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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현장 100여회 출동 '탑독' 케빈 올해 영예로운 은퇴

등록 2019.04.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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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간 구조견 대활약…시신 18구 찾아내 가족 품에 돌려줘

재난현장 100여회 출동 '탑독' 케빈 올해 영예로운 은퇴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케빈. 케빈아." 제16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모인 수십여 명의 관람객이 케빈을 여러 차례 불러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박해영 핸들러(훈련교관)의 호령에 즉각 반응하곤 내달렸다.

케빈은 지난 24일 치러진 '제9회 소방청장배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고의 인명구조견인 '탑독'(TOP DOG)에 뽑혔다. 탑독의 영예는 201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내년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올해 고령으로 은퇴하게 돼서다.

벨지움 말리노이즈 수컷 케빈은 2010년 4월생으로 만 9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예순을 훌쩍 넘는다.

구조견 사관학교 격인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에 훈련견으로 2011년 11월 들어와 5개월여 간 양성 교육을 받은 뒤 2012년 3월 구조견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5월에는 정식 1급 산악·재난 구조견이 됐다.

케빈은 구조견으로서 활동 기간이 7년1개월로 비교적 길다. 이기원 핸들러의 바통을 이어받아 박 핸들러와 같이 활동한 것은 2013년부터 횟수로 6년째다.

그간 총 100차례 재난 현장에 나가 시신 18구를 찾아내 가족 품에 안겨줬다.

특히 2013년 11월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을 강타했을 때 현지에 파견돼 사상자 구조를 도왔다. 2015년 5월에는 네팔 지진 현장에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수색활동도 폈다.

그러나 고령인 탓에 더이상 구조견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박 핸들러의 설명이다.


【세종=뉴시스】 지난 24일 제16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치러진 '제9회 소방청장배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 모습. 2019.04.26. (사진= 소방청 제공)

【세종=뉴시스】 지난 24일 제16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치러진 '제9회 소방청장배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 모습. 2019.04.26. (사진= 소방청 제공)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산악지역 임무가 잦아 구조견에게 상당한 스피드와 체력을 요구한다. 장기간 계속되는 실종자 탐사를 견뎌내는 지구력도 필수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어 신체활동이 둔해지거나 질환을 앓게 되면 은퇴 수순을 밟는다.

통상 7~9살, 길게는 10살까지 구조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케빈의 경우 늦은 은퇴다.

케빈은 연내 일정 규모의 견사를 갖춘 일반 가정에 무상 분양될 예정이다.

구조견은 은퇴하더라도 동고동락한 핸들러와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여건상 핸들러가 보살펴줄 수 없을 때 분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8년 강원도 원주소방서에 구조견이 최초로 도입됐다. 국가 차원에서 구조견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부터다.

그간 42마리의 구조견을 탄생시켰다.

민간(삼성)에서 보급받은 12마리를 포함해 총 54마리가 중앙119구조본부와 17개 시·도 소방관서에 배치돼 1998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920차례 출동해 362명(생존 167명·사망 195명)을 구조했다.

현재는 케빈을 포함해 29마리가 구조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명구조견센터에서 훈련견 18마리가 2년 과정으로 구조견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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