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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바야흐로 '왕좌의 게임' 천하, 드라마 넘어 사회현상

등록 2019.05.17 10: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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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바야흐로 '왕좌의 게임' 천하, 드라마 넘어 사회현상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이달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미드 '왕좌의 게임'이 2010년대를 대표하는 TV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시즌1으로 출발, 올해 시즌8까지 이어진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를 넘어 사회현상으로까지 자리하게 이르렀다.

미국 HBO 드라마 사상 최고의 히트작이다. 북미를 넘어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도 높다. 인색하기만 한 미국의 평론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전 시즌 73~9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따냈다.

'왕좌의 게임'은 조지 R R 마틴(71)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가 바탕이다.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라는 제목으로 소설가 겸 각본가 데이비드 베니오프(49)와 작가 D B 와이스(48)가 제작하고 HBO가 방송했다. 가상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 왕국이 연맹국가의 통치자 자리인 '7왕국'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다툼과 '화이트 워커'라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세상을 지키려는 저항을 그린다. 불을 뿜는 용과 사람을 되살리는 마법이 나오는 등 영화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계열이다.

매 시즌 투입되는 비용은 7000만달러(약 832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현재 방송 중인 시즌8의 회당 제작비는 1500만달러(약 178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만큼 영화급 작중 디테일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주연배우의 85% 가량이 영국 출신이지만, '로마'처럼 합작드라마이거나 영드는 아니다. 영국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이유는 원작의 시대, 지리적 배경이 중세 영국을 연상시키므로 영국식 영어가 더 어울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왕좌의 게임'이 방송된 지난 몇 년간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겪는 소외 현상을 전하면서 '왕좌의 게임'의 인기를 '문화 쓰나미', '광기(madness)'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왕좌의 게임'은 2012년 미국드라마 불법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새 시즌이 나올 때마다 역대 불법 다운로드 기록을 경신할 정도다. 222만으로 시작한 시즌1의 시청률은 2017년 시즌7에서 1200만으로 수직상승했다.

◇트럼프는 물론, 시진핑도 챙겨본다

버락 오바마(58) 전 미국 대통령은 '왕좌의 게임' 광팬으로 알려졌다. 재임 당시 시즌6을 방송 전 미리 DVD로 받아 첫 시청자가 됐을 정도다. 오바마는 자신을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에 빗대기도 했다. 2015년 남성 잡지 'GQ'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난쟁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줄곧 배척당하지만 탁월한 화술과 협상력을 가진 현실주의자 '티리온 라니스터'를 꼽았다.

시진핑(66)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왕좌의 게임'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리는 이 세계가 웨스테로스 대륙의 혼란스러운 7왕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왕좌의 게임'을 편집본이 아닌 요약본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왕좌의 게임' 편집본은 시즌 1~7 총 70편이 10억9000만 뷰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 또한 '왕좌의 게임' 대사를 인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를 즐긴다. 드라마 속 가장 유명한 대사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를 이란 제재 복원과 관련,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이라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로 제작하기도 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과 관련해서는 "장벽이 오고 있다(The Wall is Coming)"이라고 패러디했다. 뮬러 특검팀의 수사보고서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왕좌의 게임' 이미지를 패러디해 '게임 끝(GAME OVER)'이라고 SNS에 올렸다.
[초점]바야흐로 '왕좌의 게임' 천하, 드라마 넘어 사회현상

◇촬영지 크로아티아 두브로부니크, 관광명소로 급부상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크로아티아, 몰타, 아이슬란드는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여행 건수만 1억6000만가량인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가 특히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크로아티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었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크루즈에서 내릴 수 있는 관광객을 하루 4000명까지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촬영지인 몰타와 아이슬란드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각 300%, 140% 급증했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에 대한 한국 여행객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앞다퉈 '왕좌의 게임' 투어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꼭 들러봐야 하는 왕좌의 게임 촬영지 9곳', '두브로브니크 왕좌의게임 촬영지 워킹 투어' 등의 테마로 호객하고 있다.

HBO는 세트 촬영장을 관광 명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 매체 '더 랩'에 따르면, HBO는 '왕좌의 게임' 세트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계획이다. 웨스테로스를 경험하기를 원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북아일랜드 촬영 장소를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윈터펠, 캐슬 블랙, 킹스랜딩 세트는 '왕좌의게임 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HBO는 "촬영장 체험 등을 모든 팬들과 공유할 것이다. 촬영장은 대중들이 본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규모이므로 상징적인 장소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초점]바야흐로 '왕좌의 게임' 천하, 드라마 넘어 사회현상

◇잠깐 등장만 해도 2조원 효과

관련 마케팅을 벌이는 브랜드들도 톡톡히 수혜를 입고 있다. 스타벅스는 '왕좌의 게임' 편집 실수로 23억달러(약 2조7351억원)에 달하는 PPL 효과를 봤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방송된 '왕좌의 게임' 시즌8 제4회에서 주인공 앞 테이블에 실수로 놓인 종이컵이 스타벅스로 오인됐다. 실제로는 스타벅스가 아닌, 제작사가 제공한 컵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48시간 동안 SNS와 뉴스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이 19만번 이상 언급됐다. 미국 CNBC는 마케팅 회사 '할리우드 브랜디드'를 인용, 스타벅스가 왕좌의 게임 덕분에 누린 광고 효과가 23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왕좌의 게임'을 이용한 판촉 효과를 노린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류회사 버드라이트는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2019' 광고로 '왕좌의 게임'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위스키 브랜드 디아지오는 '왕좌의 게임'과 컬래버레이션한 '화이트 워커 바이 조니워커'를 론칭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약 두 달 만에 1만6000병이 팔렸다. 위스키 제품이 이처럼 단기간에 많이 팔린 것은 이례적이다. 조니워커 브랜드 판매량은 작년 동기대비 7% 성장했다"고 전했다.

[초점]바야흐로 '왕좌의 게임' 천하, 드라마 넘어 사회현상

◇이름까지 따라짓고, 대학연구소 연구대상으로까지

최근 미국에서는 '아리아'라는 이름이 인기다.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미국사회보장국이 발표한 '2018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기 이름' 순위에서 '아리아(Arya)'가 119위에 올랐다. 이 이름은 '왕좌의 게임' 드라마 속 캐릭터인 '아리아 스타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아리아 스타크는 극중 에다드 스타크와 캐이틀린 스타크의 막내딸로, 가문의 복수를 감행하는 캐릭터다. CNN은 "왕좌의게임이 인기를 얻기 전 '아리아'란 이름은 여자 아기의 이름 순위 1000위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2545명의 새로 태어난 아이가 '아리아'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했다. 드라마에 여장부로 등장하는 '야라 그레이조이'의 이름을 딴 '야라(Yara)'도 인기 이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뮌헨공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들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왕좌의 게임'은 등장인물들이 예측 불가능하게 사망하는 경향성이 있다. 시리즈 막판까지 생존 가능성이 높은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으로 생존율이 99%로 나타났다. 다음 사망자는 '브론'일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장인 가야 야흐다프는 생존율 분석에 의료 치료의 효과를 조사하는 데 사용된 과학적 연구와 유사한 분석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맥쿼리대학의 유행성 질병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들의 사망 형태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극중 사망자 가운데 73.7%가 머리와 목 등에 부상을 입어 죽었다. 화상으로 인한 사망 11.8%,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 4.8% 등이 뒤를 이었다.

숱한 화제를 낳으며 사회현상으로까지 진화 중인 '왕좌의 게임' 시즌8은 국내 케이블채널 '스크린'에서 지난달 1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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