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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韓, 자유무역 추구 '코렌터(Korenter)' 선언해야

등록 2019.03.29 20: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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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추구해 온 '자유무역 정신' 큰 틀에서 유지될 것

통상교섭본부장 장관급에서 차관급 격하는 아쉬워

【서울=뉴시스】 =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다자주의는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다자주의는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국제통상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한다며 통상정책과 통상외교는 항상 국가 관심의 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시킨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장희 교수는 29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다자주의 어디로 가나?’란 주제발표를 통해 자유무역확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으로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이 WTO(세계무역기구)가 탄생했지만 중국의 등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로 다자체제가 위협받고 있지만 다자체제의 틀 안에서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다자체제복원과 새로운 질서 확립을 마련하는데 코렌터(Korea + Enter)의 지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한미경제학회 회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APEC저명인사 그룹 한국측 대표,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등 국내외적으로 국제통상분야 최고 학자로 알려진 인사로서 국제통상분야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코렌터’로 처음 명명했다. 코렌터는 다자무역체제에 능동적인 참여자라는 의미로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itain + Exit)와 대비되는 용어로 유 교수가 처음 창안했다.

유 교수는 현재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발언을 경청하는 시대가 됐다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앞세우는 국가’ ‘원칙을 준수하는 국가’ ‘정의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국가’ ‘개도국을 배려하고 원조하는 국가’ 등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다자주의 대해 앞으로 당분간 도전을 받겠지만 다시 국제무역의 질서의 중심으로 회복될 것이지만 다만 운영방식이 다자간 컨센서스(합의)보다 서로 뜻이 맞는 국가들 간의 복수(Plurilateral)간 방식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에서 현오석 전 부총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하나의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세계 통상질서의 변화에서 기인된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세계통상질서가 이제 다자체제중심으로만 유지되기 어렵지 않나 라는 의문을 던졌다. 현 부총리는 오히려 AI(인공지능) 등 디지털화의 빠른 진전으로 앞으로 통상갈등을 힘 대 힘, 양국간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아져  다자체제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뉴시스는 이날 유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요즘 국내 정치문제, 안보문제, 국내 경제위기 등등의 긴박한 이슈 때문에 국제통상 분야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국민의 관심도가 약해 진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국제무역을 통해 먹고 살아 왔던 사실을 상기 한다면 작금의 국제통상의 질서가 무너져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미국 트럼프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 미국산 구매운동, 미국인 채용운동 등이 촉발한 신 보호주의와 유럽에서 브렉시트로 시작된 자국 우선주의, 그리고 시진핑의 “중국제조업 비전 2025” 이 시사하는 경제 패권다툼은 그동안 전 세계가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쌓아 올린 WTO (세계무역기구)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우선주의·경제 패권다툼, WTO체재 위협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라운드라는 WTO 발전논의는 8년이나 지났는데도 유실 된 상태이고 심지어는 매년 개최되는 통상장관 회의에서는 국가들 간의 첨예한 이해 대립과 강대국들 간의 힘겨루기 현상 때문에 최종 선언문도 채택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면 WTO 로 대변되는 多者主義의 장래는 어찌 될 것이며 우리 한국의 정책적 대응은 어찌해야 하나?  우선 두가지 원칙에 대해 우리는 국가적으로 확실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지난 70년 동안 GATT-WTO 로 이어지는 자유무역의 노력이 전 세계경제, 특히 개도국들의 경제를 성장시키는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그리고 둘째, 아무리 강대국들의 패권싸움이 심화 되더라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앞으로도 연면히 살아 남아서 이를 열심히 추구하는 나라에게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는 확신이다.

특히 작금의 미.중간 무역전쟁에 있어서도 누가 WTO 룰을 더 많이 위반했는가를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는 옳은 편에 설 것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권한다. 중국 화웨이의 기술 불법거래와 미국의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사건은 세계 무역사상 유례없는 불상사라 아니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중국의 잘못이 크고 대응방식에서는 미국이 금도를 지키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정부가 캐나다인 2명을 억류하고 있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세계적 통상 분위기 하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인가?  먼저 1947년 이래 인류가 꾸준히 추구해 온 자유무역의 정신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봐야한다. 즉, WTO 라는 다자질서는 간헐적으로 어려움은 겪을지 몰라도 그 큰 골격은 유지될 것이라고 봐야한다.  다만 현재 16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체제에서 모든 사안이 쉽게 결의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이라도 다자주의 (multilateralism) 가 어려울 때 자유무역질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길에 동참하는 몇몇 국가들이라도 복수주의 (plurilateralism)를  만들어 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어짜피 GATT 24조 조항에는 몇몇국가간 자유무역협정 (FTA)은 만들어 갈 수 있음을 허용하고 있는 터이다. 따라서 이러한 복수주의 운동에 우리나라도 능동적으로 참여 할 것을 권고 한다.

◇한국, 과감히 코렌터(Korenter) 선언해야

둘째 한국은 이제 과감히 코렌터 (Korenter)를 선언해야 한다. Korea와 Enter를 합성한 신조어다. 즉 자유무역,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국제 기구나 국가들의 모임에 우리는 서슴치 않고 참여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하는 것이다.

영국은 EU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브렉시트를 선언한 상태이다.  그 때문에 국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반해 우리 한국은 다자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일이라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세계 7대 무역국으로서 당연히 리더십을 발휘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 나라다. 지금도 우리 정부는 TPP, RCEP, FTAAP, 인도-태평양기구, AIIB, 일대일로 등의 국제적 움직임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혹은 머뭇거리고 있는 상태다.  이 들 기구에 들어가서 자유, 공정, 균등, 복리 등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노력들을 더 충실히 이행할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서 개방적 선두 주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 과업에서 결코 뒤지는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의 신 문명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될 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로 등장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질서가 무너지면 우리경제는 살길이 묘연해 지기 때문이다.  코렌터(Korenter)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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