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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구 25% 의료 '사각지대'…대북제재로 의료품 수입 '뚝'

등록 2019.04.22 16: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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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170만명 치명적 질병에 노출

2011~2015년 1588억 의료용품 수입

2016년 대북제재…의약품공급 '열악'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21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2018.08.21.(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21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2018.08.21.(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북한 인구 4명 중 1명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어린이 170만명은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이후 의약품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을 지어주는 방식의 단순 구호 활동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북한 보건의료 분야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북한인구의 25%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2017년 2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가 발행한 '기억해야 할 잊혀진 위기지역 12곳'에 나온 수치다.

'통일의 인구·보건·복지통합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북한에서 출산 시 출혈(30%), 빈혈(13%), 감염(12%), 난산 및 임신중독증(12%) 등으로 인한 모성사망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항생제나 기초의약품이 부족하고 산원 내 장비와 시설의 낙후로 인하여 수혈, 감염 예방, 합병증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의약품관리법' 제32조에는 "의약품 보관용기의 회수리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물자 부족으로 의약품 포장용기 재사용을 국가가 권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로 인한 감염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

북한 사회 전반의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배급 체계를 통한 의료 물자 및 의약품 공급은 유명무실해지고 시장을 통한 조달이 일반화됐는데, 이 때 계층 간 의료이용 격차와 대증적 대응에 그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북한에선 중국에서 만들어진 정통편이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져 일상적으로 과다 복용하는 편인데 해당 의약품은 마약 성분이 있어 남한에선 금지 약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포괄적 제재로 변한 2016년 이후 대북 제재는 의약품 공급 문제를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북한 내 의약품 생산 공장으로는 순천제약공장(평남 순천), 평양제약공장(평양), 평스합영공장(평양), 함흥제약공장(함흥), 나남제약공장(청진) 등 10여개 중앙제약공장이 있지만 3~4종의 항생제와 설파제 등 20여중의 합성의약품을 생산하는 정돠.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의약품의 원료를 구할 방법이 생산 수준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7개국 이상 국가로부터 약 1억413만달러(약 1588억원)의 의료용품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액의 약 68.2%가 중국에서 수입됐는데 이 중 91.5%가 의약품이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생산기계 노후화와 열악한 보수 문제가 겹치면서 제약공장들은 의료 수요 충족 목적보다 아편과 같은 마약류나 비아그라 등 건강기능성 식품을 위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예로 순천제약공장은 국방위원회에서 주문하는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 간단한 의약품만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인력(보건일군)은 인구 1만명당 32.9명으로 전 세계 평균인 14.2명의 2배가 넘지만 대북 제재 해제 없이는 의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자원과 현대적 기술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연구진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의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은 단순 구호나 지원 활동에 대한 것 이상의 보다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 북한 보건의료 체계의 진정한 회복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전체 거버넌스와 소프트웨어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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