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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벨 콰르텟 "제대로 선보이려고 아끼고 아낀 곡들"

등록 2019.04.18 0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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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비올라 김세준, 바이올린 박수현, 바이올린 윤은솔, 첼로 조형준. 아벨 콰르텟 멤버들. ⓒJino Park·목프로덕션

왼쪽부터 비올라 김세준, 바이올린 박수현, 바이올린 윤은솔, 첼로 조형준. 아벨 콰르텟 멤버들. ⓒJino Park·목프로덕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현악 4중주 연주에 목이 말라 있었어요. 그리웠고, 이번 연주를 준비하면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죠."(윤은솔)

초심을 부각시켰지만, 현악사중주단 '아벨 콰르텟' 네 멤버들의 연주와 생각은 무르익었다.

2013년 결성 이래 '한국 실내악의 미래'로 불린 아벨콰르텟이 2년 공백을 깬다. 20일 오후 8시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세 번째 정기 연주회를 연다.

바이올린 윤은솔(32)과 박수현(30), 비올라 김세준(31), 첼로 조형준(32)으로 구성됐다. 데뷔 이후 아우구스트 에버딩 국제 콩쿠르 2위,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1위, 리옹 국제 실내악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받았다.

특히 2016년 세계적인 경연 대회인 제네바 국제콩쿠르 한국인 최초 현악사중주 부문 3위를 차지하며 '노부스 콰르텟'과 함께 한국 현악사중주단을 이끌 팀으로 지목됐다.

공백은 김세준과 조형준의 군 복무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 쉼표가 됐다며 긍정했다. 조형준은 "유학을 가고 연주를 하며 쉼 없이 달려오다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라며 흡족해했다.

이들의 농익은 음색은 아벨콰르텟이 데뷔 시절부터 간직해 온 버킷리스트를 통해 전달된다. 프로그램이 만만치 않다. 전쟁에 고통받는 인간 내면의 처절함을 그린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3번, 기술적인 완성도를 요하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6번, 곡의 색채감과 실내악단 개성의 조화가 중요한 드뷔시 현악사중주로 채웠다.

멤버들은 "결성 당시 추억이 담겨 있는 곡들이에요.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었는데, 제대로 선보이고 싶어 아끼고 아꼈던 곡들"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아벨 콰르텟은 제네바 콩쿠르를 앞두고 변곡점을 겪었다. 멤버 공백이 생겨 오스트리아 빈 음대에서 수학 중이던 박수현이 급하게 합류했다. 당시 '사알못'(4중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박수현은 "혹시나 팀에 방해가 될까, 악보에 끊임없이 메모하고 연습하고 익혔어요"라고 돌아봤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 받는 이 대회에서 3위도 높은 성적인데 본인 탓에 더 높은 순위를 받지 못한 것 같아 조바심도 들었다. 멤버들은 손을 내저었다. "수현이 덕에 3위를 할 수 있었어요."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현악사중주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지막 4중주'(2012·야론 질버맨)만 봐도 안다.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섬세한 현들의 합을 보여줘야 하는 현악사중주단은 연주시간뿐 아니라 내밀한 삶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왼쪽부터 비올라 김세준, 바이올린 윤은솔, 바이올린 박수현, 첼로 조형준. 아벨 콰르텟 ⓒJino Park·목프로덕션

왼쪽부터 비올라 김세준, 바이올린 윤은솔, 바이올린 박수현, 첼로 조형준. 아벨 콰르텟 ⓒJino Park·목프로덕션

아벨콰르텟 역시 솔리스트로도 충분한 개성 강한 이들이 뭉쳤다. 윤은솔은 일찌감치 콩쿠르를 휩쓸었다. 박수현은 클래식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에 관심이 있으며 '가구 만드는 사람'을 꿈 꿨을만큼 다재다능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비올라로 주악기를 바꾼 김세준은 이 악기처럼 배려심이 많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룬다. 그는 아벨콰르텟의 구심점이다. 중학교 때까지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수영선수인 조형준은 체력과 끈기로 팀의 활력을 담당한다.

윤은솔은 "콰르텟 활동을 하면서 음악뿐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덕분에 계속 성장을 해왔고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됩니다"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블루칩이다. 핀란드 헬싱키 연주를 비롯, 쿠흐모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나르디 페스티벌 등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조형준은 "해외 연주 일정이 계속 잡히고 있어요. 저희가 몰랐던 길이 계속 열리고 있죠. 그 열린 길에서 주어진 부분들을 착실하게 해나가고 싶어요. 연주자들에게 계속 불림을 받은 자체는 뿌듯한 일이죠"라고 한다.

팀 이름의 '아벨'은 히브리어로 '생명력', '숨'을 뜻한다. 실내악에 젊은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항상 초심을 지닌 것처럼 매번 펄떡거리는 연주력을 보여주며 팀 이름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김세준은 "구체적인 모델이나 목표를 정하지 않고 다시 시작을 할 거예요. 정해놓으면 오히려 생각을 가둘 수 있으니까요. 그게 더 어려울 수 있지만 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는 거라 더 셀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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