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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눈치보는 KBS, 정준영 직격타 '1박2일' 폐지가 답?

등록 2019.03.24 1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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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태현, 김준호, 정준영

왼쪽부터 차태현, 김준호, 정준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 2TV 대표 예능물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가수 정준영(30)의 몰카 동영상 파문에 이어 영화배우 차태현(43)과 개그맨 김준호(44)의 내기 골프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다. KBS는 곧장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1주 넘게 묵묵부답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

권재영 CP는 뉴시스에 “(1박2일 폐지 관련)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언제까지 방송·제작이 중단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이 ‘1박2일’ 관련 모든 사항을 일일이 언론과 접촉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1박2일’은 ‘정준영 동영상’ 여파로 2주째 방송·제작이 중단됐다. 오늘(24일)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원래 방송 시간인 오후 5시에서 1시간가량 늦춰진 6시10분부터 전파를 탄다. 1부인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2부 ‘1박2일’ 방송 시간에 편성된 셈이다. ‘1박2일’ 결방으로 생긴 공백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좋다’가 메운다. 오후 1시20분 재방송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18.03.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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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은 10여명의 여성들과 성관계 후 불법으로 영상을 촬영·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6년 9월에도 애인과 성관계 중 영상과 사진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1박2일’ 하차 후 4개월여 만인 이듬해 1월 복귀했다. 제작진은 2주에 걸쳐 정준영 복귀를 특집으로 다루며 환영했다. 당시 정준영은 “‘1박2일’이 정말 그리웠다”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KBS는 ‘출연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5일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애초 KBS는 정준영을 하차시키고, ‘1박2일’ 방송은 그대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이미 촬영을 마친 2회 분량의 방송분에서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만 최대한 편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준영 없이 기존의 멤버들인 차태현, 김준호, 김종민(40), 데프콘(42), 윤시윤(33), 이용진(34) 6명은 15일 오전 예정대로 녹화를 했다. 하지만 KBS는 그날 오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해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한다”며 “정준영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데 이어 ‘1박2일’ 방송도 중단한다”고 알렸다.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 의혹 때문이다. 다음날인 16일 KBS 1TV ‘뉴스9’는 ‘‘1박2일’ 멤버인 차태현과 김준호가 수 백 만 원대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을 경찰이 확보한 정준영 휴대전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재구성된 대화방에서 차태현은 2016년 7월1일 5만원권 수십 장의 사진을 올리고, 김준호 등과 내기 골프를 쳐서 딴 돈이라고 자랑했다. “단 2시간 만에 돈벼락”, “거의 신고하면 쇠고랑이지”라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발언을 했다. 그해 7월19일 차태현은 또 돈다발 사진과 함께 ”오늘 준호 형 260 땄다. 난 225“라고 인증했다. 대화방에는 ‘1박2일’의 유일용 PD(현 MBN 자회사 스페이스래빗 소속)도 참여했으나,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 삼지는 않았다.
[초점]눈치보는 KBS, 정준영 직격타 '1박2일' 폐지가 답?

무엇보다 자사에서 간판 예능인 ‘1박2일’ 멤버들의 내기 골프 의혹을 보도해 의아함을 줬다. 한 관계자는 “차태현, 김준호씨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면서도 “KBS가 보도를 안 한다고 해도 감춰질 수는 없지 않느냐. 다른 방송사에서 악의적으로 보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내부에서는 ‘KBS가 보도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차태현과 김준호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내기를 했고, 현장에서 금액을 돌려줬다면서도 “실망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특히 김준호는 2009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된 만큼 더욱 실망감을 줬다. 일각에서는 ‘하차까지 할 일이냐’며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29)로 인해 촉발된 클럼 ‘버닝썬’의 폭행, 경찰 유착, 마약, 성폭력 범죄 사건 등에 더 집중하라는 의견도 많다.

‘1박2일’은 2007년 시즌1이 첫 선을 보인 후 12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준영 동영상 파문 후 폐지 여론이 일었는데, 차태현·김준호가 내기 골프 의혹으로 하차까지 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KBS 입장에서는 꾸준히 10~1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시청률 효자 노릇을 한 ‘1박2일’의 폐지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관계자는 “10년이 넘은 예능프로그램을 바로 폐지하기란 쉽지 않다. 새 프로그램이 편성돼도 MBC ‘무한도전’이 폐지됐을 때 처럼 한 동안 침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차태현, 김준호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지 않느냐. 정준영 동영상 사건 관련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KBS는 눈치를 보며 방송 재개, 새 멤버 투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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