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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대혼란 부른 '오신환 사보임'…패스트트랙 열차 멈추나(종합)

등록 2019.04.24 19: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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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서 '비토' 공언…4당 중 1표라도 이탈 시 부결

선거제-검·경수사권 등 패스트트랙 전체 무산될 위기

바른미래 지도부, 오신환 사보임 강행 시도 일단 불발

유승민 "지도부 전원 사퇴해야"…분당 사태로 치닫나

초유의 국회의장실 소동, 여성의원 성추행 논란까지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자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승민 의원, 오신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찾아 확인한뒤 아직 제출되지 않았음을 알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04.24.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자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승민 의원, 오신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찾아 확인한뒤 아직 제출되지 않았음을 알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04.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사보임'이 선거제·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오 의원이 24일 사개특위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함에 따라 자칫하면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한 나머지 패키지 법안인 선거제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처리도 불가능해진다. 오 의원의 사보임 여부에 패스트트랙의 명운이 걸리게 된 셈이다. 사보임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위 의원을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사보임을 강행하려는 지도부와 이에 반발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로 쪼개져 강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보임 신청계를 물리적으로 막는가 하면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되는 등 당은 사분오열 상태에 놓였다.

오 의원의 사보임 가능성이 불거지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총력 저지를 선언한 자유한국당은 사보임 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몰려갔다. 한국당은 사보임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이날 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4당 추인 하루만에 패스트트랙 '스톱' 위기

전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각 당 의총에서 추인한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 법안 중 선거제 개편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통과해야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

2개 특위 모두 재적위원이 18명씩으로 재적 5분의 3, 즉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개특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등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 소속 위원이 총 11명이어서 산술적으로는 특위 의결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 의원이 비토(veto·거부)를 공언함에 따라 패스트트랙 열차는 출발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분열을 막고 제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사개특위에서 오 의원을 비롯해 여야 4당 위원 중 한 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패스트트랙 지정은 부결된다.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이유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일정으로 의장실을 나가려 하자 김명연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19.04.24.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일정으로 의장실을 나가려 하자 김명연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19.04.24.  [email protected]

공수처 설치가 무산되면 선거제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나머지 패키지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 어려워진다. 여야 4당 공조의 핵심축인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이 절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번 패스트트랙 협상에 임해 왔다.

◇바른미래, 吳 사보임 시도…분당 촉매제되나

표면적으로는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사보임하고 대신 패스트트랙 찬성 입장인 의원을 넣으면 해결되지만 당내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오 의원의 사보임이 바른미래당의 분열을 넘어 분당(分黨)으로 가는 촉매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날 의총에서 불과 1표 차로 패스트트랙이 추인될 정도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터였다. 이런 가운데 실제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이뤄진다면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의 연쇄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안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저는 단연코 사보임을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개특위 사보임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회의장실과 의사과에 접수하며 결사항전 태세에 들어갔다.

오 의원이 끝까지 패스트트랙 비토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당 지도부는 사보임을 강행키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 등이 '사보임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표결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쪽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즉각 행동에 나섰다. 유 전 대표와 오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사보임 중단을 주장하며 긴급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 명의로 국회 의안국에 사보임계가 제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의안국 문을 막아 서기도 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가 팩스로 사보임계를 접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도 사보임계는 넘어오지 않았다. 의안국도 문을 닫기로 해 이날 사보임계 접수는 사실상 불발됐다.

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말을 바꿨다고 비판하면서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시도에 대해서 잘못을 사죄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도 "어제 의총과 오늘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이제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 전원은 더 이상 당을 끌고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로 항의 방문을 한 가운데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일정이 있어 의장실을 나서며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만졌다. 이에 한국당은 문희상의장이 성추행을 했다며 사퇴요구를하는 긴급의원총회를 열었다. 2019.04.24.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로 항의 방문을 한 가운데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일정이 있어 의장실을 나서며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만졌다. 이에 한국당은 문희상의장이 성추행을 했다며 사퇴요구를하는 긴급의원총회를 열었다. 2019.04.24. [email protected]

결국 패스트트랙 열차에 시동이 걸리지도 않은 채 바른미래당은 회복하기 어려운 내상을 입은 셈이다.

◇정국 대혼란…한국당 "사보임 허가말라" 文의장과 충돌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가 패스트트랙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자 패스트트랙 결사 항전을 다짐한 한국당이 사보임 저지에 나서는 등 정국도 대혼란에 빠지는 모습이다.

한국당 의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의회 무력화 세력과 투쟁하겠다"고 결의한 후 사보임 허가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장실로 몰려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위 위원은 임시회 회기 중에 원칙적으로는 사보임이 불가능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사보임할 수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퇴장하려는 문 의장을 막아서고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 의원의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위원을 교체하겠다는 사보임은 정도가 아니다"라며 "허가한다면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를 함부로 패스트트랙 길로 가게 해서 대한민국 헌법을 무너뜨리는 데 의장이 장본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의장이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다. 검토해보겠다"면서 한국당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여기서 검토하고 대답을 바로 달라"고 요구하며 대치하는 한국당 의원에게 문 의장이 "멱살을 잡으려고 하느냐"고 따지는 등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장실을 빠져나오려던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을 밀어내며 신체 접촉이 있었고 성추행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한국당 여성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들은 백장미를 들고 모여 국회 정론관에서 문 의장의 성추행을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는 등 국회는 종일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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