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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라울리 "오페라, 한번 경험하면 평생 즐기는 예술"

등록 2019.04.25 16: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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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라울리 ⓒ예술의전당

제니퍼 라울리 ⓒ예술의전당

이재훈 기자 = 소프라노 제니퍼 라울리(39)는 '스포츠 가족'과 살았다. 가족들은 배구, 축구, 농구 등 구기 종목에 탁월했다. 라울리도 몸을 움직였다. 춤이었고, 발레였다.

발레 덕분에 클래식음악을 배웠다. 하지만 오페라는 몰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가 전환점이 됐다. 자신의 하숙 집 가족과 대형 공연장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봤는데,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서 스무살에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하게 된 소프라노가 라울리다.

라울리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너무 감흥이 강렬하게 왔다. 해야겠다는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라울리는 예술의전당이 30일 오후 7시30분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로 한국 무대에 처음 선다. 토스카'는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통한다.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최고봉 격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휩쓸고 간 불안한 시기의 로마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세 남녀의 사랑과 증오를 그린다.

프리마돈나 토스카와 그녀의 연인 카바라도시, 그리고 토스카를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스카르피아 남작의 이야기다. 핏빛과 비극으로 얼룩졌으나,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서정적인 선율이 일품이다.

라울리는 현역 최고의 토스카로 통한다. 최근까지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단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토스카' 공연을 했다. 2020년에는 현역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 통하는 안나 네트렙코와 이 역을 나눠 맡는다.

2막에 등장하는 유일한 토스카의 솔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라울리의 음성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오페라 팬들의 기대는 부풀었다.

'토스카'는 프랑스 극작가 빅토리앙 사르두의 사실주의 동명 희곡이 바탕이다. 라울리는 오페라 출연 전부터 이 희곡을 읽어 작품을 알고 있었다.

제니퍼 라울리 ⓒ예술의전당

제니퍼 라울리 ⓒ예술의전당

"희곡에는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토스카는 어렸다. 열여덟살, 열아홉살 가량이었고, 첫사랑에 강렬한 사랑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첫 남자친구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 열정이 질투를 부르고, 인내와 폭발을 만든다. 어린 나이에 순진하게 처음 사랑에 빠진 토스카가 겪는 하룻밤은 소녀를 여성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그런 부분에 공감이 많이 간다."

이번 '토스카'는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콘서트 오페라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정식 오페라 공연보다 시각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대신 연주와 노래에 더 집중한다.

라울리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함께한 무대에서 거장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겡의 지휘로 '토스카' 콘서트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연기와 노래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 좋은 형식"이라고 여겼다.

작년 초 뉴욕 메트에서 공연한 '일트로바토레'에서 한국 테너 이용훈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리허설이 짧았지만, 경험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어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놀라운 시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한국에 간다고 하자 스무살 남동생이 자신을 부러워했다며 웃었다. "청소년기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꽂혀서 매일 말춤을 췄다. 내 결혼식에서도 그 춤을 췄다. 아직 한국에 온 적이 없어 많이 부러워하더라"고 전했다.

클리블랜드 출신인 라울리는 2010년 카라무어 뮤직 페스티벌에서 도니체티 '로한의 마리아' 주인공 역에 대타로 투입되면서 세계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4년 '라 보엠'의 '무제타'로 메트에 데뷔한 뒤 이 극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늦게 오페라를 접한 만큼, "오페라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친구들을 오페라로 끌어들이려는 열정"이 그녀의 원동력이다. "한번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면, 평생을 즐길 수 있는 강력한 예술이다.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오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편 이번 '토스카'를 통해 미국 지휘자 존 피오레도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예술의전당의 또 다른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2017), '피가로의 결혼'(2018)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카렐이 이번에도 연출한다. 카바라도시 역에는 이탈리아의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스카르피아 역에는 이탈리아의 루치오 갈로가 캐스팅됐다. 서울시향이 연주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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