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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석기 감독 "수영에 과학 적용, 힘 덜 쓰고 기록↑"

등록 2019.04.21 06:02:00수정 2019.04.21 10: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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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승

수영 영상 분석서비스 All of Swim 오픈

박석기 감독과 박태환

박석기 감독과 박태환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박태환(30)을 세계 최고 선수 반열에 올려놓은 박석기(67)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비를 통한 과학적인 분석과 이를 토대로 한 체계적인 훈련법으로 건강한 수영을 돕는 '올오브스윔 아카데미(All of Swim Academy)'가 그것이다.

올오브스윔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 등 수영 선진국들의 시스템과 판이하게 다른 열약한 국내 실정에 고민을 거듭하던 박 감독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의 박준원 전 GA코리아 지점장과 손을 잡고 직접 서비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수년간의 밑그림 작업을 거쳐 최근 선을 보인 올오브스윔의 주목적은 스포츠 과학을 통한 수영인들의 목표 달성 지원이다. 영법의 자세와 기록을 객관적인 분석 데이터를 통해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영 실력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호주의 경우 수학자, 물리학자, 의료진이 한데 모여 데이터를 두고 선수와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꿈에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답답해서 움직이게 됐다. 제대로 제공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훈련을 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체개발한 분석 프로그램과 수영장에 배치되는 국내 최초 2채널 영상 장비는 선수들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빠짐없이 담아낸다. 이를 통해 스타트 자세, 킥, 영법, 턴 등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영상 분석은 박 감독과 호주에서 국가대표와 스포츠 과학팀 팀장을 지낸 구범모 매니저가 함께 한다.

세부 내용은 무척 구체적이다. 한 회원의 분석 자료에는 '머리와 어깨가 84도 벗어나있다. 이 경우 앞면 저항이 많아져 힘의 폭과 상체 표면이 넓은 큰 남성들은 앞면 저항이 훨씬 커지게 된다'고 적혀있다. '가상 캐칭 궤도와 현재 캐칭 궤도의 시간차가 있다. 현재 캐칭 동작은 1.23초'라는 지적을 토대로 '처음 25m는 롤링으로만 가고 마지막 25m는 오른손 또는 왼손만 젓는 편이 유리하다'는 세부 해결책도 제시한다.

박 감독은 "수영을 하는 이들은 본인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한다.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정확히 교정해주는 이는 많지 않다. 원인을 찾아 해법을 주는 것이 주 목표"라고 전했다. "영법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엄청난 차이다. 손발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좋은 수영이냐, 힘든 수영이냐가 결정된다. 힘을 덜 쓰면서 좋은 수영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박 감독은 예전부터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했다. 국가대표 총감독 시절에는 당시 생소했던 선수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멜버른 세계선수권을 3개월 앞둔 2006년 12월에는 박태환 전담팀 사령탑을 맡아 그를 남자 자유형 400m 세계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우려 섞인 시선에도 잘 나가던 박태환의 영법에 과감히 손을 댔고, 이는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올오브스윔 영상 분석

올오브스윔 영상 분석

올오브스윔은 시작 단계임에도 제법 입소문이 났다. 초기에 분석을 의뢰했던 이들이 효과를 설파하면서 생활체육인들은 물론 마스터스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과 엘리트 선수들까지 속속 모여들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현 지도자도 최근 박 감독을 찾아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한 선수는 겨우내 교정을 받고 100m 기록을 4초나 줄였다.

수년 간의 호주 생활은 박 감독이 시야를 더욱 트이게 했다. 대한수영연맹이 온갖 비리로 표류하던 시절, 박 감독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제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이 중 한 명이었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결국 박 감독은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을 당했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은 박 감독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넘어간 호주에서 조용히 수영 지도에 전념했다. 이때 눈에 띄는 성과로 호주 수영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1600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호주 유나이티드 클럽과 걸음마 단계인 올오브스윔이 제휴협약을 맺은 것도 그때 눈도장을 찍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 감독은 "시드니에서 클럽 운영했다. 호주 선수들을 이기고 싶어서 만들었다. 몇 개월이 지나자 교포팀이 호주애들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태환이를 데리고 경기에 나설 때는 다 친구처럼 대해줬는데 우리가 잘하니 다들 적이 되더라"고 껄껄 웃었다.

현재 아마추어와 동호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박 감독은 클럽을 직접 운영해 엘리트 선수들을 키울 생각도 갖고 있다. 목표는 세계기록이다.

"태환이와 이루지 못했던 세계기록 보유자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환경, 좀 더 확실한 프로그램으로 운동을 해야한다. 최소한 본인의 수영을 알고 해야 한다. 적어도 어떤 준비를 해야만 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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