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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드 시런, 더 깊어진 마술

등록 2019.04.21 22:18:13수정 2019.04.21 23: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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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벗 유 허드 잇, 달링 유 룩 퍼펙트 투나이트(But you heard it, darling you look perfect tonight).♪♬"

타이밍도 '퍼펙트'였다. 영국 팝 수퍼스타 에드 시런(28)이 히트곡 ‘퍼펙트’를 부르자 노랫말이 마치 자연에 주문을 걸은 듯,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 멋진 자연 조명은 시런의 붉은 머리와 잘 어울렸고, 그와 관객들의 마음은 뭉근하게 불타올랐다. 관객들의 스마트폰 플래시들도 멋진 조명이 됐다.

시런인 4년 만인 21일 오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펼친 내한공연은 그가 왜 현존 최고 팝스타인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목소리와 기타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바로 녹음해 반복해서 들려주는 장치인 '루프 스테이션'만으로 여느 밴드 못지않은 음향과 밀도의 공연을 선보이는 마술을 이번에도 부렸다.

4년 전 올림픽공원 내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 첫 내한공연 때보다 사운드의 밀도는 더 빽빽해졌고, 목소리의 솔 감성은 더 깊어졌으며, 무대 매너는 더 능수능란해졌다.

시런은 2017년 정규 3집 '디바이드(÷)'를 발매하고 스타디움 투어를 돌았다. 그해 10월 아시아투어의 하나로 두 번째 내한 예정이었으나 ‘오른쪽 손목 골절 및 왼쪽 팔꿈치 골절 부상’으로 아시아 투어가 통째로 취소되면서 내한이 무산됐다.

'디바이드'는 세계에서 1500만장이 넘게 판매되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 2018'에서 최고 영예인 '톱 아티스트'를 비롯해 '톱 남성 아티스트' '톱 핫 100 아티스트' '톱 송 세일스 아티스트' '톱 라디오 송스 아티스트' '톱 라디오 송' 등 시런에게 트로피 6개를 휩쓸게 한 앨범이다.

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작년 세계적인 공연장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4일간 공연했는데, 밴드 없이 솔로 공연하는 아티스트 중 가장 큰 규모다.

3집 타이틀인 '÷'가 왼쪽 위에 새겨진 기타를 들고 시런은 '공연 장인'다운 무대를 뽐냈다. '올 오브 더 스타스'부터 '기브 미 러브’까지 이어지는 메들리의 유연함은 대단했다. 특히 '기브 미 러브'에서는 그가 보기 오른쪽 객석에서 낮은 음, 오른쪽 객석에서 높은 음을 내게 만들며 관객을 자신의 노래에 코러스로 활용하는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영화 '호빗' 삽입곡인 '아이 시 파이어'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도록 유도하며 그루브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원'을 부를 때 루프 스테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기타의 몸통을 때려 만든 리듬과 감미로운 기타 소리가 이 장치를 통해 계속 반복됐다. 이 곡에서 히트곡 중 하나인 '포토그래프'로 넘어갈 때, 자연스러움은 해가 지고 뜨는 것과 같았다.

드라마틱한 루프스테이션의 활용은 '낸시 멀리건'이 정점이었고 땅거미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뒤 들려준 '싱'에서는 열정이 넘쳤다. 객석에서는 "오-오-오-우-오(Oh-Oh-Oh-Ooh-Oh)"가 멈추지 않았다.

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에드 시런 ⓒ프라이빗커브

그가 무대 뒤로 들어가고 객석에서 앙코르를 외치자, 시런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그는 앞서 영국 가수 앤 마리와 함께 만든 '2002'를 발표했다. 2002년에 대한 추억을 그린 곡인데 한국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갈 정도도 꽤 인기다. 우리는 2002년에 축구에 열광했다. 음악은 직접적인 추억이 얽히지 않아도 이처럼 삶과 기억을 공유하게 만든다. 이날 시런은 '2002'를 부르지 않았지만 일주일 전 마리가 내한, 이 곡이 관객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웠다.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셰이프 오브 유'를 들려준 시런은 마지막까지 제트기처럼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유 니드 미, 아이 돈트 니드 유(You Need Me, I Don't Need You)'가 마지막곡이었는데,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전투적인 랩이 팬들을 열광케 했다. 2시간가량 스탠딩으로 열렸고, 해가 진 뒤 꽤 날씨가 쌀쌀했음에도 팬들 역시 지치지 않았다.

붉은색 머리카락 때문에 진저(생강)로 통하는 그는 다른 팝스타만큼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무대 장악력은 그에게 남다른 후광을 이번에도 부여했다. "섹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4년 전 내한공연을 앞두고 시런은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연은 아웃사이더들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많고, 그게 마음에 든다. 나와 팬들은 음악으로 위안을 찾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날 공연에는 힙스터들로 넘쳐났다. 시런 역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그룹인 한국의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하는 힙스터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그는 무대 위에서 혼자 노래하며 행복해했고 팬들의 반응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시런의 마법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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