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나와 너를 찾는 항해, 더욱 깊고 넓어진 '방탄소년단 유니버스'(종합)

등록 2019.04.14 15:03: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중성 가미한 팝적인 앨범

새롭지만 이전 앨범과 연결고리

5월부터 스타디움 월드투어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19.04.03. (사진 ⓒ빅히트)       

방탄소년단 ⓒ빅히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2일 내놓은 새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의 첫 트랙 '인트로: 페르소나'에서 리더 RM(25)이 처음 던지는 질문이다.

'맵 오브 더 솔'은 '영혼의 지도'라는 뜻이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의 이론을 융 전문가로 꼽히는 머리 슈타인이 해설한 개론서 '융의 영혼의 지도'가 이번 앨범 작업 모티브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온라인 몰 '빅히트 숍'에서 이 책을 권장도서로 추천한 적이 있다. 융의 이론을 지도 제작 과정에 빗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나는 누군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항해의 닻을 올렸다.

◇더 깊고 넓어진 방탄소년단 유니버스(BU)

'자아 성찰'을 위한 항해다. "나 따위가 무슨 뮤직, 나 따위가 무슨 트루스, 나 따위가 무슨 소명, 나 따위가 무슨 뮤즈"라고 자학하지만 끝내 "난 날 속여왔을지도 뻥쳐왔을지도 그러나 부끄럽지 않아 이게 내 영혼의 지도"라고 긍정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러브 유어셀프' 연작 중 두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로 세계적 귄위의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 기록을 세우기 직전인 작년 초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해체를 고민했다. 그해 말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휩쓸며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러브 유어셀프' 연작 앨범을 내고 같은 타이틀로 월드 투어를 펼친 방탄소년단은 재작년 11월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한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19.04.01. (사진 ⓒ빅히트)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서 팀의 대표 연설자로 나서 7분가량 영어로 연설한 RM은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는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스피크 유어셀프'라는 타이틀로 캠페인처럼 번졌다. 여러 나라에서 나이와 무관하게 다양한 인종이 '스피크 유어셀프' 앞에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앨범 발매와 함께 새로 시작하는 스타디움 투어 이름도 '스피크 유어셀프'다. "디어 마이셀프.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가끔은 위선적이어도 위악적이어도. 이게 내가 걸어두고 싶은 내 방향의 척도"라고 이번 앨범에서 방탄소년단이 노래하는 이유다. 더 깊고 넓어진 '방탄소년단 유니버스'(UB)의 확인이다.

이전작들처럼 콘셉트 앨범인 이번 '맵 더 솔 : 페르소나'도 응집력이 강하다. '인트로 : 페르소나'를 비롯한 7트랙 역시 앨범 제명으로 수렴된다.

 미국 팝스타 할시(25)가 피처링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방탄소년단과 팬클럽 '아미'로 비유할 수 있는 '나'와 '너'의 상관관계가 뚜렷해 창작자와 수용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

"툭 까놓고 말할게.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 높아진 스카이, 커져버린 홀(hall). 때론 도망치게 해달라며 기도했어. 그러나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 깨달았을 때 나 다짐했던 걸. 니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렛 미 플라이"라고 노래하며 "네 전부를 함께하고 싶어"라고 갈망한다.

나머지 곡들의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유 갓 미(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아이 갓 유.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소우주), "말을 안 해도 편안할 거야. 너만 있다면 다 내 집이 될 거야"(홈), "내 노래 가사, 몸짓 하나. 말 한마디 다 내 미시감에 무서워지고. 또 늘 도망가려 해 그러나 잡네, 그래도 네가 내 그림자는 커져가도 내 삶과 넌 이퀄 사인. 그래서 나의 치유는 너의 치유"(자메 뷰)라고 노래한다.

나와 너의 공유, 교감을 이야기한 덕에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 사상 가장 밝고 가벼운 터치로 완성된 앨범"이라면서 "2년6개월 간 진행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속 '너'에 방점을 찍으며 방향을 튼 앨범은 그런 '너'의 모음을 통해 결국 발견하게 될 '나'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읽었다.

마지막 트랙인 일곱 번째 곡 '디오니소스'의 결은 살짝 다르다. "쭉 들이켜 (창작의 고통) 한 입 (시대의 호통) 쭉 들이켜 (나와의 소통) 한입(오케이 나우 아임 레이디 포 쇼"라며 '예술을 예찬'하는 곡이다. "예술에 취해 불러 옹헤야" "한 잔 꽹과리 치며 불러 옹헤야" 등의 노랫말은 세계적인 그룹이 됐음에도 '옹헤야'처럼 한국적인 요소를 위트로 삽입하는 센스는 여전함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 2019.04.12. (사진 ©빅히트)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 ©빅히트

◇대중성 가미한 팝 앨범

방탄소년단은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로 또 다시 '빌보드 200' 상위권에 자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3관왕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판매량 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빌보드200'은 강력한 팬덤이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팬덤은 앨범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번 앨범은 발매 전부터 크게 주목 받았다. 예약 판매 첫날부터 11일까지 30일째 아마존 'CD&바이닐'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유통사인 드림어스컴퍼니에 따르면, 같은 달까지 선 주문량이 총 302만1822장을 기록했다.

