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 "한민족은 靈의 문화"

등록 2019.04.25 10:44:50수정 2019.04.26 14:38: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아파트 숲 속에 무속문화를 지키는 양종승(67) 관장의 샤머니즘박물관이 있다.24일 만난 양 관장은 이틀 전 무업을 그만두는 하직굿을 한 무당이 기증한 온갖 무구들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신을 모시는 무당이 사회적으로 폄하되고 왜곡되고 기를 못편다"면서 "남의 복을 빌어주는 무당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봐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무당들의 권익을 높이고 그들의 기를 살려줘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수집을) 하게 됐다"고 한다. "무당은 자기 자식에게 무업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무속 관련 물건들을 사용하다가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태워 없앤다. 전통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왜 태울까, 땅에 묻을까 생각하다가 불태우려던 무당들의 물건들을 수집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지금까지 모은 무속 관련 자료는 3만여점에 달한다. 무복, 무구, 책을 비롯해 무속을 기록한 영상, 사진, 포스터, 신문 기사 등 다양하다. 벽 한 쪽에 걸린 포스터를 가리키며 "무복 등 실제 유물은 2만여점, 기록물은 1만점이 넘는다"며 "이 포스터는 23년 된 것이다. 당시 국립민속박물관 무당 유품전 포스터로 1장 밖에 없을 정도로 귀하다"고 소개했다. 포스터는 1996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큰무당 우옥주 유품전'를 알리고 있다.

유 관장과 샤머니즘박물관의 전신인 금성당과의 인연은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시절 시작됐다. "이종철 관장이 있을 때인 1994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관으로 근무했다"며 "물리적으로 사립 박물관을 운영할 수 없었다. 유물은 계속 수집했다. 2012년 국립박물관에서 퇴직한 후에야 박물관 운영의 꿈을 이뤄야겠다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무속을 연구하다가 금성당의 존재를 알게 된 양 관장은 금성당이 개발로 없어질 위기라는 말을 듣고 금성당 앞에 드러누워 개발에 반대했다. 이후 LH공사를 상대로 개발 반대운동에도 나섰다. "고려 문화는 다 없어졌다. 조선시대 민초 문화도 다 없어졌다. 남아 있는 문화 대부분은 지배층 문화"라면서 "민초들을 짓밟은 지배층의 문화인 유교문화만 우리문화라고 하면 안 된다"며 민초의 문화, 사회 밑바닥 계층에서 시작된 민속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결국 금성당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됐다. 이후 은평구는 금성당을 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에 위탁, 수입 창출을 하려고 양해각서를 두 차례 체결했으나 유야무야됐고, 양 관장에게 운영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5월 개관식에서 양 관장은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문화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샤머니즘박물관은 개관 3년 만에 소장유물을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제6차 서울시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는 "화주당이란 동일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신앙대상으로 존재해왔다는 점, 화주당이라는 서울 무속역사의 중요한 당의 유물이라는 점, 제작 시기가 비슷한 유물임에 전승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괄로 시 민속문화재로 지정한다"고 심의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양 관장은 "화주당 무신도 16점이 왔다"며 "화주당이 강남구에 있었는데 그 지역이 개발되면서 없어졌다. 당주의 딸이 돌아가셔서 팔지도 못하고 있던 당주 물건을 하직굿을 하고 이곳으로 모셔왔다. 이 화주당 무신도 16점이 올해 서울시 문화재가 됐다"고 자랑했다.

샤머니즘박물관은 27일 남북의 평화통일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금성당제를 연다.

금성당은 전라남도 나주 금성산의 금성대왕과 금성대군(1426~1457)의 충의 정신을 받들어 매년 봄가을 대규모 금성당제를 개최한다. 금성당 주신은 전남 나주의 금성대왕이다. 고려 충렬왕 때 금성산신을 금성대왕으로 일컬었으며 정녕공으로 봉해 쌀을 내리고 국가 제사를 지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금성당에 위치한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조선 시대에도 1393년 나라를 지키는 '으뜸이 되는 산'이라는 뜻에서 금성산신을 '호국백'에 봉했고, 1414년 소사(小祀)에 편제됐다. 서울로도 금성신앙이 유입돼 진관동, 망원동, 월계동에 금성당이 세워졌다. 나주의 옛 지명인 '금성'에서 군호를 딴 금성대군도 금성당에 모셔졌다.

양 관장은 "올해 금성당제에 무당 30명이 온다"며 "아침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이번 당제에서는 악, 가무, 극의 원형을 볼 수 있다. 고려, 조선, 근·현대까지 이어온 전통 의례를 따랐다. 인간문화재들도 오고 제물도 옛날 식으로 차린다"고 전했다. 

금성당제의 굿거리는 모두 24거리다. 황토물림, 앉은 부정청배, 주당물림, 지신밟기, 이말산 궁인 혼맞이, 금줄치기, 금성대왕· 금성대군·이말산 궁인을 모시는 유교식 제례, 앉은 가망청배, 제당맞이, 진적, 천궁맞이, 산맞이, 서낭맞이, 큰거리, 무감서기, 대신말명, 군웅, 제석, 무감 서기, 성주, 창부, 계면, 제당배웅, 뒷전 등이다.

"한민족 문화는 영(靈)의 문화"라고 믿는 양 관장은 "무속 유물이 공공 유산으로 남아서 한민족의 뿌리로 구실을 하는 것, 고려 청자, 김치, 판소리가 아닌 한민족의 뿌리는 무속문화와 그 유물에서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 샤머니즘박물관의 소임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