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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왕숙' 지정에 속앓이 다산·별내주민들…"교통대책이라도 제대로 추진해주길"

등록 2019.05.17 06:30:00수정 2019.05.17 06: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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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왕숙지구' 지정되면 6만6천가구 쏟아져

교통 대책·산업단지 조성 없으면 '베드타운' 될 수도

공급과잉 우려로 남양주 집값 -0.02%…하락폭 확대

【남양주=뉴시스】김가윤 기자 = 지난해 12월 남양주 왕숙1·2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다산·별내 등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2019.05.16 yoon@newsis.com

【남양주=뉴시스】김가윤 기자 = 지난해 12월 남양주 왕숙1·2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다산·별내 등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2019.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서울은 문 앞만 나가면 모든 게 해결됐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요. 조용하고 차도 없어서 처음 이사 왔을 땐 적응 못했죠. 자기 차가 없으면 못 다녀요."

지난 16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서모(56)씨는 다산신도시를 '다른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기자가 경의중앙선 도농역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간 걸려 들어간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는 아파트 단지로 빽빽했지만 상가건물은 몇 없었다. 아직 분양을 진행 중인 건물도 많아 '상가 임대 문의'라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서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1년전에 이사를 왔는데 대형마트도 없고 버스 배차간격은 30분 정도 되니까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만 있으면 살기 좋은데 제반시설이 없다보니 여기서 아파트 더 지으면 미분양만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걱정했다.

지난해 12월 남양주 왕숙1·2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다산·별내 등 기존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미 입주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추가로 왕숙지구에 6만6000가구가 공급되면 '교통 대란'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왕숙지구는 진접·진건읍, 양정동 일대 1134만㎡(343만평)의 공공택지에 조성된다. 신도시 조성이 완료되면 다산·별내신도시까지 합쳐 총 2000만㎡(605만평)가 넘는 '매머드급'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왕숙지구 개발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2배 규모인 140만㎡(42만3500평)에 도시첨단산업단지와 기업지원허브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GTX-B노선 신설과 별내선 연장 지원 등 교통 지원 계획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2기 신도시를 지정할때 약속했던 산업단지 조성, 교통대책 등이 제대로 실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2022년 분양을 목표로 왕숙지구를 개발하면 주민들의 불편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불안해한다.

이진환 다산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어느 정도의 광역교통대책이 세워지고 어떠한 기업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남양주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베드타운 가속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가 계획한 광역교통대책은 많이 부족하고 자족도시로 자리잡기 위한 기업유치의 구체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산신도시총연합회에 따르면 남양주에 필요한 6호선과 9호선 등의 철도 연장요청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했고 유일한 신설 철도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되지 않은 GTX-B노선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6·9호선 연장과 8호선 적기 개통, 지금-도농-진건 트램 설치, 강변북로 확장, 경의중앙선과 경춘선 복복선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대책들이다.

심지어 3기 신도시 지정 '무용론'도 등장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남양주 왕숙지구는 다산·별내신도시의 배후에 위치해있어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 다산·별내신도시 입주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도시가 조성될 경우 왕숙지구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벌써 남양주 부동산시장은 가라앉았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둘째주(13일 기준) 경기 아파트값은 0.10% 하락했다. 전주(-0.08%)에 비하면 다시 낙폭이 커지는 분위기다.주로 해당 지역의 공급(예정)물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고 감정원은 분석했다.

특히 3기 신도시 공급 예정지 인근인 일산 서(-0.19%), 동구(-0.10%)와 남양주(-0.02%) 등에서 공급과잉 우려로 하락폭이 확대됐다.감정원은 "개발호재 기대감있는 일부 지역은 국지적으로 상승했으나 3기 신도시 추가 발표로 공급물량 부담 예상되는 지역은 하락폭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3기 신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개발 계획이 제대로 착수돼 남양주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많다.

지난 1월 23~25일 사흘 동안 실시한 남양주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3기 신도시 선정이 남양주시에 미칠 가장 큰 긍정적 영향으로 '교통시설 확대'가 절반(46.1%)을 차지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시민들은 신도시 조성으로 교통시설 확대를 가장 크게 기대했고 추가 보완정책 역시 교통 문제로 나타난 만큼 시민들의 의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산신도시 주민 한모(62)씨는 "투자하기 위해 집을 산 게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이거 한 채니까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교통대책에 더 관심이 많다"며 "수요가 많아지면 교통이나 인프라가 더욱 발달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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