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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등록 2019.05.17 11: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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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 같은 악인

드라마 '더 뱅커' 열연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주석태(43)가 '악역의 달인'이 되어 가고 있다. MBC TV 수목드라마 '더 뱅커'에서 주석태는 선인 같은 악인을 연기하며 악역의 지평을 넓혔다.

 "지금 출연 제의를 받는 작품도 그렇고, 출연하고 있는 작품도 그렇고, 올해도 악역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며 "연기를 시작했을 때 조직폭력배 영화에서 폭력배를 연기하면서 못된 성질만 보여주니 쉬웠다. 나이가 들고 연기를 더 알게 되고 대본을 깊이 분석하게 되면서 연기자 스스로 납득이 돼야하고, 악인이 된 이유가 타당하도록 배역의 성격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 악역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내 삶과 극중인물의 삶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서 힘들다"며 "누군가를 괴롭히는 이유가 타당해야 하는데, 실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서 힘들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김상중)가 뜻밖에 본점의 감사로 승진해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금융 오피스 수사물이다.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리메이크했다.
 
주석태가 연기한 '임창재'는 대한은행 심사부장으로 냉철한 엘리트다. 어떤 라인도 아니어서 선후배들 모두 탐내는 인물이었지만, 신설된 컴플라이언스 본부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노대호'와 대립, 극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대한은행 감사실 비서 '장미호'(신도현)의 감사자료 요구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밥을 못 먹고 일하는 '장미호'에게 미안해하며 가장 먼저 자료를 주는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그 탓인지 덕인지 '임창재'는 악인인지 선인이지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주석태는 "처음 원작 일부를 봤는데 원작에서 임창재 본부장 같은 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주인공을 괴롭히는 순수한 악역"이라며 "처음에는 까칠하고 못된 성격에다가 주인공의 반대쪽에 서 있는 인물인데, 알고보니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고 싶다는 연출자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일적으로는 깐깐하고 마음에 벽을 치지만 속으로는 정의를 따라가는 인물"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재탄생했다. 

 영화 '구세주'(2006)에서 큰손파 폭력배 1번으로 데뷔한 주석태는 영화와 드라마 모두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8)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염 반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OCN 수목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2018)에서 '지강헌 사건'을 떠올리는 '이강헌', MBC TV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2019)에서 주인공의 조력자처럼 등장했지만 실제는 살인마인 '붉은 울음'이자 정신과 의사 '윤태주'를 열연했다.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단순한 악역을 이유가 있는 악역으로 바꾸려 노력한다. "'붉은 달 푸른 해' 중 마지막 장면에서 PD에게 윤태주가 주인공 차우경에게 죄책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잡혀가기 전 마지막 대사에 차유경이 잘했다는 맥락의 대사를 넣게 해달라고 했다"며 "그런 부분들로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석태의 연기 내공은 '라이프 온 마스'에서도 발휘됐다. "'이강헌'은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연기했던 인물이고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출연 제안을 거절했었다"면서 "(이강헌이) 너무 나쁘게도 너무 착하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그 선을 지켜야 해서 오히려 연기하고 나서 혼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연기자로서 욕심이 나 마음을 바꿔 무조건 했다"고 고백했다.   

 9월 방송하는 SBS TV '시크릿 부티끄'에서도 주석태는 여전히 악인이다. "'악역처럼 보이지만 자기 만의 사연을 지닌 인물"이라며 "악역에서 선역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주석태 "왜 악인됐는지, 보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연기 내공이 쌓였어도 풀 수 없는 답답함은 있다. "연기는 창의적인 일이기 때문에 창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지 악역 연기가 힘들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가진 성향과 비슷한 인물을 연기하면 연기자 주석태의 카타르시스가 분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과 답답함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성격은 장난기도 많고, 낚시하면 잡은 고기를 가져오지 않고 놓아준다"며 "악한 연기를 순전히 창작으로만 해야 하니까 진짜 내 성향을 못 보여주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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