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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가인 "진로 막막?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옵니다"

등록 2019.05.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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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트롯' 우승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트로트 서바이벌쇼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33)은 화면보다 더 어리고 작다. 모든 한을 다 집어삼킨 듯 노래할 때의 카리스마와 구성짐의 자리를 딱 부러진 똑똑함이 채운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전라도 사투리가 살짝 묻어나는데 덕분에 귀염성이 돋보인다. 왜 그녀가 '트로트 부흥'의 선두주자로 통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수 보아(33), 지난해와 올해 전역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또래다. 
 
 송가인은 "옛날 노래치고 귀하지 않는 노래가 없어요"고 잘라말했다. "새로운 노래만 만들 것이 아니라 좋은 곡들, 숨은 명곡들 다 찾아내서 현대화하고 퓨전식으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죠. '위너'의 송민호씨가 힙합곡인 '아낙네'에 (트로트인) '소양강 처녀'를 샘플링한 것을 보고 '기가 막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 트로트에도 한류열풍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송가인은 원래 트로트보다 옛날 노래를 더 불렀다. 광주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음악극과를 졸업한 그녀는 판소리를 전공했다. 국립창극단 단원들로 스타 소리꾼인 김준수, 유태평양과도 잘 아는 사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어머니의 권유로 2010년 '전국노래자랑'에 참가, 연말 결선에서 우수상을 받은 뒤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오랜기간 무명의 세월을 보낸 송가인은 이번 '미스트롯'에서도 일찌감치 떨어질 줄 알았다. "요즘 세미 트로트가 대세잖아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생각했죠"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연 내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깨가 무거운 거예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저를 더 압박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경연 초반에는 소속사도 없어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혼자 의상은 물론 액세사리 등을 바리바리 사들고 다녔다. "자신과의 싸움이 힘들었어요. 주변의 힘내라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근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아요."

이제 소리를 내려놓았지만, 국악을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해외에 나가면 기립박수를 받는 것이 국악"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무료 공연을 해도 관객들이 오지 않죠. '재미없다', '지루하다'라고 반응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이 탓에 젊은 소리꾼들은 진로가 막막하다. 송가인이 새로운 길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언제가 길이 생겨요. 저는 연습실 지하에서 매일 5~6시간씩 목이 터져라 연습했어요. 하다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제가 빛을 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국악 그리고 트로트, 한국 순수예술과 대중음악의 마이너 장르 중에서도 가장 마이너 장르라는 핸디캡을 딛고 선 송가인의 말이어서 믿음이 간다.

송가인은 국악과 트로트는 실제 봐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에서 봐야 감정 전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거든요."

자기 PR의 시대라며 '미스트롯'에 미스코리아처럼 등장한 것이 좋았다며 쿨하게 반응했다. "트로트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웃었다.

'미스트롯'에 출연하기를 정말 잘했다며 앞으로 계속될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시즌2'는 더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미스트롯' 예심 지원자가 무려 1만2000명에 달했으니, 그 중에는 숨은 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 특히 좋았던 것은 무명가수들이 잘 됐다는 것이에요. 그런 점에서 만족하고 뿌듯합니다. 저희로 인해 다시 트로트 붐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감사해요."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미스트롯' 송가인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송가인은 무녀의 딸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인간문화재의 이전 단계) 송순단(59)씨가 어머니다. 진도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 저승으로 보내는 굿이다. 송가인의 목소리가 위로의 힘을 머금은 것은 뿌리가 깊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10, 20대까지 트로트를 좋아하게 된 이유다.

아이돌의 전성기는 30대까지지만, 트로트가수의 전성기는 은퇴 전까지다. "제가 선생님들 나이가 되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그때까지 더 열심히 수련을 해야죠."

'수련'은 트로트의 용어라기보다, 국악의 용어다. 뿌리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새롭고 오래됐다.

송가인의 본명은 조은심이다. 송가인은 모친 성씨인 송에 노래 '가(歌)', 사람 '인(人)'을 합친 것이다. 송가인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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