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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수소경제,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등록 2019.04.11 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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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수소경제 관련 이슈가 연일 뜨겁다. 작년 이맘때쯤 현대자동차의 두 번째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이하 수소차) 넥쏘 출시와 대통령의 시승이 화제가 되며 수소 업계는 들썩이기 시작했고, 이후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전략투자 방향으로 수소경제가 선정되고 올해 초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연이어 발표되며 뜨거운 감자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국회 안에서도 수소 관련 포럼, 토론회 등이 매주 개최되고 있고, 수소경제법, 수소산업 육성 특별법 등 수소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어 국회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수소경제가 이슈화된 것이 정책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과거 대부분의 사례와 같이 대통령의 관심 표명으로 촉발이 됐다는데 아쉬움은 있지만, 미래를 위한 에너지와 산업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가 있었지만, 기술력 부족과 관련 법 제정 미비로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세계적으로도 기술력, 경제성 문제로 수소경제 이슈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사그라들었고, 국내에서도 정권이 바뀌며 이에 대한 관심도도 낮아졌다. 최근 수소위원회가 출범되고 수소각료회의 개최와 도쿄선언이 발표되는 등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소경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과연 이번에는 단기적 이슈 몰이에 그치지 않고 계획대로 끝까지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월27일부터 3월 1일까지 3일 동안 일본 동경에서는 World Smart Energy Week(이하 WSEW) 2019가 개최됐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여 세계 최초 수소사회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였고, 2014년에 수소·연료전지전략 로드맵을 발표하고 2015년을 수소사회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2050년까지의 에너지정책 비전과 실행전략을 담은 수소기본전략을 채택하며 명실공히 수소 에너지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를 반영하듯 일본 정부의 수소 정책을 발표하는 회의장과 일본 기업들의 수소 기술을 전시하는 전시회장에는 참관객들로 가득했다.

필자가 2015년에 이어 올해 WSEW에 참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지속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었다. 4년 전 WSEW 2015에서 일본 정부는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3단계 대응 전략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한 수소 기술 홍보, 100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 등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발표했고, 전시회장에는 현대자동차에 뒤이어 수소차를 출시한 도요타의 미라이와 혼다·이와타니의 수소충전소 기술 등이 전시되었다. 4년이 지난 2019년 WSEW에서는 100개소 이상의 수소충전소 구축 및 수소차 2,000대 보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에너팜’의 27만대 보급 실적과 함께 호주, 부르나이 등 국제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등이 소개되며 수소사회로의 이행 계획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시회장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도요타의 미라이 외에 2016년에 신규 출시된 혼다의 수소차 클래리티가 전시되어 있었고, 이와타니, 혼다, 히타치, 타츠노 등 수소충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이 이렇게 수소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펴나가고 있을 때 국내는 어떠했을까? 2013년 정부 지원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지만, 2014년에는 본래 예정되어있던 세종시 수소충전소 실증사업이 중단되며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수소충전 시설에 대한 주민 민원을 이유로 행복청에서 무상 지원하기로 했던 부지 제공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후 관련 기술개발 투자는 줄어들었고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은 대부분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개수는 수소차를 보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14개소 뿐이고 그마저도 대부분 도심이 아닌 교외에 설치되어 있다. 수소차 보급 대수는 작년 넥쏘가 출시된 이후로 많이 보급되어 현재 900대 수준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2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재시동을 걸고 있는 지금도 여러 규제로 인해 추진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정책 추진에 있어서 주민 수용성 확보는 가장 중요한 전제 요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해당 부처의 추진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 크다.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수소경제 추진 전략을 세우고 있는 요즘, 행복청은 세종시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다시금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회복되었다고 아직 지속성이 담보된 것도 아니고 수용성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수소경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와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중요한 관건으로 남아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말모이’에서처럼 전국 각지의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거수로 합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지속적인 설득과 논의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일본은 원전사고와 더불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가정 내 독립 에너지원 확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사회적 합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수소산업 내 일부 부문의 기술력 뿐이다.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이용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 확보와 관련 제도 개선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4년 뒤 우리 정부도 계획대로 정책을 충실히 추진했노라고 기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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