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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불 당긴 오신환…'보수결집·제3지대 구축' 속도 내나

등록 2019.05.19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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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유승민-안철수계 연대 지지로 원내대표 선출

평화당서는 '바른미래 보수색채 짙어질 것' 우려 나와

한국당 김무성, 보수 통합 필요성 언급…기대 심리 비쳐

야권 관계자 "총선 전략 따라 정계개편 구도 두드러질 것"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이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2019.05.1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이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내년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5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향후 정계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략적인 시나리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세력의 결집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과 민주평화당 간 제3지대 구축, 범진보세력 통합 등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가 예측되는 각종 징후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안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지 못하면 소수 정당이든 제1야당이든 총선 대비에 비상이 걸린다는 조바심이 차츰 퍼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오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차지하며 새 원내사령탑 지위를 얻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의 지지가 압도적 승리의 발판이었다.

이번 선거는 원내대표 선출 뿐 아니라 지난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오 원내대표이 지도부 총 사퇴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그를 지지한 유승민-안철수계 의원들이 사실상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셈이다.

실제 오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결정을 손 대표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당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고 사실상 사퇴를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7일 오 원내대표 선출 뒤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오 원내대표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손 대표 면전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거친 말을 쏟아내 정면충돌했다.

이에 손 대표의 당내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연대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2019.05.1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2019.05.13. [email protected]


특히 평화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의 보수성향이 더 짙어져 한국당과의 결합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흐름에 자신들이 주장하는 제3지대 구축도 보다 빨리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 당일인 지난 13일 뉴시스와 만난 자리에서 오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해 '우향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단 당선은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오 원내대표가 되는 것을 보니, 바른미래당이 우향우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가려고 국민의당을 깬 것인가 싶고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제 개혁세력이 다시 뭉쳐서 제3지대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 제3지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바른정당계 의원이 원내 당권을 잡은 것을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수 있는, 제3지대 구축이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저는 그렇게 본다. 그렇게 가야한다"고 답했다.
 
장병완 평화당 전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 원내대표 선출로 바른미래당이 보수색채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장 전 원내대표는 "결론적으로 손학규는 식물대표가 됐고 바른미래당의 보수적 색채는 유승민과 안철수, 전 대표들이 원하는 대로 더욱 짙어질 것이 명확하다"며 "오 의원 개인으로는 인품과 실력, 대인관계 등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정치인은 정무적 보직을 맡을 때 어떤 세력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느냐가 중요하다. 그가 대표하는 조직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1대 2구도이기 때문에 교섭단체끼리만 국회 운영협의를 하자고 고집할 것이고, 오 원내대표도 종전 입장의 수정이나 번복은 물론 양당의 가운데서 협상의 통과료를 톡톡히 챙기려 할 것이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두통이 일상화될 것이 불문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장병완 민주평화당 전 원내대표. 2019.05.09.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장병완 민주평화당 전 원내대표. 2019.05.09. [email protected]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오 원내대표 당선 전부터 이미 이같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승민-안철수 계의 바른미래당이 반드시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과 통합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차기 총선에서 한국당이 기호 1번을 차지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바른미래당에서는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 배지를 다는 법에 대한 훈수만 하는 것 같다" "악담꾼" "희대의 이간꾼"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박 의원을 비난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두고 보라. 저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가 될 지 보인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아프니까 그런 것이다. 그렇게 되어 가니까. 그 길 밖에 안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이달 중 의원 워크숍을 열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지도부 즉각 퇴진을 위한 방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손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사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수 결집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한국당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문재인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과반 의석을 달성해야 하는 만큼 과거의 악연을 씻고 보수 진영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2019.04.17.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2019.04.17. [email protected]


바른미래당은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른 당과의 합당,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견해다.

결국 당내 또는 외부 관계를 떠나 각 당이 내년 총선 전략을 어떻게 짜는 지가 향후 정계개편의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요인이 될 것임이 자명한 상황이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수 결집을 한다면 원내 제1당을 차지해야하는 민주당도 나머지 세력들과의 통합 내지 연대를 시도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범진보계의 통합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따라 정계 개편 구도와 방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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