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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판장' 압박받는 손학규…정병국 내세운 혁신위 검토(종합)

등록 2019.04.14 20: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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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외에 정병국 혁신위원장 임명할 수도

한시적 자리라 정 의원 측 수용 여부는 미지수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정병국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3.13.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정병국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연판장'을 반격의 카드로 들고 나오면서 당 내홍이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이제는 당을 구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우선 다음 주부터는 과반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지역위원장 연판장을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4·3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사퇴 요구를 줄곧 묵살하고 있는 손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역위원장 과반수면 임시 전당대회 소집요건을 넘어 이미 현 지도부 불신임을 확인하는 숫자"라는 게 하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실제 실행에 옮길 경우 반란이나 다름없어 파장이 만만치 않은 만큼 당내 분란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 최고위원은 "당의 근본적 쇄신을 위해 지도부 총사퇴 또는 재신임 절차가 필요하다는 충정은 완전히 묵살되었다"며 "현 체제로 당이 총선 때까지 버틸 수 있겠냐는 지역위원장들과 당원들의 우려에 대해 손 대표는 너무 둔감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을 살릴 구체적 대안과 계획도 없이 오직 자리 보존에만 급급하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손 대표는 당의 근본적 쇄신을 위해 지도부 총사퇴 결단에 동참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손 대표는 전·현직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등 30여명과 당대표 사퇴를 논의한 이태규 의원은 물론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등 '강경파'를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서로의 이견만 확인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진 상태다.

당 안팎에서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보이콧'이 장기화 될 경우 지도부의 추락한 위상이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해 사실상 '새 판 짜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15일 최고위원회의도 손 대표는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참석률이 저조해 개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
 
현재 최고위는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김수민 청년 최고위원,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손 대표가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더 임명할 경우 모두 9명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계 3명의 최고위원을 제외해도 9명 중 6명이 출석하기 때문에 당 최고위의 정상화는 가능해 진다.

다만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내분이 더 깊어지고 지금까지 중립을 지킨 의원들이 동요할 경우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오른쪽)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하태경 최고위원과 논의하고 있다. 2019.01.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오른쪽)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하태경 최고위원과 논의하고 있다. 2019.01.16. [email protected]

안창현 전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은 "손학규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은 유승민·안철수계를 단합시키기에 앞서 손학규계가 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내분이 더 깊어졌다"며 "5% 내외의 당 지지도는 박스권에 갇혀 고정되었고 리더십 부재로 당은 사분오열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바른미래당은 이제 리모델링이 아닌 리빌딩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손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바른정당계 5선 중진 정병국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주말 사이에 유력하게 검토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재 내홍이 바른정당계 출신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만큼 같은 계열의 중진인 정 의원을 내세워 기강을 다시 잡고 내분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바른정당 당대표 등을 맡은 바 있어 중량감 있는 인물로 꼽힌다.

다만 통상 혁신위원장은 선거 이후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혁신 방안을 제안하는 한시적인 자리라는 점에서 정 의원 측이 선뜻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이 창당한 지 1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당 내에 중진 의원이 많지 않다"며 "선수나 정치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의원님이 당을 대표해서 끌고 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원님의 정치 경력을 비춰볼 때 사실상 당 대표에 상응하는 권한이나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라면 당에서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바른정당계 내에서도 손 대표가 먼저 사퇴를 한 다음 당의 혼란을 추스르기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거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 체제 하의 혁신위 가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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