이번에 빌보드 차트에서 더 큰 관심사는 '빌보드200'과 함께 양대 차트로 꼽히는 싱글차트 '핫100'이다. 미국 내 개별 곡 인기 척도인 '핫100'은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요한다. 모든 장르의 스트리밍, 라디오와 판매 데이터를 혼합해 집계한다.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팝 장르를 주력으로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좀 더 북아메리카 청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트에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는 10위,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의 타이틀곡 '아이돌'은 11위를 차지했다. K팝 그룹 중 역대 최고 순위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핫100’ 톱10 진입 여부와 최종 순위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곡은 키치 사운드를 표방하는 펑크 팝 장르로,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들려준 음악 스타일보다 좀 더 편안하고 듣기 쉬운 멜로디로 구성됐다.

'소우주'는 4분의 3박자 뉴 웨이브를 기반으로 한 록 팝 장르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피처링한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역시 아련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 팝 장르다.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도 "K팝 아이돌의 매력을 견지하면서 좀 더 넓은 미국 대중을 공략할 만한 ‘팝송’을 선보인다"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세계 시장에서 호응할 만한 K팝이었다면 이번엔 K팝 아티스트가 만든 팝송이란 느낌"이라는 해석이다. "타이틀은 완연한 팝송이고, 수록곡들도 상당수는 각각 그런데, 뮤직비디오나 수록곡의 장르적 다채로움 같은 부분은 아이돌의 문법을 (내려놓을 수 있음에도) 유지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에도 콘셉트 앨범이고 연작이며 '페르소나' '영혼' '나는 누구인가' 등 진지한 주제를 중심에 놓았다. 하지만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메시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대중성에 집중했다"고 들었다. "뮤직비디오의 색감부터 말해주듯 로맨틱한 댄스 팝이다. 기존 방탄의 문제의식을 유지하면서도 타이틀곡 만큼은 더 친근해지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방탄소년단이 특기할 만한 점은 자신들의 유니버스, 즉 세계관을 꾸준히 확장한다는 것이다. 신곡이 새롭게 들리는 까닭은 완전히 다른 것을 해서라기보다 대나무마디처럼 성장의 증표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김윤하 평론가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한 없는 경쾌함이 일견 낯설다가도 부제 '보이 위드 러브(Boy With Luv)'가 5년 전 발표한 '상남자'의 부제 '보이 인 러브(Boy In Luv)'와 일맥상통한다는 점, '인트로 : 페르소나'와 '디오니소스'가 보여주는 방탄소년단 특유의 힙합 스웨그 등 앨범 구석구석 자리한 익숙한 요소에 금새 평정을 찾게 된다"고 귀띔했다.

"팝스타 할시, 에드 시런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피독까지 방탄소년단과 앨범을 위해 뭉친 이들의 하나된 호흡도 자연스럽다"고 부연했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으로 각종 기록을 쓰고 있다.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가 세계 최단 시간 신기록으로 1억뷰를 돌파했다. 빅히트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공개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는 14일 오전 7시37분께 유튜브 실시간 조회수로 1억건을 넘었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37시간37분 만이다. 세계 최단 시간 기록이다. 앞서 그룹 '블랙핑크'가 '킬 디스 러브'로 62시간 만에 유튜브 사상 최단 기간에 1억뷰를 돌파했는데, 약 24시간 앞당긴 것이다.

또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전곡이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200' 진입과 동시에 미국·영국에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13일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최신 차트(4월12일자)에 따르면,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타이틀곡으로 미국 팝스타 할시(25)가 피처링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글로벌 톱200' 4위를 차지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비롯 수록된 7곡 전곡이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소우주'가 14위, '메이크 잇 라이트'가 17위, '홈'이 19위, '디오니소스' 22위, '자메 뷰' 24위, '인트로 : 페르소나' 39위다.

국내 차트는 물론 싹쓸이 했다. 음원 공개 즉시 방탄소년단 음원을 들으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이 마비되기도 했다. 12일 음원 공개 직후 2시간 가량 불통이 됐다가 13일에도 한 때 먹통이 됐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M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의 음원 발매에 따른 트래픽 증가량이 예상보다 많아 12일에 1시간 45분 가량의 장애가 발생했고, 13일에는 폭증하는 트래픽을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과 서버 보완 작업 중에 약 1시간 15분 가량의 장애가 추가 발생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방탄소년단은 13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세계 최초로 신곡 무대를 펼친다. 할리우드스타 에마 스톤이 'BTS'라고 적힌 분홍 티셔츠를 입고서 '아미'로 변신, "방탄소년단이 올 때까지 캠핑할 것"이라고 방탄소년단 출연을 예고한 영상은 온라인에서 크게 주목 받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5월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스타디움 투어를 펼친다. 9만석 공연의 영국 런던 웸블리 2차례 공연 등 세계적인 공연장을 돈다.

웸블리는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해 지난해와 올해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다룬 1985년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열린 곳으로 영국에서 스포츠, 대중 문화 분야 성지로 통한다. 비틀스,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에드 시런 등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스타디움 공연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이후 세계에서 스타디움 투어가 가능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스타디움 투어가 가능한 뮤지션으로는 영국 밴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미국 팝스타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