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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119구조견 삶…혹독한 훈련·몸도 성하지 않아

등록 2019.04.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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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고 몸 성하지 않아 분양처 못찾고 안락사 위기

인명구조 위해 사람으로 치면 하루 밥 한 공기만 먹어

구조견 헌신 예우해야…"예산문제로 추모탑 설치 무산"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올해 은퇴하는 119 인명구조견 케빈'은 운이 좋은 경우다. 일반인에게 분양돼 제2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고 몸이 성하지 않다는 이유로 분양처를 찾지 못하고 안락사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 구조견들이 적지 않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1만배 발달된 후각과 50배의 청각 능력으로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의 위치를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산에서 조난되거나 건물 붕괴시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경우다.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힘든 곳까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30명 이상의 역할을 너끈히 해낸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구조견의 삶은 녹록지 않다.

30㎏ 안팎의 날렵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500~600g의 사료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밥 한 공기 정도다. 언제 출동해야 할지 몰라 배불리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식사 후 곧바로 달리면 위가 뒤틀려 죽을 수도 있어서다.

훈련 과정도 혹독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6~18개월 이상 핸들러(훈련교관)의 통제 하에 양성 교육을 받은 뒤 단계별 평가를 거쳐야만 비로소 국가공인 구조견이 될 수 있다. 강인한 체력을 위해 쉼없이 뜀박질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의 몸 길이보다 수 배 높은 장애물을 넘거나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극한의 훈련을 겪어내야 한다.

구조 업무 특성상 어떤 순간에도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 온순한 성품과 험한 산악 지형 등 악조건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대담성이 요구된다.

출동에 투입되면 길게는 일주일간 수색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장시간 계속되는 생존자 탐사를 견뎌내는 지구력도 길러야 한다.

구조견 1마리를 배출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 못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도 2억원 가량 든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열린 ‘제9회 소방청장배 119 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핸들러와 구조견이 장애물을 통과하고 있다. 2019.04.22. wjr@newsis.com

【대구=뉴시스】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열린 ‘제9회 소방청장배 119 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핸들러와 구조견이 장애물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DB)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8년 강원도 원주소방서에 구조견이 최초로 도입됐다. 구조견 사관학교 격인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가 국가 차원에서 구조견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부터다. 그간 42마리의 구조견을 탄생시켰다.

민간(삼성)에서 보급 받은 12마리를 포함해 총 54마리가 중앙119구조본부와 17개 시·도 소방관서에 배치돼 1998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920차례 출동해 362명(생존 167명·사망 195명)을 구조해냈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활약 중인 구조견이 29마리 뿐이다. 21마리는 은퇴했고, 4마리는 폐사했다. 

위험한 재난 현장을 누비다 보면 성한 곳이 있을리 없다. 관리 소홀 등으로 병을 얻기도 한다. 은퇴하더라도 분양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행 '인명구조견 관리운용 규정'에 따라 일반에게 무상 분양을 우선 추진하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난치성 전염병 혹은 병적 고통이 있어도 안락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제2의 구조대원으로서 평생을 인명 구조에 헌신하는 구조견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명구조견센터 관계자는 "구조견을 양성한 이래 안락사한 적은 없다. 모두 자연사했다"며 "매번 예산 문제로 구조견 추모탑 설치 계획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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