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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업무능력 저하?'…고령자 생산활동 경제적가치 300조

등록 2019.05.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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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생산적 활동 가치 추정

무급가사일 증가…"기회 없어서 일수도"

"정부, 복지 등 따져 정년 연장 추진해야"

【세종=뉴시스】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와 장래인구추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 등을 이용해 계산한 '노년기 생산적 활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액'. (그래픽=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세종=뉴시스】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와 장래인구추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 등을 이용해 계산한 '노년기 생산적 활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액'. (그래픽=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55세 이상 고령인구 절반 가까이가 하루 평균 2시간30분씩 일하는 우리나라 노년기 생산 활동의 경제적 가치가 300조17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를 앞둔 만큼 '고령화는 곧 생산성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 연장, 고령 친화적인 직장 환경 조성 등을 고민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급노동 가치만 177조원…가사활동 가치 급증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초고령사회 대응 노년기 생산적 활동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자 황남희 연구위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인구가 참여하는 생산적 활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 300조1700억원으로 추산됐다.

55세는 고령자 고용 촉진법 등 법으로 정한 고령 인구 기준이다.

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와 장래인구추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55세 이상 노년기 생산적 활동 참여 실태를 바탕으로 한 이 추정치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20.2%에 달하는 수치다.

생산적 활동에선 일이 차지하는 가치(명목가치)가 177조1510억원으로 GDP 대비 11.9%를 차지했다.

무급가사일(가사활동)은 123조190억원으로 GDP 대비 8.3% 수준이었다. 세부 활동별로 보면 가사활동 100조9190억원원(6.8%), 가족돌봄활동 9조970억원(0.6%), 자원봉사활동 2조4430억원(0.2%), 가정관리·돌봄·각종 사회참여 등을 위한 이동 10조5590억원(0.7%) 순이었다.

경제적 가치를 고령자 한 명당 가치로 나눠보면 2398만원 수준이다. 1인당 경제적 가치의 59%인 1415만원이 일을 통해 창출됐으며 무급가사일이 지닌 경제적 가치는 982만8000원(41%)이었다. 가사활동 806만2000원(33.6%), 가족돌봄활동 72만7000원(3.0%), 자원봉사활동 19만5000원(0.8%), 이동 84만4000원(3.5%) 등 경제적 가치가 발생했다.

1인당 경제적 가치 추이를 보면 일보다 가사활동에서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일의 경제적 가치가 1999년 1인당 833만9000원에서 2014년 69.7%(581만3000원) 증가하는 동안 가사활동의 가치는 15년간 491만5000원에서 2배에 가까운 99.9%의 증가율(491만3000원)을 보였다.

연구진은 "가구 형태 변화로 최근 노인 부부 혹은 노인 독거 가구 구성비가 증가해 고령자의 가사활동 시간이 증가했을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가전제품의 보급 및 지능화 등으로 가사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특성"이라면서도 "일을 하고 싶지만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해 가사활동에 시간을 더 투입하게 된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55세 이상 고령자의 94.1%가 하루 평균 5시간6분을 생산적 활동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일을 하고 있다는 고령자는 44.5%였으며 평균 2시간30분 일을 했다. 무급가사일을 하고 있는 비중은 81.9%였으며 평균 2시간36분을 할애했는데 대부분이 가사활동(2시간10분)이었다.
 
◇초고령사회 앞둔 한국…"정년 연장 등 논의해야"

한국 사회에 노년기의 생산적 활동을 둘러싼 논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4.3%를 차지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3월28일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에 따르면 불과 6년 뒤인 2025년엔 노인 인구 숫자가 1000만명(1051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 5명 가운데 1명(20.3%)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은 하락한다'는 게 현대 산업사회의 주된 인식이다.

연구진이 55세 이상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면접 등을 진행한 결과 고령자들은 전문성과 업무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적으론 행동이 느리고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에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노인 세대가 돼 어느 조직에 들어가 있으면 '노인들은 행동이 느리고 인지능력이 조금 떨어지니까 같은 일을 시켜도 손이 간다'는 선입견이 있어요"라거나 "12월부터 원서를 내기 시작했는데 계약직을 뽑는 데 13번째에 한 도서관에서 써 주더라고요"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이나 컴퓨터 등 활용에 능숙하지 않아 작업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경력·경험·경륜·여유·인내심·성실함 등 강점이 부각될 수 있는 노동환경에서 고령자를 활용하면 생산성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론 유연한 노동환경을 꼽았다.

고령자 노동환경과 관련해선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법적 정년 연령이 없는 미국과 영국,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70세 논의가 제기된 일본 등 사례를 들며 연구진은 "우리 정부도 노년기 이미지 및 생산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다만 "정년 연장은 노인 복지의 수혜자 선정 기준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들의 영향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기업 내에서 노동자의 정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를 포함해 ▲사회적 인식 전환 ▲세대 통합성 지향 ▲자발적인 생산적 활동 참여 지원을 위한 사회정책 강화 ▲노년기 생산적 활동 참여 존중 및 기회 제공 ▲일터 내 고령친화성 제고 ▲은퇴 이후 지원 사업 효과성 제고 ▲노년기 다양성 고려 정책 추진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 개편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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