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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나토 "내 소설로 만든 한국 연극, 또다른 작품세계 궁금"

등록 2019.04.06 12: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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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벨라뮤즈

미나토 가나에 ⓒ벨라뮤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내가 그린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실제 배우들의 표정을 접하니, 기대 이상이더라."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46)의 서간체 소설 '왕복서간(往復書簡)'이 한국에서 연극으로 옮겨졌다. 공연제작사 벨라뮤즈가 21일까지 서울 대치동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각색 한송희·연출 이기쁨)을 초연한다.

충격적인 데뷔작 '고백'이 영화로 옮겨지고, 대표작 '리버스'가 드라마화하는 등 미나토의 소설들은 수차례 영상물이 됐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녀의 작품이 무대로 옮겨진 것은 '왕복서간'이 처음이다. 2012년 국내 번역 출간된 '왕복서간'의 주인공은 중학교 동창이자 오래된 연인 사이인 '준이치'와 '마리코'.

중학생 시절 사건에 휘말린 뒤 전후의 기억을 잃은 마리코, 그녀와 준이치가 주고 받는 편지로 15년 전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편지로만 전개되는 3편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연극은 이 중 간결하고 차가운 문제가 돋보인다는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을 연극화했다. 신의정과 진소연이 마리코, 에녹과 주민진이 준이치를 나눠 맡는다.
 
"소설이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옮겨질 때 각각의 장점이 있다.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은 부분은 마리코와 준이치가 가장 보고 싶어한 사람이 누구인지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지를 쓴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 편지를 쓸 때 저런 얼굴이었구나' '그 편지를 읽을 때 저런 표정을 지었구나'라고 깨닫는 것이다. 또 과거와 현재를 한 공간에 둘 수 있다는 점도 연극의 매력이다. 연극만의 표현 방법이 있고 그것의 장점을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일본에서는 소설이 무대로 옮겨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흔하다. "한국에서 내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 분들 머릿속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흔쾌히 동의했다"며 웃었다.

미나토의 특징 중 하나는 인물들의 시점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한 사건을 다각화해 시선을 중첩시키는 효과가 있다. '왕복서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여러 등장인물이 돼 각각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계속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빗나간 생각을 하려면 어떤 상황이 있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하고. 물론 내 생각이 기본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같은 상황을 두고 어떤 고민을 할지 생각을 계속한다."
연극 '왕복서간' ⓒ벨라뮤즈

연극 '왕복서간' ⓒ벨라뮤즈

미나토는 사고로 딸을 잃은 여교사를 중심으로 사람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얼룩을 잔인하고 생생하게 그린 2008년 데뷔작 '고백'을 통해 단숨에 '이야미스 여왕'으로 떠올랐다. 이야미스는 읽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라는 뜻이다. 그녀의 소설은 인간의 추악하고 끔찍한 본능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나토는 자신이 제일 보고 싶은 것은 인간 안에 있는 마음이라고 했다. "인간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싶다. 누구에게나 악의가 있다. 그 어두운 면이 언제 어떻게 커지는가를 관찰하고 싶다. 그것이 일상에서 나온다면 위험해지는 거다. 그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마음 속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지를 계속 들여다보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이야미스 여왕'으로 미나토를 한정짓는 것은 부당하다. 다양한 분위기와 장르의 글도 써왔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여자들의 등산일기'(비채)가 보기다.

음산하고 비장한 정서를 뿜어낸 기존작들과 상반된 분위기로 독기를 한껏 뺐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미스터리, 복수가 아닌 치유에 방점을 찍었다.

더 특기할 점은 미나토가 쉬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주부인 그녀의 성실함에 주변에서는 혀를 내두른다. "물론 나도 마감을 못 지키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기보다 눈앞에 있는 소재들을 하나둘씩 써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미나토는 기간제 교사 등 작가로 데뷔하기 전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서른이 갓 넘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5년 시나리오로 상을 받으며 방송사를 통해 데뷔했다. 갈수록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결혼, 육아 등으로 여전히 경력이 단절되는 위험에 처한 한국의 글 쓰는 여성들에게 전할 팁이 없을까.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소설가는 몇 살에 시작해도 상관 없다. 아이가 있어도 괜찮다. 우선 써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나토는 지금도 차기작 두 편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한편은 재판과 시나리오 작가가 주인공으로 재판과 영화 제작을 합친, 그녀의 주특기물이다. 다른 한편은 그녀의 넓어진 관심사가 반영됐다. 미용에 대한 글이다. "미용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새로운 것을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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