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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스트리지 "보컬리스트인 내게는 슈베르트가 최고"

등록 2019.05.07 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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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케임브리지 철학·역사학 박사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

이안 보스트리지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적인 성악가'로 유명한 영국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4)는 수식의 굴레에 빠져있지 않았다.

보스트리지는 e-메일 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해서 노래를 준비했다 하더라도,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언제나 감정의 표현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철학, 역사학 박사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성악을 잊지 못해 1990년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성악가의 길을 결심한 특이한 이력이다. 한번도 정식으로 레슨을 받지 않다가 1991년 영국연방정부 음악협회 영 콘서트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93년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아홉살 때 전설적인 리트 전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1925~2012)의 권유로 정식 데뷔했다.

미성으로 바흐, 헨델 등 고전 레퍼토리를 비롯해 슈베르트, 독일 가곡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단숨에 급부상했다. 특히 음악에 대한 학구적인 접근과 독창적인 해석을 높이 평가 받는다.

지난해 서울시향 상주음악가를 지내며 한국 팬들에게 친숙해진 보트르리지는 '2019 서울국제음악제'를 통해 다시 내한한다. 성악가들이 앞 다퉈 협연을 청하는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59)와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슈베르트 2019'라는 타이틀로 3차례 공연한다.

[인터뷰]보스트리지 "보컬리스트인 내게는 슈베르트가 최고"

'슈베르트 가곡의 스페셜리스트'답게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전곡을 차례로 들려준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10일 오후 8시 겨울나그네, 12일 오후 8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14일 오후 8시 백조의 노래를 부른다.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 가곡에 관해 "보컬리스트인 내게는 슈베르트가 최고다. 테너에 맞는 곡을 여러 곡 써준 것에 감사해하고 있을 따름"이라며 고마워했다.

자타공인 슈베르트 전문가인 그는 1996년 데뷔반인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다. 이후 그래미상 후보에 15차례나 올랐다.

전문적인 기고와 집필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슈베르트 '겨울나그네'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담아낸 그의 책은 폴 로저러프 쿠퍼 상을 받았다. 한국어를 비롯, 세계 1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출판됐다.

"슈베르트는 가곡 분야에서 가장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명작곡가다. 당연히, 슈베르트가 리트의 기반과 기본 요건을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작곡한 멜로디 또한 상당히 놀라운 것이 많다. 화음을 상당히 혁신적으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인터뷰]보스트리지 "보컬리스트인 내게는 슈베르트가 최고"

보스트리지의 삶에 슈베르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 극의 구실에 관한 책을 2021년 출간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전쟁·인종·성별 관련 문제를 다루는 강의도 준비 중이다.

스웨덴 피아니스트 올리 머스토넨(52)의 성악·피아노·첼로를 위한 새로운 작업,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9)와의 작업, 그리고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49)가 작곡한 신곡으로, 멜다우와 함께 미국투어를  도는 특별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

우선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하는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의 신호탄인 이번 공연에 주력한다. 보스트리지는 프로그램에 관해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에서 시냇물이 청년 밀러의 동반자이며, '겨울나그네'의 방랑자에게 겨울의 전경은 적대적이다. '백조의 노래'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이 세 연가곡집 모두 축제의 주제와 잘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보스트리지가 생각하는 지구촌이 직면한 환경문제는 무엇일까. "우리 인류는 지금 자원 고갈, 환경 파괴, 생물종의 멸종 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공연을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는 "나도 인류가 실천해야 할 환경 보존에 도움이 되거나 환경 보호 정책과 부합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성찰도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더욱 글로벌한 사회를 구축해 함께 해결안을 모색하는 반면, 지역적인 협력도 증대해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트리지의 세계관은 음악에만 갇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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