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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태아였다"…'낙태죄 합헌' 소수의견은 무엇

등록 2019.04.11 1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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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이종석 재판관, '낙태죄 합헌' 소수의견

"태아, 모체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다"

"여성 자기결정권과도 비교 안돼…생명 침해"

낙태 현실도 지적…"여전히 광범위하게 발생"

태아생명권, 자기결정권보다 중대 공익 판단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조용호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해 있다. 2019.04.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조용호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해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 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조용호(64·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관이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반대하며 밝힌 소수의견이다. 그는 오는 19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조 재판관은 이종석(58·사법연수원 15기) 재판관과 함께 낙태죄는 합헌임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근거를 설명했다.

두 재판관은 먼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함께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 예 등을 거론했다.

두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태아는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니다"며 태아와 임신한 여성 사이를 '미묘한 관계'로 표현했다.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명백히 '한 사람'이라거나 또는 '두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고, 모두 존중돼야 하는 생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서로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적대자라 칭할 수 없는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태아에 대해 "인간으로서 형성돼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태아는 다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인격체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적인 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아는 모체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라는 것으로, 장래에 존엄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즉,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두 재판관은 출생 전 생성 중인 생명이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생명권의 보호가 불완전한 것에 그친다고도 지적했다. 적어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때부터 출생까지의 태아는 그 기간의 구분 없이 내재적 인간의 가치를 지닌 '생성 중인 생명'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해 있다. 2019.04.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해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두 재판관은 의문을 표했다. 태아가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면, 그 생명을 적극적으로 소멸시킬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며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관이 낙태를 금지하는 것과 관련해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재판관은 그러면서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도 꼬집었다. 두 재판관은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며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벼운 제재를 할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균형에 대해 "국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로 태아를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결단은 입법자의 과제"라면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의 자유 또는 자기결정권을 주기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희생하는 것은 동등한 배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하는 정당한 공익이 있다"며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우리 헌법질서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다는 규범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해 제한의 정도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두 재판관의 결론이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기반한 제네바 선언을 사례로 들며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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