에 만든 적이 없다"며 "보기에도 안 좋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광화문광장은 모든 시민의 공간"이라며 "차라리 광화문에 은행나무가 많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이 있던 자리에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만들어 다음달 12일 공개하기로 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현 분향소 위치(교보문고 방향)에 목조 형태의 면적 79.98㎡ 규모로 조성된다. 세월호 천막의 절반 규모다.
지난 18일 천막 철거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 측은 천막 내 집기와 비품을 정리하고, 17일 오전 10시 천막 내에 존치된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진행했다.
300여개의 영정은 일단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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