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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교권, 개정 교원지위법으로 회복될까

등록 2019.05.15 16: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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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 해마다 늘어 지난해 521건

가해 학생-피해 교사 분리 100여 건 불과

【의정부=뉴시스】이호진 기자 = 스승의 날인 15일 일부 학교가 청탁금지법에 대한 부담감과 교원 사기저하 예방을 위해 재량 휴교 조치까지 내린 가운데 오는 10월 시행되는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교권 침해로 지친 교사들의 사기 진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10월 1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교권 침해 시 전학 처분을 내릴 수 없어 최대 징계가 출석정지에 그쳤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해서도 전학 처분이 가능해지고,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외부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지시가 가능해진다.

또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에 학부모도 함께 참여토록 하고,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되는 등 학부모의 자녀 관리책임도 강화된다.

교육계는 이 같은 조치에 반가워하면서도 피해교사의 적극적 대응을 전제로 하는 해당 개정안이 학교라는 조직에 속한 교원들을 향한 또 다른 족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내 각급 학교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2016년 465건에서 2017년 495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52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모욕·명예훼손이 395건으로 월등히 많았고, 상해·폭행이 46건, 반복부당간섭 25건, 성적 언동 18건, 협박 13건, 학교장 판단 10건, 손괴 6건, 공무방해 4건, 불법정보유통 2건, 성폭력 범죄 2건순이었다.

이 중 478건이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였으며, 39건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였다.

수업시간에 책상에 다리를 올렸다고 주의를 주는 교사에게 “저는 화낼 줄 몰라서 이러는 줄 아세요?”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학생, 수업시간에 다른 자리에 가서 친구와 떠들면서 교사의 말을 무시하다 팔을 잡아끌자 “선생님 이거 폭력이에요”라고 정색하는 학생, 자녀의 잘못을 계도한 교사를 찾아가 폭행하는 학부모, 모두 교육현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모욕적인 욕설을 듣는 것도 이제는 특이 사례가 아닐 정도로 교권의 추락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교사들이 전하는 쓸쓸한 현실이다.

이 같은 교권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521건의 교권 침해 사례 중 퇴학과 전학, 학급 이동 등의 조치로 가해학생과 피해교사가 분리된 것은 100여 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초중등교육법령상 징계에 전학 처분이 없어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분리 조치조차 어려웠다.

모든 물리·정신적 폭력행위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유독 교육현장에서만 직무와 관계의 특수성, 대체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지난 3월에는 한 초등학교에서 여교사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으나, 학생에 대한 조치는 일주일간 체험학습 보내는 것에 그쳤다.

해당 여교사는 체험학습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의 등교일이 가까워지자 “교실에서 만나기 두렵다”며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학교 내 성희롱 역시 지난해 18건으로 집계돼 있으나, 교육당국은 실제 여교사들이 학교에서 감내하고 넘기거나 증거가 남지 않은 사례를 더하면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교권 침해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학교나 교사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점점 어려워 지난해 경기북부에서만 998명의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검거됐으며, 올해도 지난 4월말까지 323명이 검거됐다.

그나마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 행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1인당 담당 학교가 12개 학교에 이르는데다 최근에는 물리적 폭행에서 사이버 폭력으로 학생과 교사에 대한 괴롭힘 수단이 변하고 있어 이를 인지하거나 밝혀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성교육의 실패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가정의 붕괴와 자녀에 대한 영향력 상실 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 학부모 중 일부는 처음에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표시하다가 자녀가 강제전학 등 직접적 조치를 받게 되면 돌변해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등 교사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교사가 훌륭하거나 모든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10%에 의해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교사들은 학생이 자신에게 불손한 언행을 보여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다행히 교원지위법이 개정돼 교권 침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해졌지만, 교사의 인권 보호에 대한 관리자들이 인식 개선과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계도하기 위한 학교와 가정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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