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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미 감독 "장애극복보다는 음악에 방점찍고 싶었다"

등록 2019.04.21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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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 감독

손미 감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다큐를 하기 전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 일이 없었다. 깊게 생각해볼 기회도 없었다. 지속적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운 게 많다. 친구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고, 지지해주는 부모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음악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손미(36) 감독은 18일 개봉한 영화 '뷰티플 마인드'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케스트라를 주인공으로 하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 처음에는 호흡이 잘 안 맞고 힘든 일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결말로 나아간다. 그로부터 최대한 멀리 가고 싶었다."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장애를 딛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10세부터 30세, 천재부터 노력파, 장애인부터 비장애인까지, 실력도 개성도 제각각인 뮤지션들이 '서로의 차이'에 귀 기울이며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맞추어간다.
[인터뷰]손미 감독 "장애극복보다는 음악에 방점찍고 싶었다"

개개인이 지닌 '삶의 속도'에 주목했다. 배움의 속도, 사람과의 관계 맺기의 속도가 다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내밀한 감정과 사연을 하나씩 짚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의 오케스트라는 비슷한 실력의 사람이 모이는데,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는 그렇지 않다. 잘하는 친구들이 못하는 친구들을 가르쳐줘야 하는 상황이 있다. 실력이 좀 떨어지는 친구들이 굉장히 잘하는 친구한테 주는 영향도 있다. 오케스트라 밖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각자 다 잘 하는 게 다르다. 뛰어난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서로 속도를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2월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류장하 감독의 유작이다.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된 조성우 음악감독이 류 감독에게 아이템을 먼저 제안했다. 공연을 본 류 감독은 손 감독에게 공동연출을 제안했다. "당시에 내가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미드에 빠져있을 때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흔쾌히 공동연출 제안을 수락했다."

류 감독에 대해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찍는 현장을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다. 항상 영화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몸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 현장에서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나와 계속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음의 빚처럼 갖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 '순정만화'(2008) 외에 다른 것도 썼는데 영화화되지 못했다. 영화감독은 작품에 자기 모습이 남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이 다큐멘터리가 되는 바람에 류 감독의 모습이 많이 담겼다. 슬프면서 반가운 마음도 든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인터뷰]손미 감독 "장애극복보다는 음악에 방점찍고 싶었다"

정기 연주회를 클라이맥스로 정해두고 그를 위해 달려가는 구성이 아니다. 뷰티플마인드 뮤직 아카데미 단원들의 일상을 계속 쌓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제각각의 변화가 그려진다. 다층적으로 인물을 바라보기 위해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활용했다.

"카메라 3대를 돌렸다. 찍어놓은 게 많아서 편집할 때 힘들었다. 류 감독과 나는 당시에 촬영이 끝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뭘해도 그들이 사랑스러워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편집 기사와 많이 소통하면서 작업을 했다. 편집 기사는 현장에 오지 않고, 촬영 영상만 보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관객처럼 판단하기가 좋다. 아이들 각자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 지점, 뷰티플마인드 앙상블 오케스트라로 모이게 된다."
[인터뷰]손미 감독 "장애극복보다는 음악에 방점찍고 싶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은 장애인 학생들이다. 감독은 그들을 장애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 그들의 일상을 평범한 뮤지션, 평범한 사람들의 삶으로 봐주기를 바란다. "연출을 하기 전에 장애와 관련된 책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게 없었다. 다큐의 매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언제 촬영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웠다. 오케스트라가 연습할 때마다 매번 찾아갔다. 최대한 우리의 시선을 배제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연습하는 것을 계속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도 느꼈다."

"음악이든 뭐가 됐든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이 있다. 그 때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지 않나.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이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냐'고 많이들 물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이 안에 나온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이들의 앞날을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청했다.
[인터뷰]손미 감독 "장애극복보다는 음악에 방점찍고 싶었다"

손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나왔다. 2008년 단편영화 '시향의 브람스'를 연출했다. 피아노 교습소를 억지로 다니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또래 여자 아이들 커뮤니티의 복잡미묘함을 그렸다. 그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음악적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제안으로 피아노학원을 다녀야만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감독이 될 줄은 몰랐다. 흘러가는대로 살자는 주의다. 이번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도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순간순간에 집중한다. 앞으로 감독으로서도 그렇게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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