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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현철 "음악, 하는 사람 것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

등록 2019.05.17 14: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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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13년 만에 10집

프리뷰 먼저 발표

김현철 ⓒFE엔터테인먼트

김현철 ⓒFE엔터테인먼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를 계속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는데 갈수록 음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소절을 썼는데 그 소절이 너무 마음에 들면 다음은 어떻게 되려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하하.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에요. 머릿속에서 상상한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지만 그 과정이 또 너무 재미있죠."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김현철(50)은 갓 데뷔한 신인처럼 들떠 있다.

그럴 법도 하다. 23일 발표하는 새 미니앨범 '10집? 프리뷰' 때문이다. 2006년 정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이다. 가을 발매 예정인 정규 10집 일부 수록곡을 미리 공개하는 프리뷰 음반으로, 여름에 어울리는 5곡을 먼저 골랐다.

앞서 김현철은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19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어게인, 학전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여는 릴레이 공연에 참가, 지난달 9~10일 무대를 책임졌다. 이 공연을 앞두고 만난 김현철은 새 앨범에 대해 신중했었다. 이번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얼굴은 더 평안해졌다.

공교롭게도 프리뷰 앨범에는 후배 가수들과 작업한 곡 위주로 실었다. 타이틀곡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에는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24), 휘인(24)이 참여했다. 두 사람이 학창시절부터 단짝이라는 것에 착안, 김현철이 가사를 썼다. 

R&B 가수 죠지(26)가 피처링한 '드라이브', 가수 솔(25)이 참여한 '투나잇 이즈 더 나이트', 김현철이 결혼식 주례를 맡은 김윤주(35)가 포함된 듀오 '옥상달빛'이 함께 한 '웨딩 왈츠' 그리고 김현철이 부른 '열심' 등이 실렸다.

특히 '드라이브'는 김현철을 근래에 재조명하게 만든 전형적인 시티팝 장르다. 새로움(뉴)과 복고(레트로)를 합친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시티팝 장르인 그의 음악이 다시 주목 받았다. 시티팝은 경제부흥을 누린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도회적인 장르다. 국내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이 장르가 태동하기 시작했고, 선봉에는 김현철이 있었다. 미디엄 템포의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편곡, 맑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사운드가 특징이다. 1989년 1집 타이틀곡 '오랜만에'와 1992년 2집 타이틀곡 '그런대로'가 대표적이다.

"재즈를 우리나라 식으로 해온 것이죠. 최근 일본에 사는 후배에게 전화왔어요. 일본에서도 제 예전 음반에 관심이 있다고요. 오늘날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죠지는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흥분하기도 했다는 김현철은 "죠지의 모습이 제 젊었을 때 모습과 흡사하더라고요. 거기서도 재미를 느꼈고, 같이 음악을 해보자고 했죠. 가사는 한강 둔치에서 같이 커피 뽑아 먹으면서 만들었어요"라고 전했다.

후배들의 작업 방식은 자신과 상당히 달랐지만,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첫 글자를 쓰는 방식부터 다르더라고요. 저는 가사를 쓰려고 펜과 수첩을 꺼냈는데, 죠지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더라고요. 솔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부터 꺼내고. 훨씬 더 자유롭게 작업하는 후배들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김현철을 대중적으로 가장 처음 알린 노래는 1993년 3집 타이틀곡 '달의 몰락'이다. 시티팝 성향이 짙던 이전 두 장의 앨범과 다른 결의 곡이었는데, 특히 무르익고 시들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달로 은유한 '미니멀한 가사'는 지금도 높게 평가 받는다.

[인터뷰]김현철 "음악, 하는 사람 것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

"'눈물' 등의 가사는 다 빼고 사랑을 이야기했어요. 아마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부르기 힘들었을 거예요. 가사만큼은 대단히 마음에 들어, 자부심을 느껴요."

김현철은 '문화계의 나사' 이론을 믿는다. 세대가 바뀌면, 주기적으로 유행이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최근의 뉴트로가 예다. "문화라는 것은 나사와 같아요. 관점에 따라 달라지죠. 나사를 밑에서 보면 돌고 도는 것이 똑같이 느껴지지만 위에서 봤을 때는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느껴지죠."

주변사람을 더 돌아보게 됐다. 학전 공연 당시 드럼 이상민, 베이스 이태윤 등 함께한 세션들 모두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다들 바쁜 분들인데, 시간을 내줬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거든요."

공연 당시 객석에 '낯이 익은 팬들'이 눈에 띈 것도 너무 반가웠다. "저와 같이 노래 부르고, 뛰는 것을 보면서 제가 이렇게 좋은 것을 잊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새 앨범을 내고 알리는 이유는, 제 음악을 모르는 분들에게 알리는 것도 분명히 있지만 제 음악에 관심이 있고, 저를 좋아했을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 분들에게 저 나왔습니다, 라고 최대한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갈수록 겸손해지는 것 아닌가. "이제야 자기 위치를 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제 제가 대극장에서 어떻게 공연하겠어요. 음반이 운 좋게 인기를 끈다고 해도, 며칠 뿐이죠."

 본인이 만들었지만, 마스터링 작업을 끝날 때까지만 자신의 음악이라고 본다. 듣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자신이 관여할 여지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왜 이것을 '요즘 알았을까'라고 살짝 후회하기도 해요. 조금만 더 빨리 알았으면 조금 더 좋게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아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닌다. '음악은 하는 사람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요."

10집에는 최백호, 박정현, 백지영, 박원, 정인, 그리고 새소년이 참여한 곡들이 실린다. 김현철에게는 '30주년'보다 '10집'이 더 의미가 크다.

"캐비닛 한칸을 잘 채운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싱글이 아닌) '몇집'이 더 편한 세대잖아요. 아직도 그 생각을 해서 그런가, 10집까지 낸다고 하니 완결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훨씬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남들은 내 전성기가 지나갔다고 하지만, 다시 왕성하게 활동할 재료를 쌓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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