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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방북·인도 지원 결단…"한미, 핵협상 장기화 상황 관리"

등록 2019.05.17 19: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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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산 점검 방북은 제재와 무관" 고수해

미온적이던 美, 상황 관리 차원서 협조 관측

"美, 모든 것 다 막고 있다는 이미지 도움 안돼"

정부, 北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 강조 차원도

北 태도 변화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기업인 방북 개성공단 재가동 전제는 아냐"

"재개 시점도 불확실…北 변화 실효성 낮아"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의 9차 방북 신청이 승인된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유창근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통일부 발표 생중계를 시청하던 중 승인 소식을 알게 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9.05.1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의 9차 방북 신청이 승인된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유창근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통일부 발표 생중계를 시청하던 중 승인 소식을 알게 되자 기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방북을 전격 승인하는 동시에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지원 활동에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한 끝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방북을 승인했다. 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총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2016년 2월 북한이 정부의 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일방적 폐쇄 통보로 응수하면서 쫓겨나듯 철수한 지 3년여만에 처음으로 방북 기회를 얻게 됐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철수 첫해였던 2016년에 3차례 방북을 신청했으나 모두 '불허'되자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추가 방북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역시 2017년 10월의 4차 방북 신청부터 2019년 3월의 8차 방북 신청까지 모두 '승인유보' 결정을 내렸다. 불허든 승인유보든 자산 점검을 위한 방문을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의 9차 방북 신청이 승인된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유창근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통일부 발표 생중계를 시청하던 중 승인 소식을 알게 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9.05.1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의 9차 방북 신청이 승인된 1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유창근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통일부 발표 생중계를 시청하던 중 승인 소식을 알게 되자 기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부는 '승인유보' 결정을 내릴 때마다 자산점검을 위한 방문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며, 또한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방북이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대북제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이러한 국제사회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방북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키웠으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번번이 좌절됐다.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으나 미국의 '보류' 요청으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미국 측은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자산 점검 방문이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 조야를 중심으로 대북 강경론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협조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반영됐을 거라는 관측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및 인도적 지원 관련 관계부처 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미국과 개성공단 기업인의 자산 점검 방북 목적이나 성격 등을 공유해왔다"며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5.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5.17. [email protected]


미국의 태도 변화는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 장기화로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에 연말까지 '용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단거리 미사일을 동원한 화력타격훈련까지 강행하고 있다. 미국도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달성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셈법'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재와 무관한 분야에 대해 다소 유연하게 접근하며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지금은 북한이 무력시위를 하고 하니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고, 그런 차원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에 관한 한국 정부의 요구에 미국 정부가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협상 장기화 국면에서 자신들이 모든 걸 다 틀어막고 있다는 이미지를 굳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한 거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은 지난 2016년 2월10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한 이후 약 40개월 만이다. 다음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신청 일지.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은 지난 2016년 2월10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한 이후 약 40개월 만이다. 다음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신청 일지.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 입장에서도 남북 교류협력 중단 상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과 대북 인도지원 활동 국제기구 지원금 공여 재추진 카드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며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아닌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재가동을 전제하는 것이 아닌 데다가, 현 상황에서는 재개 시점이 불확실하다"며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정도의 실효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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