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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추인에 바른미래 내홍 격화…이혼 수순?

등록 2019.04.24 07: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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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11' 박빙…1표 차로 4당 합의문 추인

유승민 등 바른정당계 "엉망진창" 강력 반발

"싸움 이제 시작" 지도부 사퇴론 더 커질 듯

변수는 사개특위 오신환·권은희…반대 던질까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끝난뒤 김관영 원내대표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4.23.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끝난뒤 김관영 원내대표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바른미래당이 23일 진통 끝에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골자로 한 여야 4당의 합의문을 추인했으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명운을 걸며 추진한 선거제 개혁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지만, 단 한 표 차로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는 점에서 "무리한 표결을 진행했다"는 바른정당계의 반발이 거세다. 당 안팎에서는 갈등이 탈당, 분당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합의문을 추인했다.

불과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것이다. 당에서 그동안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의원들은 바른정당계(8명)와 국민의당 출신인 이태규, 김중로 의원 등이다. 최종 개표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계에서 1명이 더 반대 의견으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표결까지 과정도 순탄하지 못했다. 어떻게 표결할 지를 두고 '과반 찬성 결정'과 '3분의 2 찬성 결정'으로 의견이 갈린 탓이다. 이에 최종 합의문 투표에 앞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표결을 한차례 더 진행해야 했다. 해당 투표에서도 결과는 '12대 11'로 나와 과반 찬성에 대한 의견이 한 표 앞섰다.

국민의당 출신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표결 결과가) 박빙이 될 줄은 몰랐다"라면서도 "의총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치개혁, 사법개혁에 한 획을 그은 데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 입장인 바른정당계에서는 불과 한 표 차이로 추인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언주 의원이 당원권 정지로 표결이 제한되지 않았다면 '12대 12' 결과가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의 현실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라며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이언주 의원 당원권 정지부터 시작해서 아주 패스트트랙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가 선거제 패스트트랙 처리 강행을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끝내고 의총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4.2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끝내고 의총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처럼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만큼 이번 표결 결과가 지난 4·3보궐선거 참패로 불거진 '지도부 책임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른정당계 의원은 통화에서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지도부가 보궐선거에서도 형편없이 진 것도 문제인데 지고 난 뒤 비전 제시도 없고, (패스트트랙 같은) 중대 사안에 갈라치기 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의원도 표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의원들의 뜻을 대변하지 않고 당론으로 정한 공수처안을 가지고 가서 내다버리고 민주당 안을 그냥 받아온 다음 당론이 정해진 것을 과반수 통과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절차를 자행 중이다. 오늘 과반수 표결은 택도 없는 소리고 원내대표의 신임부터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줄 탈당, 분당 사태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미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은 패스스트랙 추인에 반발하며 이날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아무도 탈당하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이 과반수 추인됐지만 당론 확정은 안됐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막을 여지는 남아 있다"라고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패스트트랙 문제에서 12대 11로 첨예하게 갈라진 데서도 보이듯 현 당 지도부는 당을 화합해서 이끌 능력을 상실했다"라며 "지도부 총사퇴와 혁신적 재구성만이 당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패스트트랙 소관 위원회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안건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사개특위 위원 수는 18명으로 한국당 의원 7명에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 권은희 의원 중 한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무산된다. 특히 오신환 의원은 바른정당계다. 정개특위 위원인 김동철, 김성식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찬성 입장이다.

찬성 입장인 한 의원은 "위원들 어깨가 무겁겠지만 (반대 압박을) 막아줘야 한다. 원내대표가 설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사개특위 두 위원들이 평소의 소신을 잘 지켜 주리라 믿는다"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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