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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공정위에 "차기 총수 두고 내부합의 못해"(종합)

등록 2019.05.08 16: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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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측, 공정위에 "지정 기한내 자료제출 못하겠다"

재계 등에선 "한진 경영권 분쟁 발생 정황" 분석도

현대차도 기일 넘겨…"막판까지 고민했나" 추측 무성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일자를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05.0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일자를 한진그룹이 차기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05.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이례적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측에서 새 총수를 누구로 정할지에 대해 그룹 내부 의견차로 관련 자료 제출을 제때 하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최근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승계 문제를 두고 한진 내부에 불협화음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 외에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당초 정해진 기일을 넘겨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중 누구를 총수로 할지에 대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던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10일로 예정했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일자를 1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연기 배경에 대해 "한진이 고 조양호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전했다.

총수 지정과 관련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당초 발표일을 미룬 건 이번 한진 사례가 최초다. 게다가 공정위는 한진으로부터 마지노선인 15일까지 자료 제출을 하겠다는 확답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공정위는 당초 한진을 포함한 93개 대기업집단에 지난달 12일까지 총수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일이 꼬였다. 한진은 이달 3일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기한내 제출이 어렵다고 전했다.

관련법상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이달 1일까지 발표하도록 돼 있지만 최대 15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 15일까지도 자료를 내지 못하면 한진의 특수관계인은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돼 검찰에 고발된다. 현행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2019.04.24. (사진=한진그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한진이 제때 자료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재계 등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구조를 보면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의 보유 지분이 별반 차이가 없다. 조 전 회장이 보유한 17.84%의 상속 과정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한진이 최종적으로 내부 합의에 실패하면 공정위는 직권으로 총수를 지정한다. 공정위는 '누가 최대주주인지' 혹은 '임원 선임 등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누가 행사하는지' 등을 따져 총수를 확정한다.

단순히 지분율만 놓고 보면 조 전 회장 외에는 강성부 펀드(KCGI)가 14.98%로 가장 높지만 이 경우 "한진칼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봐야 한다"고 김 국장은 밝혔다.

한진 외에 현대차 역시 당초 기한을 넘겨 8일 오전에서야 공정위에 자료를 냈다. 때문에 현대차 역시 내부적으로 총수 결정에 막판까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지휘하고 있음에도 정몽구 명예회장이 여전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번에도 총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그룹 내부 사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감독 대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지정 결과를 매년 5월 발표해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는 공시 의무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규정 등이 부과된다. 여기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순환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등 규정이 추가된다.

특히 기업집단과 함께 지정하는 총수는 그를 기준으로 계열사나 특수관계인 등의 범위가 획정된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크다. 총수가 바뀌면 기존에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계열사가 새롭게 규제 대상으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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