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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민주·혁명…문무일, '비장토로 100분' 결국 울컥

등록 2019.05.16 16: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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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수사권 조정 기자간담회 개최

여유롭게 답변…'검찰패싱'에 표정 굳기도

박상기 법무장관 검찰 이메일 불만 토로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5.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작심 발언'에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은 100여분간 단호하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찰 입장을 피력했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9시30분께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회의실에 들어섰다. 묵직한 걸음에 표정은 사뭇 굳어 있었다.

간담회는 주영환 대검 대변인 사회로 진행됐다. 문찬석 기획조정부장과 김웅 형사정책단장도 배석해 취재진 질문에 대비했다.

문 총장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곧 결의에 찬 표정으로 준비해온 자료를 보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검찰 과거 과오를 인정하고 직접수사 축소 등 자체개혁안을 내놓으면서, 현 국회 법안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3분간 모두발언이 끝난 뒤 문 총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질의응답에 응했다. 회의실에는 60명가량의 취재진이 자리했다. 문 총장은 이날 간담회를 위해 전날 오후 7시께까지 예상 질문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은 직접수사 축소, 수사지휘권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자치경찰제, '검찰 패싱' 논란 등 질문에 여유롭게 답했다.

프랑스대혁명을 언급하며 현 국회 법안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총장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발전한 민주주의 중 하나가 국민의 신체적 자유"라며 "프랑스대혁명 원칙을 보면 수사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착수를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늘 간담회가 대국민 여론전의 첫발 아니냐'는 질문에는 얼굴색을 바꾸고 "여론전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절차 중요 파트 책임자로서 입장을 말하는 것이지, 내 임기 동안 마지막 자리일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5.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이메일을 보낸 데에는 거침없이 불만을 표했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사권 조정 관련 반대 발언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박 장관은 이메일에서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팩트, 외국제도 등을 예로 들며 주장하지 말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 불만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장관님이 이메일에서 말씀하신 방법대로 하면 외국 사례도 말하면 안 되고, 구체적으로 말 하면 안 된다.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한 줄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렇게 하면 되지 않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 간담회를 통해 수사권 조정 입장을 밝히게 된 데에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검찰 패싱' 논란을 긍정하며 불만을 표한 것이다.

문 총장은 "정부안이 나온 뒤로 수차례 검찰 의견을 제기했고,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다"며 "실제 논의가 몇 번 열리긴 했지만 중단됐고, 그 상태에서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그래서 이제야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비판했다.

이와 함께 임기 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아쉽다며 다소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문 총장은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임기 중 수사권 조정을 어떤 방식이든 정리해 후임 총장은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공정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게 개인적 소망이었는데, 어려운 과제를 넘겨주게 됐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이어 "지금까지 32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하는 동안 사실 광주에서…"라며 소회를 밝히려다 말을 잇지 못했다. 눈빛과 목소리는 떨렸다. 문 총장은 이내 "마치겠다"며 간담회장을 떠났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9시30분께 시작돼 105분가량 진행됐다. 당초 간담회는 이주 초 예정됐지만, 박 장관의 이메일 등 법무부 입장 발표 등으로 이날로 미뤄졌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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