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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취임 2년]②기대 못 미친 '소주성'…경기 침체 우려 속 시험대

등록 2019.05.08 06:01:00수정 2019.05.13 09: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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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표, 소득 분배 악화…최저임금 인상 등 부작용

경제 정책 부정 평가 62% 달해…여론 악화 조짐 뚜렷

글로벌 경제 하강 조짐, 한국도 1분기 '역성장' 쇼크

시험대 오른 소주성…정책 기조 유지하되 일부 보완

文, 비메모리 등 3대 육성 산업 선정 기업 투자 유도

일각선 우려 목소리도…"재벌 중심 경제 정책 회귀"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2019.04.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2019.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지난 2년간 성과가 가장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유도했다. 최저 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확대, 복지 강화 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국민 소득을 늘리면 소비와 성장이 뒤따라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시스템은 기대처럼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현 정부에서 고용 지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 부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 주체들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늘면서 지난해 실업률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3.8%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2016년 100만명을 돌파한 뒤 2017년 102만3000명, 2018년 107만3000명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17년 31만6000명에서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해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득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 지난해 전체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지만 1분위(하위 20% 이내)와 2분위(하위 20~40%) 소득은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1분위 가구는 10.2%나 줄었고 2분위는 2.9% 감소했다. 반면 5분위(상위 20% 이내)는 9.6%, 4분위(상위 20~40%) 4.8%씩 소득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분배 지표 중 하나인 '5분위 배율'(5분위와 1분위 소득의 격차)은 2017년 4분기 4.61배에서 지난해 4분기 5.47배로 악화됐다.

국민 여론도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주요 정책에 대해 여론조사한 결과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62%에 달했고, 긍정 평가는 23%에 그쳤다. 복지, 외교·안보, 대북, 교육 등 모든 분야 중 가장 나쁜 평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에는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17%에 그쳤고 긍정 평가는 54%에 달했지만 지난해 8월 조사 때 긍·부정 평가가 역전된 뒤 빠르게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6%에 달했는데, 응답자의 44%는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해결 부족'을 꼽았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면서 노동시장 안에 있는 근로자들의 상황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적인 가계 소득은 4.0%, 근로소득은 5.5%씩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 5분위 배율은 4.67배를 기록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같은 구조 개선의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소득과 분배 지표가 개선되고 소비와 성장도 탄력을 받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에서 지난달 3.3%까지 낮출 정도로 글로벌 경기는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이 돌발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도 성장 흐름이 꺾였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에 그쳐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모두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은 글로벌 무역 전쟁과 세계 경기 부진, 반도체 경기 하강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2.6% 감소했다. 민간 소비(0.1%)와 정부 소비(0.3%)는 0% 대 증가세에 그쳤고, 설비투자(-10.8%)는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늘릴 경우 고용과 소득은 물론 소비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문 대통령과 경제 원로들 간의 오찬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 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의미가 있지만 바로 성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성장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워낙 상황이 안 좋으니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나아질 수는 있지만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어느 정도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을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기 진작을 위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용 시장 안에서의 상황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고용 시장 바깥으로 밀려나 있거나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며 "정부가 공공일자리 확충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민간 일자리 창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기술발전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고용구조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사회 안전망과 고용 안전망 강화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화성=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04.30. photo1006@newsis.com

【화성=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04.30. [email protected]


특히 정부는 거시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 정책의 다른 한 축인 '혁신 성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신산업 육성 정책은 4대 플랫폼 경제(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5G)와 8대 선도산업(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 시티, 드론,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중 3개 분야를 따로 언급한 것은 단기적으로 많은 민간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은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 등 대기업들이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던 분야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직접 찾아 대규모 투자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재벌·대기업 중심 정부주도형 경제성장에 기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걱정한다"며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경제의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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