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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진 외감법, 상장사들 '비적정' 속출…'어쩌나'

등록 2019.03.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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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산 상장사 중 23개사 비적정 감사의견 받아 들어

상장사 다수 비적정, 신 외감법 시행 따른 것으로 풀이돼

"예정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꼼꼼이 감사볼 가능성↑"

"반대 목소리 묻혀…신 외감법, 추후 정착할 수 있을 것"

깐깐해진 외감법, 상장사들 '비적정' 속출…'어쩌나'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깐깐해진 외부감사법이 도입된 이후 결산 시즌을 맞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대기업조차도 신 외감법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그간 회계 관행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점차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사 중 코스피 5곳, 코스닥 18곳 등 총 23개사가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신한, 컨버즈 등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한정 의견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투하이소닉, 에프티이앤이,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17곳이 의견거절을 받았고 모다가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적정 이외에는 모두 '비적정'으로 분류된다.

감사보고서는 외부감사인이 결산시 감사기준에 의해 작성한 재무제표를 말한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이에 대한 의견을 달아 회사에 제출하게 된다. 상장사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까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제출받아 공시해야 한다.

올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가 많은 이유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신 외감법) 시행이 꼽힌다.

신 외감법은 지난해 11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업의 재무제표 목적의 적합성을 높이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목표로 한다.

신 외감법 시행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확대되고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 수준으로 올랐다. 달라진 외감법은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해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가 드러나면 징계로 이어지게 된다. 회계 투명성 제고 목적이지만 감사 시간, 비용 등 기업 부담이 커져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내년 시행 예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모든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비상장사들이 2020년부터 감사인을 6년 동안 자유 선임하고 그 뒤 3년 동안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제도다.

바뀐 감사인이 과거 회계를 들여다보며 적정한 감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 더욱 깐깐하게 감사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후임 감사인이 더욱 강하게 회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현 감사인들은 미리 엄격하게 감사를 보게 된다"며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 등 감사인 사이에서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교수는 "미국은 감사의견만으로 상장 상태가 변경되지 않는다"면서 "다른 회계법인 등이 감사에 나서는 등 여타 규정을 통해 코스닥 중소기업이 적절하게 완화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회계 강화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기업들의 반대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며 "주기적 지정감사인 제도 일부 기업 유예 요구가 있었으나 도입되지 않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손 교수는 "기존 감사위원회는 사측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신 외감법 도입 이후 징계, 개인 과징금 등 눈에 띄게 우호적인 의견만을 채택하기 어려워졌다"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감독기관도 수위 조정을 하는 만큼 몇 년 지나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신 외감법에 따른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제도의 착근을 위해서 소프트웨어를 잘 다져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엄청난 변화인 만큼 시장이 갑자기 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감독지침 제공 등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신 외감법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감독지침' 등을 적극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지침은 그동안 현장점검 과정에서 자주 제기된 비상장회사의 투자지분 공정가치 평가와 관련된 애로사항, 외부감사인들이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적용한 법령에 대해 관계기관과 검토한 내용 등을 참고해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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