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안함·약속···무서운 어른들이 봐야할 영화 '어린 의뢰인'

등록 2019.04.10 13:45:2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왼쪽부터 이동휘, 유선, 장규성 감독

왼쪽부터 이동휘, 유선, 장규성 감독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5월 개봉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이 10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을 때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것은 '미안함'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려고 했던 것은 힘든 시간을 겪은 아이의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정역' 역을 맡은 이동휘(34)는 "인물 간에 '약속'에 대한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재밌는 영화'(2002)로 데뷔해 '선생 김봉두'(2003),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등을 통해 웃음과 감동, 인간미 넘치는 휴먼 드라마를 선보여 온 장규성 감독은 '어린 의뢰인'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오랜 연출 화두인 '죄책감'과 '반성'에 특유의 따뜻한 해석을 보여준다.

오직 성공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며 주변에는 무심하기만 했던 변호사 정엽은 우연히 만난 '다빈'(최명빈)과 '민준'(이주원) 남매와 자꾸만 얽히게 된다. 정엽은 매일 마주쳐 티격태격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신경 쓰인다. 드디어 귀찮은 아이들에게 벗어나 대형 로펌 입사가 결정된 순간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바로, 다빈이 자신의 동생을 죽였다는 자백.

다빈과 민준의 엄마 '지숙'(유선)에게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엽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인생을 바꿀 진짜 변호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이익 만을 생각하며 주변에 무심했던 변호사 정엽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태도가 변하는 모습은 관객들 역시 그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공감과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이끈다.
미안함·약속···무서운 어른들이 봐야할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는 "가족으로 맺어지지 않은 주변사람이 그런 일(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평범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어느 정도 개입해서 도와줘야 할지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사건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정엽은 나와도 비슷하다. 성공에 대한 목표를 따라 충실하게 살고 있었다. 이후 아이들을 만나며 변화한 감정들이 정엽 캐릭터를 만든 전체적 감성이었다."

 영화는 또 아이들의 엄마 '지숙'을 통해 폭력에는 정당한 이유가 단연코 없으며 아동을 상대로 한 폭력은 더더욱 용서받을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전한다. 유선(43)이 진실을 숨기고 있는 두 얼굴의 엄마 '지숙'이다.

장 감독이 '(학대의) 이유조차 없다'고 표현할만큼 악한 캐릭터인 지숙 역은 캐스팅에 큰 난항을 겪기도 했다. 장 감독은 "거의 지쳐갈 즈음에 유선씨에 대한 의견이 나왔는데 '똑같은 반응일 거야. 여배우 이미지상 좋지 않다고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인가 이틀만에 말도 안 되게 연락이 왔다"며 유선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안함·약속···무서운 어른들이 봐야할 영화 '어린 의뢰인'

유선은 "이 영화는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것', '아이가 자라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반드시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 갖고 참여"했다고 합류 이유를 밝히면서도 "어떤 인물이든 이유없는 행동은 없다. 근데 그걸 찾기에 지숙은 너무 악하더라. 작품 참여 동기는 좋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은 가해자다보니 가치가 충돌이 되더라.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며 배역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발생한 '칠곡 아동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먼저 줬고, 영화하겠다고 했을 때 망설였다. 그게 당연하다고 봤다. 근데 시나리오 보고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며 "당사자에게 '혹시 괜찮니?'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을 때 '그냥 잘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을 잊지 못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최명빈(왼쪽), 이주원

최명빈(왼쪽), 이주원

다빈 역의 최명빈(11), 민준 역의 이주원(8)은 단연 영화를 빛내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이주원은 "엄마가 없는 다빈, 민준에게 어느 날 엄마가 생긴다. 나는 이 영화를 '무서운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원래 아이들은 사랑 받고 커야하는데 다빈, 민준처럼 사랑을 못 받는 아이들 생기지 말라고"라고 당당히 말했다.

누나 역의 최명빈은 "아저씨가 도와주겠다 했는데 처음에는 '약속'을 안 지킨다. 그래서 아저씨를 미워하는데, 후에 도와주겠다고 해서 아저씨에 대한 믿음을 갖고 마음을 열게 된다. 나는 '어린 의뢰인'이 '관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모든 어른들이 위험에 처한 아이들에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한편 이동휘는 "(영화) '극한직업'을 사랑해준 한국 영화 관객 여러분 감사하다. 우리 영화도 같이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극한직업이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줄 모르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상황이라 많이 얼떨떨하다"는 감회도 전했다.

유선은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놀라운 건 아동학대의 80% 가까운 비율이 친부모에 의한 거더라. 뉴스, 영화에서 다루는 끔찍한 사건뿐 아니라 '훈육한다는 이유로', '사랑한단 이유로', '가르친단 이유로' 아이를 가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부모가 가진 악한 본성과 스트레스 푸는 것 전부 아동학대에 들어간다. 내 자식뿐 아니라 이웃의 자식까지 볼 필요가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이 아이들을 더 궁지로 모는 것 같다. 그런 깨달음과 메시지 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