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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은 직진 모른다, 카시라기·마조리 '그 마음의 정체'

등록 2019.03.24 0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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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은 직진 모른다, 카시라기·마조리 '그 마음의 정체'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언제부턴가 스트레스와 우울은 누구나 경험할 만큼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2016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마음의 정체'의 저자 샬롯 카시라기, 로베르 마조리는 "정신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우울함이나 분노는 대부분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의 관계, 즉 사람과 나눈 대화, 타인의 행동, 누군가의 삶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 등이 우리의 감정을 좌우해서 생긴다. 중요한 것은 불안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대면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감정에 먹혀버린다. 자신을 잃고, 정념에 들끓다 번 아웃된다. 감정을 거세한 삶을 바라기까지 한다. 이런 악순환의 바닥에는 자기 마음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가 깔려 있다."

카시라기는 모나코철학학회 회장이고, 마조리는 그의 철학 선생이다. 철학적 지식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 섬세하게 선별한 인용문을 곁들여 인간의 감정에 대해 서술했다. 이 감정과 저 감정을 아우르기도 하고, 서로의 영역에 분명한 선을 긋기도 하며 날카로운 손길로 감정들을 분류해냈다.

"사랑에는 이유나 조건이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반드시 상대도 나를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다. 순수하게 나를 헌신하는 일에 대가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사랑은 호혜성을 보상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도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우리 주변에서 매일같이 일어난다. 그러나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약이나 한계, 이유, 조건을 달지 않고 능동태로 사랑하는 것이다."

"비방은 직진을 모른다. 비방은 활시위를 떠나 과녁 한복판에 명중하는 화살이 아니다. 비방은 지연과 회절을 무수히 거듭하는 뱀의 혀처럼 갈라진 심술에 해당한다. 비방은 명성에 흠집을 내고 싶은 상대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입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무수히 회전을 거듭하며, 여기저기 부딪혀 반향을 일으키고, 잡담에서 험담으로, 소문에서 루머로 모습을 둔갑하며, 이내 일설이 되었다가 끝내 '견해'로 몸집을 부풀리고 결국엔 그럴듯한 판단, 사실적인 판단, 진실한 판단의 무게까지 가지게 된다."

"신뢰는 언제나 온전한 하나로만 존재하며, 어떤 조건도 어떤 전제도 필요하지 않다. 절반의 신뢰는 곧 의심이나 불신을 의미하므로 더 이상 그 누구의 '피앙세'도 될 수 없다." 허보미 옮김, 448쪽, 1만7000원,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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