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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 "40주년, 한일문화교류 거점 자부심"

등록 2019.05.10 0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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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에 달하는 한국문화원의 맏형"

"K팝 붐···방탄소년단, 트와이스 큰 인기"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제 세계 32개에 달하는 한국문화원의 맏형으로서 주일한국문화원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어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재외한국문화원 효시로 통하는 주일한국문화원이 10일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1979년 5월10일 일본 도쿄 도시마구 이케부쿠로 선샤인 60빌딩에 터를 잡은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은 첫 재외한국문화원이다. 이후 12월 뉴욕, 1980년 파리 등지에서 차례로 개원했다. 27개국 32개소를 운영 중인 한국문화원은 그렇게 도쿄에서 태동했다.

9일 일본 도쿄 코리아센터에서 만난 황성운(51) 주일한국문화원 원장은 "그동안 한국 문화 소개와 한일 문화 교류의 거점 역을 충실히 해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뿌듯해했다.

주일한국문화원은 개원 30주년인 2009년 5월 도쿄 신주쿠에서 전시·공연장 외에 전통한옥과 한국정원, 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신청사 시대를 열었다.

2013년부터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동경한국교육원, 국외소재문화재단 등 유관기관이 입주한 ‘코리아 센터’로 거듭났다. 명실상부 일본 내 한국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황 원장은 "40년 전 이케부쿠로 션샤인 시티 빌딩의 일부를 빌려 주일한국문화원을 개원했습니다"면서 "새 청사를 마련한 이후 코리아 센터로서 거듭나면서 기관 간 협력을 통해 더욱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재외한국문화원은 그간 한국문화를 세계에 홍보하는 거점 역을 해왔다. K팝을 선봉으로 한 한류가 확산되는 데에 일조해 왔다는 평가다. 한국어와 전통 문화의 보급 그리고 K팝뿐만 아니라 영화, 한식,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세계에 확산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점 지역 재외문화원 중심으로 코리아센터를 건립, 관광공사·콘텐츠진흥원 등 유관기관 해외사무소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 등에 대한 일괄적 지원체제를 확립했다. 1990년대에 베이징, 독일, 러시아, 오사카 문화원이 개설됐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동유럽·중남미·중동·아프리카 지역까지 확대 설치했다.

주일한국문화원 부임 8개월째를 맞는 황 원장은 일본에서 불고 있는 3차 한류붐을 실감하고 있다. 작년 주일한국문화원이 개최한 한일축제한마당에 8만2000명이 참여, 역대 최고인원을 기록했다.

도쿄 코리아센터

도쿄 코리아센터

황 원장은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영화, 드라마, 콘서트 행사 등에서도 마련한 좌석 이상의 신청이 있어 항상 추첨을 통해 관객 선정을 하고 있습니다"면서 "부임 직후 주말에 신오쿠부에 들렀는데, K팝 관련 상품을 파는 가게, 한국 식당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라고 했다.

실제 일본 내에서는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에 이어 새로운 팀들이 부상하면서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트와이스는 일본 최대 연말 축제 'NHK 홍백가합전'에 2년 연속으로 출연했다. 올해 3, 4월 도쿄·오사카·나고야 등지를 돈 공연에는 22만명이 몰렸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38만석 규모의 일본 돔 투어를 성료한 방탄소년단(BTS)은 7월 6~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7월 13~14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스타디움 월드 투어를 이어간다. 작년에 아레나 투어를 성료한 블랙핑크도 올 연말과 내년 초에 20만명 규모의 돔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문학 한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작가의 작품들이 일본에서 많이 읽히고 있다. 작년 연말에 발행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3개월만에 13만부가 인쇄됐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문학 작품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한류 확산과 더불어 혐한류, 반한류 기류도 꿈틀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한일 정치적인 관계는 경색됐다. 한동안은 일본 언론에서 한국 측을 비난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한국 대사관 앞에서 정기적으로 시위를 하는 우익 그룹도 있다.

그렇지만 황 원장은 "정치적 갈등과 문화·인적 교류는 별개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일본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에도 K팝 가수들의 공연들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양국 간의 인적교류도 올해 더 늘어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 295만명을 기록했던 방한 일본 관광객의 수는 올해 들어 더욱 늘어, 전년 대비 26% 이상의 성장치를 보여주고 있다. 

주일한국문화원이 개원 40주년을 맞아 6월11일까지 특별 기획전 '2019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수묵의 독백'을 여는데, 9일 개막식 당일에 미야타 료헤이 문화청 장관, 무로세 카즈미 국가무형문화재보유자 등 일본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황 원장은 "문화 교류를 하는데, 한국 문화의 일방적 소개를 넘어서서 상호 문화 이해를 기반으로 한 쌍방향 문화 교류를 더욱 많이 해야 한다"면서 "직접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공동 창작,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쌍방향 문화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작년에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을 출범시키고, 상호 문화교류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황 원장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이다. 주 필리핀 한국문화원장, 국제관광정책관,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등 문체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쳤다. 문화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하고 성격이 활달해 명망이 높다.

특히 2011년 필리핀 한국문화원 붐에 힘을 보탰다. 한글 강좌를 비롯 한식, 한국무용, 댄스, K팝 프로그램을 운영, 한류 확산에 기여했다. 황 원장은 "비자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K팝 공연 팀의 문제를 해결해 줬어요. 한국어 강좌 접수를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갈망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고 돌아봤다.

한류는 서양인들이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역도 맡고 있다. 황 원장은 "이러한 측면에서 서양의 문화우월주의를 넘어서 인류 문화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이것은 한류의 의미를 세계인의 시각에서 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자긍심의 획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어요"라고 부연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주일한국문화원은 더욱 바빠진다. 문화, 체육, 관광 등의 분야에서 한국을 적극지원하게 된다. 동시에 한일 관계의 문화교류에 더 힘을 쏟는다.

황 원장은 "양 국가 간 국민들이 서로 접하고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만들어서 서로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봤다. "직접 만나보고 겪어보고 해서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 주일한국문화원은 대학과 공동으로 일본·한국 유학생 공동 전시를 열었다. 올해 연말에는 도쿄조형대학과 공동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 개최 중인 공연행사도 대부분 한일예술가 교류 행사 형식이다. 10일 여는 개원 40주년 특별공연 '소리가 춤을 부른다'에 일본의 전통음악 명인의 공연도 선보인다.

황 원장은 "한일 교류의 미담 사례를 확산해 정치 갈등에 기인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면서 "정치·외교적 갈등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이러한 활동이 확산됐으면 해요"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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