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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진정한 사랑 필요한 때, 쾌락 아닌···영화 '러브리스'

등록 2019.04.10 15: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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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스피바크

마리아나 스피바크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난 누구를 사랑한 적이 없어", "행복해지고 싶어." 

영화 속 주인공 '제냐'의 대사 중 일부다. 영화 '러브리스(Loveless)'는 '사랑'이 사라진 가정에서 '행복'을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나는 가족의 이야기다. 사랑과 행복이 사라지고 찰나의 쾌락과 불행감이 팽배한 '헬조선'에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이혼을 약속한 부부가 각자 새로운 연인과 함께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처연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혼자 소리없이 울던 때 나오던 음악과 그 결이 다르지 않다. 극중 인물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 '실상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순간'이라는 감독의 뜻이 담겨있는 장치다.   

영화는 유독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15세 관람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부부가 각자의 새로운 연인과 잠자리를 가지는 모습이,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기'보다 그저 '간편한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혼율이 50%에 육박하는 러시아의 현실과 별개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쾌락주의(단순히 성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궁극적 행복보다 찰나의 기쁨에만 몰두하는 경향)를 연상시킨다. 
알렉세이 로진

알렉세이 로진

'러브리스'의 주인공은 분노와 비난으로 뒤덮인 몇 년간의 결혼생활에 사랑을 상실한 13년차 중산층 부부다.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보리스'(알렉세이 로진)와 '제냐'(마리아나 스피바크)는 아파트를 파는 문제부터 시작해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제냐는 갑작스런 임신으로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했을 뿐 남편을 사랑한 적이 없다며, 이혼을 결심하고 (표면적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회사에 다니는 보리스는 이혼을 결정한 후 머릿 속엔 온통 해고 걱정뿐이다. 그 역시 새로운 연인이 있다.

각자의 연인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그들에게 아이는 그저 서로에게 떠밀고 싶은 짐일 따름이다. 이미 각자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을 정도로 서로에게서, 둘 사이의 아들로부터 영혼은 이미 떠나있는 이들 부부는 아들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혼을 앞둔 부모가 자신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열두 살 소년 알리오샤(마트베이 노비코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실종을 뒤늦게 알아챈 부부는 함께 아이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마트베이 노비코프

마트베이 노비코프

감독은 관객에게 진정된 사랑에 대해 고민하도록 어르기도 하고, 때론 협박도 한다. 감독은 뜨겁고 타오르던 사랑이 식고, 사랑이 일이 되어버렸을 때, 그리고 그 관계를 회복하려 고군분투할 때, 그 기간을 흥미롭게 봤다고 한다. '리바이어던'에서 절대 권력에 의한 불평등을 꼬집은 감독은 '러브리스'에서 '사랑이 사라진 시대'를 적나라하게 조망한다. 부부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을 잃고 짧은 쾌락 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우리는 타인을 단지 수단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을 흉내내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의 대표적 영화감독이다. 첫 번째 장편 영화인 '리턴'으로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리바이어던'으로 제 67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각본상을 받았다. '러브리스'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상위원상을 거머쥐었다.
[리뷰]진정한 사랑 필요한 때, 쾌락 아닌···영화 '러브리스'

영화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감독은 영화 속 베드신만큼이나 노골적으로 '찰나의 기쁨이나 쾌락보다 실제적 사랑과 궁극적 행복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해보자'고 극의 전개 내내 역설한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의 상황이 반복되니 후반에 가면 지루하기도 하다. 그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4월18일 개봉. 12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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