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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졸라 "한국인, 탱고와 비슷한 감정·정신 공유"

등록 2019.04.28 11: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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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첫 내한공연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봄아트프로젝트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봄아트프로젝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졸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음악은 우리를 나타내고 상징한다. 탱고는 피아졸라의 전과 후로 명확하게 나뉜다. 탱고 음악의 역사와 내 개인의 삶에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천재적인 음악성은 탱고를 이해하고 듣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의 음악을 연주하고 그의 유산을 널리 알리는 건 매우 영광이고 진정한 기쁨이다."

탱고를 클래식 장르로 격상시킨 아르헨티나의 뮤지션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정통 계승자로 통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이 첫 내한공연한다. 5월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4일 오후 5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겸 반도네온 연주자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클럽이나 뒷골목에서 남녀가 자유롭게 추던 탱고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이다.

탱고의 어원은 '만지다'는 뜻의 라틴어 '탄게레'에서 비롯됐다. 19세기 유럽의 춤과 음악이 아르헨티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리듬이 섞이면서 생긴 복합적인 음악의 산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라 보카' 지구가 탱고의 발상지다. 이민 온 유럽 노동자들이 하루의 일을 끝내고 피로와 향수를 달래기 위해 뒷골목 선술집으로 모였다. 이곳에서 먹고 마시며 여인들과의 춘 정열적인 춤이 탱고의 시작이다. 고단한 삶의 기록이었고, 처절한 몸부림인 동시에 희망이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봄아트프로젝트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탱고는 감정의 복합체"라고 정의했다. "탱고는 힘, 우울함, 슬픔, 열정, 관능이다. 탱고의 메인 악기인 반도네온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모든 감정들이 탱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진실하고 독특하며 개성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는 전설적인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1890~1935)이 나타나며 전성기를 맞았다. 1930년 군사 쿠데타에 의해 금지가 되면서 열기가 잦아 들었다. 영원히 소멸될 것 같았던 탱고는, "탱고도 재즈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설파한 피아졸라의 등장으로 인해 부흥하게  됐다. 처음에는 클래식음악과 탱고 양쪽에서 모두 비난받은 그의 음악은 '누에보 탱고'로 불멸이 됐다.

피아졸라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부인 라우라 에스칼라다 피아졸라는 고인의 유산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직접 다섯 명의 솔로이스트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라우타로 그레코(반도네온), 세바스티안 프루삭(바이올린), 크리스틴 자라테(피아노), 세르기오 리바스(콘트라베이스), 게르만 마티네즈(기타)다. 이들은 20년 이상 월드투어를 하며 도발적이고도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줬다.

피아졸라는 다양한 형태의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작업했다. 가장 아꼈던 구성이 5중주단이다.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구성은 피아졸라가 가장 애착을 가진 조합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봄아트프로젝트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봄아트프로젝트

이번 내한 콘서트는 피아졸라의 유산 중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들을 선정해 프로그래밍했다. '친친', '천사의 밀롱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상어', '아디오스 노니노' 등 10여곡을 들려준다.

특히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겨스타 김연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선보인, 그녀의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배경 음악으로 친숙하다. 피아졸라가 돌아가신 아버지 '노니노'를 추모하며 쓴 곡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는 피아졸라와 그의 부친 사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공개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뉴욕에서 자랐으며 17년 동안 살았다. 피아졸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뉴욕이 피아졸라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도시'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복싱을 배우며 유년시절에 풍부한 경험을 한 피아졸라를 아버지 노니노는 항상 격려했다. 노니노는 아들에게 항상 말했다. '먼저 움직여라', '먼저 주먹을 날려라', 이런 충고들이 아마 그의 악동적인 기질을 만들었을 것이다." 매일 밖에서 싸움만 하는 피아졸라에게 어느 날 반도네온을 선물한 사람은 아버지 노니노다.

이번 연주에는 해금 연주자 강은일이 특별게스트로 나온다. 피아졸라의 아름다운 곡 중 하나인 '오블리비언'(망각)을 함께 연주한다.

"전에 해금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반도네온이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것처럼 해금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악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협업하기로 결정했다. 기쁘고 흥분된다. 재능이 있는 강은일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 기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음악을 통해 어우러지는 아주 상징적인 무대가 될 거다."

한국인들에게 피아졸라의 음악이 친숙한 이유는 정서와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드미컬한 베이스를 기반으로, 반도네온이 자아내는 구슬프고 애절한 선율이 한이 많고 시름이 많은 한국인과 통한다는 것이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한국처럼 군사정권, IMF 외환위기 등 비슷한 정치적,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이 첫 내한임에도 한국 청중과 소통할 것이라 기대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비슷한 감정과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문화를 초월한 음악을 통해 두 문화 간의 특별한 만남 기대한다. 언어는 국가나 문화에 관계없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또 언어가 때때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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