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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오너리스크' 견제한 국민연금…시장내 역할 커질까

등록 2019.03.27 15: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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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반대로 첫 총수교체…국민연금 역할론

의결권행사 방향 사전공시…단계적으로 확대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저지된 가운데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19.03.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저지된 가운데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19.03.2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반대로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첫 대기업 총수가 된 가운데 2대 주주로서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향후 시장 내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횡령·배임과 각종 갑질로 기업가치를 훼손해 주주권 침해 소지가 있는 총수와 그 일가의 기업 지배권이 더 이상 성역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7일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 의결정족수는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이다.

이에 따라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조 회장은 20년 만에 주주들의 손에 의해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이 대한항공 지분의 33.3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총회 전날까지 이목은 2대 주주 국민연금에 집중됐다. 20.50%를 쥔 외국인 주주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11.56%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캐스팅보트'가 됐다.

25~26일 이틀간 이어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회의 끝에 내린 결정은 '이사 연임 반대'였다. 전문위원회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은 총수 일가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를 통해 기내 면세품 관련 중개수수료만 196억원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2010~2012년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인근에 '사무장 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보재정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으며 밀수, 탈세 등 혐의까지 받고 있다.

조 회장 외에 부인과 세 남매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이번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실패에는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이 주효했다.

물론 의결권 행사는 경영참여 주주권 범위에 들어가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화하면서 주주권 행사 방향을 사전공시하기로 했다. 이번 대한항공의 경우도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견을 사전에 공표하면서 무게추가 반대 쪽으로 기울었다.

앞으로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을 시작으로 올해 횡령·배임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해 해당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추진한다. 내년에는 비공개 대화에서도 개선이 없는 기업에 대해 기업명을 공개하는 등 공개 주주활동으로 전환하고 관련 의결권 안건에 반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결정이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총회에서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재선임됐다.

당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동중 경영자원혁신센터장은 4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2015년 당시 재무담당 책임자이며, 사외이사로 선임된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권순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분식회계가 반영된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았다.

실제 지난해 1~11월 국민연금은 총 2838건 가운데 18.92%인 537건에 대해서만 반대했다. 80.55%인 2286건에 대해선 찬성했으며 15건은 기권했다. 게다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부결된 건 5건에 그쳤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지우 간사는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사내이사 연임에 도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국민연금이 민의를 반영해 내린 결정"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탁자로서 관리 의무를 다하는 것인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하더라도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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