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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 美·中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등록 2019.04.26 20: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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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용호 경희대 특임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김용호 경희대 특임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국제정세는 트럼프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커다란 분기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이후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압박과 견제로 인한 미중패권전쟁으로 트럼프집권 기간만이 아니라 이 패권전쟁은 신냉전시대를 주도할 것이며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리더십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호 경희대 특임 교수(중앙선거관리위원)는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기존 정치이론이 거의 쓸모가 없게 되었다며 미국 대외정책은 과거와 분명히 달라졌으며 이로 인해 중국도 상당히 당황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교수는 특히 북핵 협상과 관련, 이미 북핵협상은 본질적으로 파탄난 상황이지만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 때문에 마치 계속 협상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6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개최한 조찬포럼에서 ‘미중패권전쟁과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트럼프의 일방적 보호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중국에 대해 강경한 무역전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강경한 대중국압박정책 외에도 백인노동자들의 고용개선을 위한 정책과, 반이민정책 등 어느 정치인도 꺼내기 힘든 이슈에 대해 미국우선정책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중국압박정책은 경제와 무역외에도 기술, 외교안보, 해양 등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트럼프 집권기간만 일시적으로 추진되다 없어질 성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분쟁의 해결 양상이 앞으로 미중 패권전쟁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미중패권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중전략적 협력관계의 조화를 추구해 나가되,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과학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강대국들로부터 무시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서 현오석 전 부총리는 미중 싸움은 소위 대학 때 드링킹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다며 미중 누구에도 득이 안 되고 전 세계가 모두 힘들어 지는데 국제기구나 G21에서 중재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에 미중 싸움을 보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미중패권 다툼으로 북핵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 질 것 같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리더십 등장도 어려워 질 것 같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뉴시스는 이날 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과거에는 양국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관여(engagement) 정책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관세 폭탄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견제(balancing) 정책으로 크게 전환된 결과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후 무역 및 경제가 급성장하여 최근 연간 약3500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상대적 퇴조를 보이면서 G2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더욱이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이 개인권력 강화와 함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걸고 일대일로, AIIB, “중국제조 2025“ 등에 바탕을 둔 초강대국화 정책을 구사함에 따라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었다.

◇美공화당과 민주당, 중국 위협론 공유

작년 펜스 부통령이 불공정 무역, 비관세 시장 장벽, 기술 탈취, 남중국해 문제, 중국의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 신장 위구르의 이슬람교 탄압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을 비판함으로써 미중간의 신냉전(a new cold war)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 위협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이후에도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미중간의 패권경쟁은 무역 전쟁 외에 기술 패권 경쟁, 외교안보 갈등, 남중국해 등에서 해상 주도권 싸움, 군비 경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미래 핵심 산업에서 최강이 되려는 “중국 제조 2025”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안보론 등을 내세우며 중국의 경제적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약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위협 속에 중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폐지, 시장 개방 확대, 기술 강제 이전 방지,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에 맞서 5G, AI, 반도체, 항공우주 분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해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을 시도하자, 미국의 공군과 해군이 중국군의 레이더망을 비롯한 기동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공해전투(Air-Sea Battle) 전략을 도입하였다. 특히 시진핑이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국방개혁과 함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개발, 달나라 로봇 탐사 등을 시도하자 트럼프행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 조약(INF)>을 탈퇴한 후 새로운 미사일 개발을 준비하는 한편 우주사령부 창설을 논의하고 있다.

◇미중, 新 냉전 발생할 가능성 가장 높아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은 양국의 리더십 성향, 경제력과   군사력, 인구 추이, 양국의 대응 전략, 정치사회적 내부 합의와 결속력, 동맹국과 우방국의 지지와 지원을 비롯한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의 향후 전망을 보면 1) 미중간의 신 냉전; 2) 미국의 독점적 패권 지위 회복; 3) 중국의 패권 획득; 4) 투키디데스 함정; 5) 미중의 글로벌 공동 리더십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미중간의 신 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강대국 정치의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군사 안보, 무역, 경제, 사회, 교육,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책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포석을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학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미중간의 기술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바,  우리나라가 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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