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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인터뷰]서하준 "가장 힘든 것, 스스로 희망고문하고 기대하기"

등록 2019.05.17 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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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일본 팬미팅으로 본격컴백 워밍업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궁금, 궁금한 금요일

“저, 연기 끈 놓지 않았습니다.”

탤런트 서하준(30)은 스스로 희망고문하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컸지만, 시간이 지난 뒤 ‘나 자신부터 다 잡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과거, 인기에 연연해하고 언제인가부터는 꾸며진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닌지 후회한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연기를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 진심이 통한 것인가, 최근 서하준은 연극 ‘잃어버린 마을: 동혁이네 포차’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잃어버린 마을’은 아름다운 제주 바닷가의 곤을동 마을을 배경으로 제주 4.3사건과 1979년을 오가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역사의 비극을 슬프지만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교수에 임용됐으나 학생운동을 하다가 장애가 생긴 ‘재구’(서하준)와 아버지 ‘동혁’(양창완)의 옛 이야기가 교차된다.

재구 역으로 캐스팅된 후 이틀 만에 연습을 시작했다. 2주 간 연습한 뒤 바로 무대에 올랐다. 앙코르 공연이어서 무대에 오른 건 채 10번이 안 되지만, “다시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제주도 4.3사건을 부각하기보다 가족애를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며 우리 가족 생각이 많이 나더라. 재구가 마지막에 무너지는데, 조금 가슴 먹먹해지는 대사들이 있다. 사람이 한없이 무너질 때 누군가는 잡아줘서 버티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으니 그 사람 탓을 하게 되지 않느냐. 마지막 에필로그에 재구가 부모님을 이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쉽사리 대사가 나오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드라마 ‘옥중화’ 이후 3년여 만이다. 연극 무대 제안을 받았을 때 한 치 고민도 없었다. 알고보면 데뷔도 드라마·영화가 아닌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2008)다. 이후 연극 ‘맥베드’(2008) ‘줄리어드 시저’(2009), 뮤지컬 ‘풀하우스’(2014) ‘카페인’(2014)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오랜만의 복귀여서 떨리지 않았을까 예상했지만, “정말 편했다. TV는 관객들의 호흡을 직접 못 느끼지 않느냐. 무대는 긴장되지만 더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짚었다.

“연극 무대가 정말 그리웠다.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과 정을 무시하지 못한다. 드라마, 영화와 달리 연극은 오랫동안 연습해 배우들과 많이 친해져 무대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나는 앙코르 무대가 처음이지만, 이들은 거의 1년을 달려 왔다. 미안해서 더 빨리 작품에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연극 무대 향수에 젖어있다.”

그룹 ‘SS501’ 출신 김규종(32)과 밴드 ‘FT아일랜드’ 송승현(27)과 같은 역을 맡았다. 연기만큼은 가수 출신인 이들보다 자신 있지 않을까. 오히려 “규종 형과 승현씨에게 많이 배웠다”면서 “가끔 편하게 던지는 대사도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연기자들은 뭔가 몸에 배어있는 것들이 있어서 평상시에도 과장해 표현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규종 형과 승현씨는 정말 편해보였고, 나보다 더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날것의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잃어버린 마을’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소극장 공연이 아닌만큼 더 떨릴 수밖에 없었다. “첫 공연이 화요일이었는데, 평일이라서 관객들이 많이 안 올까봐 걱정했다. 공연이 올라가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제발 30명 이상만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내가 아닌 다른 배우들을 위해서 였다”며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이 꽉 차 울컥했다. 관객들의 호응에 더 힘을 내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하준에게 팬들은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이번 공연 때도 도시락, 편지 등으로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줬다.

요즘은 이달 말 일본 팬미팅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며 팬들과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일본 팬들은 멀리 있어서 더 애틋하다. 항상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본어가 서툴러서 소통하는게 쉽지는 않다. 물론 가장 고마운 건 한국 팬들이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함께 해줬다.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의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팬미팅도 빨리 진행하고 싶은데, 작품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전의 팬미팅과 다른 추억을 남겨줘야 하니까.”

 팬이 ‘서하준이 좋은 이유 7가지’를 적은 편지는 보물 1호다. 책상 앞에 항상 놓고 본다며 “내가 잘생겼거나, 연기를 잘해서 좋은 게 아니더라. 간단했다. 사람냄새가 난다고 하더라. 팬들이 나를 스타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봐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하준에게는 인생작 2개가 있다. ‘오로라 공주’(2013)와 ‘옥중화’다. “‘오로라 공주’가 나를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라면, ‘옥중화’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짚었다. 서하준은 임성한(59) 극작가에게 발탁돼 ‘오로라 공주’에서 ‘오로라’(전소민)의 매니저 ‘설설희’를 연기했다. 당시 첫 번째 남자주인공인 ‘황마마’ 역의 오창석(37)보다 주목 받았다. 극중 대사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암에 걸린 서하준은 암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거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 듯이. 같이 지내보려고요”라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님을 한 번도 뵌 적 없는 줄 았는데, 3차 오디션 때 있었다고 하더라. 당시 신인이어서 연기하는 데만 집중해 면접장에 작가님이 있는 줄도 몰랐다. 다들 내가 첫 회부터 나온 줄 알더라. 오디션을 보고 연락이 없어서 ‘또 떨어졌구나’ 생각했는데, 25회부터 중간 투입됐다. 첫 촬영 때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대사를 했다. 어린 나이에 그 대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고, 너무 떨어서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영상편지로만 인사하고,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못했다.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뵙고 싶다.”

서하준은 극적으로 캐스팅된 경우가 많다. ‘잃어버린 마을’부터 ‘오로라 공주’, ‘옥중화’ 모두 중간에 투입됐다. ‘옥중화’를 연출한 이병훈 PD도 고맙기만 하다. 극중 조선의 13대 임금 ‘명종’을 열연했다. MBC 연기대상 특별기획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의 영예도 안았다.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다”며 “첫 사극이라서 서툰 점도 많고, 스케줄도 빡빡했지만 즐거워서 계속 웃음이 났다. 이병훈 PD는 은인 같은 분이다. 계속 현대극을 하고 있었는데, 왕 역을 믿고 맡겨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추억에 젖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하준은 오랫동안 쉬며 연기자가 아닌 다른 길을 고민한 적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생일인 지난해 9월19일까지 기간을 정하고, ‘이 때까지 안 되면 그만하자’고 결심했다. 몇 차례 작품 복귀가 엎어졌지만, 쉽사리 연기의 끈을 놓지 못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믿음 덕분이다. 지금은 ‘안 내려놓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작품으로 빨리 복귀하고 싶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같이 작업하며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결과물을 만드는게 재미있다. 솔직히 울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했다. 표현하는게 직업인 사람인데, 혼자 삭일 때가 많다. 무엇보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요새 좋은 기운이 들지 않느냐고? 몇년간 쉬면서 스스로 희망고문하고 기대하는 게 가장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다음 작품 기대하겠다’고 하자, 놀란 눈치다. “이런 응원은 처음이다. 그 동안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팬들이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 것처럼 기쁘다”면서 “요즘 영화, 드라마를 보며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한다. 근데 너무 욕심을 내고 싶지는 않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내 할일을 하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배우 서하준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로 카페 보드레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최지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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