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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부흐빈더 "한국 클래식 공연장에는 젊은 관객 있다"

등록 2019.05.06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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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전문 피아니스트

7일 대구콘서트벤하우스

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일 강동아트센터

11일 아트센터 인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금까지도 베토벤은 내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다. 처음 베토벤을 연주했을 때부터 루돌프 부흐빈더라는 사람의, 그리고 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가 6년 만에 내한공연한다. 12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의 환생'이라 불리우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무려 50회 이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펼쳤다. 베토벤 작품들의 연주사 발전에 큰 획을 그었으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세 차례나 발매했다.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베토벤을 연주했는데 베토벤은 항상 자신을 매료시켰다는 고백이다. 어린 시절에도 베토벤에게 감정적으로 늘 끌렸다. "비엔나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브루노 자이들호퍼의 마스터클래스 오디션 때 연주했던 '비창' 소나타가 바로 그 첫 감정을 느낀 기억"이라고 돌아봤다.

열렬한 악보 수집가이자 연구자이기도 한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악보 에디션을 무려 39판이나 소장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세심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안목과 흠 잡을 데 없는 건반 컨트롤, 풍부한 색채의 터치로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악보 에디션 35종 판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 사이 늘었다. 부흐빈더는 빈체로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새로 나오는 에디션과 아직 연구해보지 못한 에디션 등 다양하게 모으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프란츠 리스트 에디션으로 연주한다. 리스트는 위대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지만, 에디터로서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운지법에 집중했다.

"베토벤의 운지법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테크닉과 운지법, 즉 우리만의 베토벤을 개발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우선 베토벤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담겨있는 에디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그래서인지 프란츠 리스트의 에디션은 자주 손이 가곤 한다. 악보들은 그냥 모으는 것이 아닌 실제로 연구하고 연주할 때 사용한다."

부흐빈더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고 베토벤에만 천착한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100장이 넘는 음반을 남겼는데, 이 중 다수의 앨범으로 여러 음반상을 받았다.

베토벤 컬렉션 말고도 다른 작곡가의 악보도 수집한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차이콥스키, 브람스 등이다. 때로는 그림도 수집한다. "예술을 수집하는 일은 정말 아름다운 취미인 것 같다. 한 예술가의 생애와 역사를 수집하는 것과 같으니까. 최근에는 고전영화도 수집하고 있다. 프로코피예프나 차이콥스키 같은 작곡가의 음악이 배경에 흐르거나 하면 참 반갑더라."
[인터뷰]부흐빈더 "한국 클래식 공연장에는 젊은 관객 있다"

무엇보다 베토벤 팬들에게 2020년은 남다른 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기 때문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부담 또는 책임감이 없을까?

부흐빈더는 "난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기 때문에 나의 2020년은 다른 시즌과 비교해서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까봐 걱정이다. 하하. 202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베토벤을 연주할거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금 특별하게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새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베토벤의 역작이자 대규모 변주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모토로 한 프로젝트다. 이 곡을 존재하게 한 안톤 디아벨리처럼 나도 11명의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을 작업해볼 거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막스 리히터, 토시오 호소카와, 탄둔과 같은 저명한 작곡가들과 음반 작업과 공연까지 준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예정이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음반을 세 번이나 발매했다. 청자들은 부흐빈더의 베토벤 연주에 관해 '보다 자유로워졌다'라고 표현한다. 본인 역시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베토벤에 대해서 더욱 연구하고 알아갈수록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바로 그 감정이 해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베토벤이라는 한 예술가는 내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선물처럼 안겨준 것 같다."

이번 내한공연 역시 베토벤 소나타로 채운다. 그런데 그가 직접 엄선한 베스트 프로그램이라 각별하다.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 25번 그리고 23번 '열정'이다. 자유로워진 동시에 "아직도 베토벤의 작품은 내게 매번 질문을 던진다"며 여전히 학구적으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을 찾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한국은 클래식 공연장에 가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방문할 때 마다 큰 힘이 되곤 한다. 다른 나라의 클래식 공연장에는 한국만큼 젊은 관객들이 없다."

부흐빈더는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이전에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일 강동아트센터, 11일 아트센터 인천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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